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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북한 정권 교체론 “김정은도 도발 예상… 北 민주화 유도해야” 본문

정치·북한

[특집] 북한 정권 교체론 “김정은도 도발 예상… 北 민주화 유도해야”

김정우 기자 2012.02.03 15:11
⊙ “先 질적 변화, 後 교류·협력”(송대성) “北 주민에게 개방의 필요성 알려야”(김석우)
⊙ “南北관계 개선보다 北 변화가 더 절실”(김태우) “탈북자 중심의 北 재건계획 세워야”(안찬일)
⊙ “개입 성격 강한 對北 포용정책 펼쳐야”(고유환) “주한미군 전술核 재배치로 北核 타개”(전성훈)
⊙ “1년 기다리다가 또 반세기를 잃는다”(김성민) “北 정권교체는 사실상 헌법의 명령”(하태경)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

독재자는 죽었고, 아들은 별 탈 없이 ‘왕위’를 계승했다. ‘정세안정’이란 미명 아래 전 세계가 ‘김정은 체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활발히 논의하던 북한 정권교체론은 ‘비현실적 강경대책’으로 치부됐고, 새로 출범한 북한 지도부는 새해 첫날부터 대남 비방에 열을 올렸다. 세계 주요국이 초유의 3대(代) 권력세습을 묵인할 뿐 아니라, 오히려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북한 정권교체론과 김정은 체제의 전망을 국내 전문가들을 통해 분석했다.
 
 
 
송대성, “북한판 고르바초프가 나와야”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송대성(宋大晟)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 군부 내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김정은 세력은 ‘유훈 (遺訓)’을 내세워 체제정비를 시작했다”면서 “김정은의 북한이 제대로 사는 길은 ‘선군(先軍)’ 대신 ‘선(先) 질적 변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북한을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북한의 상황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플로팅(floating)’, 즉 ‘부유(浮遊) 상황’이다. 물 위에선 어느 정도 정세가 안정된 듯하지만, 물 밑의 상황은 전혀 가시화하지 않았다. 김정일(金正日) 사후(死後) 유훈통치랍시고 장례식과 추도식을 통해 김정은에 대한 우상숭배화를 밀어붙였지만, 결국 ‘따르지 않으면 잔혹한 폭력이 뒤따를 것’이란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변화의 가능성이 있나.
 
  “1994년 김일성 사망과는 상황이 판이(判異)하다. 김일성-김정일 세습 땐 북한 주민의 불만지수가 이 정도로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0년 9월 3대 세습 공식화 직후 계속 불안 징후가 이어져 왔다. 지난해 2월 북한이 내부 소요 사태에 대비해 폭동진압 경찰조직인 ‘특별기동대’를 창설하고, 6월엔 중국에서 시위진압용 장비까지 대량으로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민란의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레짐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가 가능할까.
 
  “외형적으론 레짐(체제)이 그대로 이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여러 변수가 있다. 김일성 사망 후 그런대로 유지됐던 인민의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더욱 체제를 흔드는 요소는 탈북자다. 국내 2만3000여 명, 중국 접경지에 10만명의 탈북자가 여전히 존재하며, 그 수도 계속 늘고 있다. 이들과 그 가족 및 지인으로 연결된 최소 수십만 명의 불만세력은 북한의 골칫거리다.”
 
 
  “군부 內 불만세력 많다”
 
  ―북한 체제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나.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한 정권의 바람대로 김정일의 유훈이 이어져 선군정치를 지속하는 것이다. 둘째는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이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張成澤)과 고모 김경희(金敬姬)에게 대장이란 호칭을 준 것은 어떻게 보면 군 출신 엘리트들을 믿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군부 내 불만이 꽤 있을 것으로 본다. 셋째는 민란 또는 폭동이다.”
 
  ―어떤 변화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김정은은 선군정치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체제 옹호력과 대남(對南) 협상력을 갖고 있다. 남한과 국제사회가 대북(對北)지원을 해 봐야 모두 ‘선군’에 희생될 뿐이다. 이를 포기하는 질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가정은 북한에 고르바초프(Gorbachev) 같은 사람이 등장해 선군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큰 가능성은 없지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핵심은 ‘선(先) 질적 변화, 후(後) 교류·협력’이다.”
 
 
  김석우, “개방없는 생존은 北 주민만 고생시켜”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통일원 차관을 지낸 김석우(金錫友)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은 “‘정권교체’란 시한폭탄은 어느새 가까워졌고, 북한은 계속 오픈되고 있다”면서 “개방을 하면 잘살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 전파해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란기다. 어떤 대북정책이 필요한가.
 
  “개혁·개방을 하는 방향으로 북한을 유도해야 한다. 무작정 무리하게 할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을 하면 충분히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 된다. 실현 가능성이 작지만, 그래도 정답은 이것밖에 없다. 김정일 사후 북한은 큰 딜레마에 빠졌다. 인민을 살리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개방을 해야 한다. 정권유지를 위해 개방을 막으면 고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 유도해야 하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공산권 국가는 모두 개혁·개방을 선택했다. 그 외 국가는 모두 망했다. 종북(從北)세력들은 지금도 ‘북한은 예외’라며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개혁과 개방이 없는 북한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 개방 없이 생존하려면 햇볕정책식(式)으로 연명하는 방법밖에 없다. 북한 주민만 더욱 고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힘을 쏟아 유도해야 한다.”
 
  ―북한의 개방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북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가 모두가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영원한 폐쇄국가’일 줄 알았던 북한도 IT와 통신으로 조금씩 열리고 있다. 개방을 하면 잘살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 전파해야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연말 사설을 통해 “지상 최악의 나라의 정권교체를 바라기만 해선 안 되고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충분히 동의한다. 《이코노미스트》뿐 아니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자료 등 영국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북한은 다른 곳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남한의 역사를 보면 된다. 대한민국이 OECD 회원국으로 번영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비전과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한의 장래에 대해서도 비전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김태우, “北 정세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학자들이 문제”
 
김태우 통일연구원 원장.
  김태우(金泰宇) 통일연구원 원장은 “정치학자들이 무조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탓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남북관계 개선보다 북한의 변화가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사망이 우리에게 준 의미는.
 
  “다섯 가지 복합적 메시지가 있다. 첫째는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해야 할 때라는 것, 둘째는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핵(核)포기, 개혁·개방, 인권개선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우리 안보를 추슬러야 한다. 북한은 여전히 어디로 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넷째, 통일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다섯째는 중국의 과제다. 중국은 지난 2년여 동안 핵실험, 천안함, 연평도 사태 때 막무가내로 북한을 지원했다. 또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 체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큰 외교적 과제를 남긴 케이스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상당수 정치학자가 TV에 나와 무조건 ‘이명박 정부가 잘못했다, 유화정책으로 돌아서서 남북관계 개선하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는 첫 번째 메시지에 불과하다.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우리 정부가 잘못해서 악화했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하면 정부가 북한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보이지 않는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는 학자들이 있다. 전문가일수록 국민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독일의 경우, 정부 공식 트랙과 비공식 트랙이 별도로 존재했다. 행간의 뜻을 심어 주는 역할을 학자들이 해야 하는데, 무조건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한다. 총선용인가, 대선용인가.”
 
  ―차기 정권이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유지하겠는가.
 
  “누가 정권을 잡든 대북정책만은 이명박 정부의 틀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유연성 차원에서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고 본다. 금강산의 경우 관계 개선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혼란기일수록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대북정책에 다양한 목표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마리 토끼다. 서로 다른 목표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도 필요하지만, 북한의 변화가 더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안찬일, “1000명 탈북 엘리트 양성해 재건계획 세워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탈북 박사 1호’ 안찬일(安燦一)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3~4년 내에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또 60년이 간다”며 “국내 탈북자 중 1000명의 청년 엘리트를 ‘통일인재’로 양성해 구체적 재건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정권교체가 가능한가.
 
  “북한 정권교체를 3~4년 내 못하면 또 60년이 간다. 김정은 자체가 ‘김일성의 재현’이라며 등장했다. 김씨왕조 체제를 중간부터가 아닌 시초부터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김정은 시스템이 정착할 경우 또 60년이 흐르고, 남북은 영구 분단된다.”
 
  ―정권교체 방법은.
 
  “꼭 북한을 자극하는 정책만 펼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남한이다. 우리가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면, 그 정보가 북한 주민에게 전달된다. 결국 행동은 북한 주민이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나.
 
  “탈북자가 2만3000여 명 있고, 그중 1000여 명의 청년 엘리트가 있다.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20~30대 그룹이다. 통일 직후 북한 재건을 실행할 인재들이다. 김일성이 소련에서 젊은 ‘인텔리’들을 데려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운 것과 같은 방식이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남북 양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정착시키면 된다.”
 
  ―탈북 인재 양성이 정권교체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나.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는 자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북한 내 최고위층을 제외한 중간고위층, 즉 군인·간부·상인 상당수가 남한식 통일을 바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통일을 이루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탈북자를 중심으로 한 액션플랜을 세우는 길이다.”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하나.
 
  “통일부는 싱크탱크, 이북5도청을 액션탱크로 만들어야 한다. 이북5도민과 탈북자들을 통일역량으로 삼고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된다. 현재 남한의 국회의원이 299명,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687명이다. 북한이 2배가 넘는 ‘의원’을 가진 이유는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란 정당성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국회의원을 무작정 늘리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북5도에 대한 의석을 주자는 얘기다. 헌법도 북한을 우리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고유환, “MB, 유연정책으로 기존 정책 잘못 인정한 셈”
 
고유환 동국대 교수.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이명박 정부가 강경에서 유연으로 돌아선 자체만으로도 기존의 정세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개입의 성격이 강한 대북 포용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북 정책을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온 방식으론 북한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올 가능성이 커진다 했는데, 막상 죽고 나니 김정은 정권이 안정되길 바라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사망을 기회 삼아 급변사태를 유도하자는 논리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결과론적으로 전략이 달라졌다는 것은, 이전의 전략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김정은 체계가 정착할 것이라 보는가.
 
  “일단 외견상으론 권력승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3대 세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막상 상황이 벌어지니 미국도 조의를 표하고 안정적 권력이양을 바라는 듯한 입장을 내세웠다. 지금은 북한 내부에 김정은을 대체할 만한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현상을 유지하는 입장이다. 취약한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중국식 개혁·개방을 촉구해 영향력 아래 묶어 두겠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이 개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옳지만, ‘지금 김정은이 개혁·개방 안 하면 망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논리다. 소련과 동유럽의 사례는 아시아와 다르다. 아시아엔 중국과 베트남의 모델도 있다. 이를 혼용해서 나름의 북한식(式) 모델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한국은 이미 상반된 두 정책을 다 써 본 상태다. 적극적 포용도 해 봤고, 적극적 개입도 해 봤다. 결국 개입의 성격이 강한 포용으로 가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다. 과거 남북관계에서 온갖 불미스런 일을 벌인 장본인이 죽었다. 물론 새 지도부에 상당수가 계승됐지만, 그렇다고 모두 떠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의 입장에 동의한다는 얘긴가.
 
  “개입을 안 하면 주도권을 놓친다. 류우익(柳佑益) 통일부 장관이 현재 스탠스(stance·입장)는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고위급회담을 제안하고 공을 북한에 넘겼다. 예전엔 선행조건을 걸었는데, 이번엔 그 조건들을 의제화했다. 그 자체가 큰 변화다.”
 
 
  전성훈, “北, 올해 또 핵실험 가능성”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성훈(全星勳)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하반기쯤 미사일·핵실험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등 구체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최근 몇 해 동안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지속돼 왔다. 그리고 김정일 사망으로 급변의 단초가 열렸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대한민국의 의무이자 권리다. 상당수가 북한의 안정을 바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북한 내부가 구조적 모순이 극에 달한 막바지에 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그들’의 바람과 달리 급변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향후 북한정세를 예측한다면.
 
  “올해 하반기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남한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4월까진 생일상까지 차려 놓고 난리를 피우진 않겠지만, 여름이 지나면 여러 형태로 도발을 시도할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원의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사일·핵실험 가능성이 가장 크다.”
 
  ―북핵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 정부를 비롯해 전 세계가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6자회담에 참가하는 전문가 중 누구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 북한은 이미 김정일의 최대 유산을 ‘핵과 미사일’로 규정했다. 북한의 자발적인 핵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국민은 의도와 상관없이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초반에 포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냉정하게 판단해 대북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핵협상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인가.
 
  “6자회담, 남북회담 등 양자·다자회담을 포기할 순 없다. 협상과 동시에 안보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초 《조선일보》 김대중(金大中) 고문이 ‘남한이 핵을 가져야 북한이 협상한다’고 주장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전략이 중요하다. 핵무장하자는 주장은 협상을 위해선 좋지만, 실제 핵무기 개발은 국가적으로 손해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핵무기 직접개발에 대한 위험부담은 덜면서, 남북 쌍방이 핵군축을 시도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
 
 
  김성민, “1년 기다리다 반세기 잃어”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성민(金聖珉)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에겐 죄가 없다는 생각이나,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생각은 모두 헛수고”라면서 “1년 기다리다가 또 다른 반세기를 북한에 끌려다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정은은 김정일과 다를 거란 얘기들을 한다. 나이도 어린 데다 통치경험도 적어 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과거 우리가 김정일을 적으로 규정한 가장 큰 이유는 김일성이 세운 시스템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테러와 학살 등 수많은 악행을 벌였지만, 김정일 체제 초기엔 이를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웠다. 북한에 남한은 여전히 무력통일의 대상이다. 이미 김정은은 김정일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김정일 시스템’의 후계자가 됐다.”
 
  ―‘김정은 시스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1~2년 지켜본다는 것은 어린 김정은에게 체제를 갖출 기회를 주는 셈이다. 1년을 기다리다가 반세기를 잃을 수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적으로 규정하고, 불안한 정권을 바꿔야 한다. 더 나아가면 정권붕괴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주민들은 큰 관심이 없다. ‘어린놈이 뭘 하겠나’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주민 대신 상층부의 결집력은 높아졌다. 하지만 이도 얼마 못 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 국민의 정서다. 전략적, 외교적으로 김정은에게 김일성-김정일의 시스템을 부정하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탈북자나 대북 민주화 운동가들은 결국 개개인보다는 남한을 적화통일의 대상으로 여기는 노동당 정권과 전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한 독재정권을 왜 우리는 적으로 규정 못하나.”
 
  ―김정은 체제는 앞으로 어떤 대남전략을 쓸 것으로 보이나.
 
  “김정은은 현재 상당히 불안한 심리일 것이다. 겉으론 온갖 폼을 잡고 있지만, 스스로도 충분히 위기를 절감할 것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계속 대남 강경책을 펼치고, 내부통제를 위해 추가도발을 계획할 수 있다. 하지만 천안함 이후 남한의 대응이 바뀌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도발은 어렵다. 미사일·핵실험은 사실상 간접도발인데, 부담은 적고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은 크기 때문에 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태경, “北 정치개혁이 성공 가능성 크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18년 동안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북핵폐기 협상보단 정치개혁 전략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내부의 민주화 세력을 육성해 정권교체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교체가 가능한가.
 
  “정권교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북한도 남한의 정권교체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종북세력이 남한의 정권을 잡고, 연방제를 통해 북한 주도의 통일을 하는 것이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다. 남한은 헌법에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사실상 북한의 정권교체를 헌법이 명한 셈이다. 결국 북한 내부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 내부의 민주화 세력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국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말은 많지만 대부분 레토릭(rhetoric·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요약하면 ‘대한민국 지키기’ 정도다. 북한 내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은 안 썼다. 오히려 미국이 적극적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현재 목표는 남은 임기 1년 동안 대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어떻게든 막자는 것이다.”
 
  ―대북정책이 바뀌어야 하나.
 
  “새로운 대북접근법을 짜야 한다. 북한은 한 시대가 갔고, 새로운 시대가 들어섰다. 과거 김정일을 대상으로 한 모든 정책을 재검토해서 새 판을 짜야 한다. 초당적·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시급한 것은 북한 내부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공식 정책도 있고, 비공식 전략도 있다. 민간단체도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바람직한 방법은.
 
  “지금까지 대북정책은 정치개혁보단 핵문제에 집중했다. 1994년부터 18년 동안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핵협상에 쏟을 에너지 중 일부를 정치개혁에 쏟으면 된다. 정치개혁이 선행하면, 핵도 자연스럽게 폐기될 것으로 본다.”
 
  ―북한에서 정치개혁이 가능한가.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직전 취한 정책이 정치개혁이다. 북한은 수령 종신제를 폐지하고, 간부 정년제를 도입하면 된다. 현재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평균연령이 70~80대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틀어쥐니까, 새로운 발상이 안 나온다. 김정은 체제를 호화롭게 출범시키면서 한다는 소리가 또 ‘선군’이다.”⊙

월간조선 2012년 2월호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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