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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대한민국 줄기세포 기술 어디까지 왔나

경제·IT

by 김정우 기자 2012. 5. 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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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유럽 이어 세계 5~8위권…
“난치병 치료는 20년 후쯤 가능”

⊙ 日 야마나카 교수가 개발한 ‘역분화 방식’이 대세… 배아·성체 한계 극복
⊙ 324억 달러 세계시장 놓고 각국의 ‘전쟁 아닌 전쟁’… 韓, 올해 1000억원 예산 투입
⊙ 美, 年 13억 달러 투자해 全분야 패권 유지, 日, 역분화 방식에만 年 140억 엔 집중투자
⊙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 초보단계… 만병통치 환상은 버려야”(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


한국인에게 ‘줄기세포’라고 하면 가장 먼저 황우석(黃禹錫) 박사를 떠올리고, 두 번째로 관련주(株)를 말한다.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아’나 ‘성체’란 용어를 함께 덧붙인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세계 최초”나 “○○ 치료에 신기원”이란 제목의 관련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지만, 난무한 정보는 오히려 사람들을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현재 줄기세포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혁명적 기술’
 
  줄기세포 발전을 이해하려면 먼저 줄기세포에 대한 정의와 분류를 알아야 한다. 사전적 의미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로,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원시 세포’라고 보면 된다.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 새로운 세포로 질병에 걸린 조직이나 장기의 병든 세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최초 확립과 동시에 생명공학의 최대 화두가 됐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역분화 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 세 가지로 나뉜다. 제대혈 줄기세포는 넓은 의미에서 성체줄기세포에 속한다. 배아줄기세포는 무한 증식과 신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이식할 때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불임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배아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급의 어려움과 윤리적 논란이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 치료 메커니즘.
  성체줄기세포는 배아 대신 성인의 신체 조직을 이용한다. 종양 발생, 면역 거부 반응, 윤리성 논란 등 배아줄기세포가 가진 단점은 사실상 없지만, 대량 증식이 어렵고 치료효능이 비교적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피부나 관절 질환을 비롯해 심혈관, 혈액, 뇌 등 질병에 대한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역분화 줄기세포의 개념.
  역분화 줄기세포는 배아와 성체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새로운 개념이다. ‘역(逆)분화’란 뜻 그대로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인위적 자극을 줘 분화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고 보면 된다.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만능성’을 획득해 최근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를 최초로 만든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큰 흐름이 역분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줄기세포 연구의 ‘대세’가 된 셈이다. 과거 황우석 박사가 시도해 관심을 모았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여러 난관과 논란을 극복했기 때문에 ‘혁명적 기술’이라 불린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2006년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성숙한 체세포’를 ‘젊은 줄기세포’로 되돌린다는 역발상을 한 그는 역분화에 필요한 4개의 유전자를 생쥐의 피부 세포에 집어넣어 ‘유도만능줄기세포(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만들어 냈다. 2007년엔 미국의 제임스 톰슨(Thompson) 박사와 함께 인간 체세포로 역분화에 의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개발했다. 톰슨은 1998년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최초로 확립한 인물이다.
 
 
  세포 자유롭게 만드는 ‘직접분화’
 
유승권 고려대 교수.
  유승권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난자를 매개체로 한 체세포 복제는 수급과 윤리성에서 큰 어려움이 있었다”며 “난자를 대체하기 위해 전 세계 학자들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던 중, 야마나카 교수가 가장 먼저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낸 셈”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역분화를 쉽게 설명하면, 높은 산에서 공이 아래로 굴러옵니다. 꼭대기가 배아고, 맨 아래 종착점이 체세포죠. 공이 굴러오는 과정을 ‘분화’라고 보면, 다시 공을 끌어올리는 게 ‘역분화’입니다. 황우석 박사가 시도했던 체세포 복제는 많이들 알잖아요. 역분화 줄기세포도 개념은 비슷합니다. 다만 매개체를 뭘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난자로 하면 체세포 복제고, 유전자를 가지고 하면 유도만능줄기세포입니다.”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보다 역사가 훨씬 짧은 역분화 방식은 여전히 연구 초기 단계다. 논문 발표나 임상시험 횟수도 앞선 두 방식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기존의 여러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어 난치병 또는 유전적 질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유 교수는 역분화 줄기세포의 잠재적 시장규모에 대해 “사실상 무한대”라며 “배아나 성체를 연구하던 학자들 중 상당수가 역분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역분화 줄기세포를 최초로 개발한 야마나카 교수는 해마다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야마나카 교수의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작 기술을 응용해 ‘직접분화(direct conversion)’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기술이 최근 개발됐다. 원래 야마나카 방식은 체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든 후 제3의 세포를 얻어 내지만, 직접분화는 줄기세포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최종 단계의 세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유 교수의 설명이다.
 
  “만약 환자가 신경세포가 필요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존의 역분화 기술은 피부세포와 같은 체세포를 역분화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고 다시 신경세포를 만드는 개념이죠. 직접분화는 피부세포를 가지고 곧바로 신경세포를 만든다는 겁니다. 아직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이론상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직접분화의 다음 단계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줄기세포를 만드는 범용화가 되겠죠.”
 
  지난 3월 2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한동욱 건국대 교수 연구팀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유도신경줄기세포’를 직접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체세포를 성체줄기세포로 직접 역분화한 첫 사례로, 생쥐의 뇌 조직에 주입했을 때 어떠한 종양도 형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셀》(Cell)의 자매지인 《세포줄기세포》(Cell Stem Cel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美, 年 10억 달러 이상 투자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
  역분화 줄기세포도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안전성이다. 통상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또 역분화 유전자 자체가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 대신 단백질 등을 이용한 줄기세포 확립, 종양 유전자를 배제한 역분화 유도 기술 개발 등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효수(金孝洙)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2010년 실험용 생쥐의 피부 섬유모세포 및 심장 섬유모세포에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추출한 단백질을 처리해 역분화 실험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야마나카 방식의 단점을 보완해 냈지만, 아직 인간 세포에서는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 교수는 최근 혈액 세포를 이용한 기법을 개발해 연구 막바지 단계에 있다. 그의 설명이다.
 
  “역분화 기술이 결국 줄기세포의 최고 종결자가 될 전망입니다. 전 세계 학자들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혈액을 이용한 실험이 진행 중인데, 지금도 제 피를 뽑아서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가 냉동고에 있습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 대해 “질환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의 치료는 2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척수손상 등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줄기세포 수준에 대해선 “과학기술의 수준을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전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대륙별로 강점이 다릅니다. 미국은 전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일본은 역분화에 중점을 둔 기초연구가 발달했죠. 한국은 임상 분야에선 일본을 압도할 만큼 많이 발전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은 대략 5위에서 10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경쟁력이 높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경기 침체로 생명과학 관련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은 올해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연구비를 증액했죠. 고무적인 일입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줄기세포 연구 투자액은 2008년 1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2010년엔 12억9000만 달러(현재 기준 약 1조4000억원)를 투자했다. 이 중 비(非)인간(non human), 비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지원액이 5억 달러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배아줄기세포엔 2억5000만 달러가 투입됐으며, 이 중 9200만 달러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지원됐다.
 


 
  中, 10년 내 美·日과 3强 이룰 것
 
   미국 바이오기업인 제론사(Geron社)는 2010년 10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임상시험 허가를 받고 4명의 척수손상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올리고덴드로사이트를 이식했다. 총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검증을 한 후, 최종 결과를 올해 10월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지난해 11월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일본은 논문과 특허를 선점한 역분화 줄기세포에 국가 차원의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2009년 역분화 분야에만 145억 엔(현재기준 약 2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2010년엔 교토대학에 iPS세포연구소를 설립해 분산돼 있던 18개 연구그룹을 결집했다. 연구인원만 약 120명이며, 초대 소장은 야마나카 교수가 맡았다. 연구소는 10년 후 목표로 ▲기반기술 확립과 특허 확보 ▲iPS 세포은행 구축 ▲재생의료 임상시험 ▲환자 iPS 세포를 이용한 치료약 개발 등을 내걸었다.
 
  영국은 10년간 6억~8억 파운드(현재기준 1조~1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2005년 발표한 바 있다. 생명과학위원회(BBSRC)의 연간 줄기세포 연구투자액은 2008년 2390만 파운드(현재기준 약 430억원)에서 2011년 2740만 파운드(현재기준 약 500억원)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2009년 12월 뉴캐슬대학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각막손상 치료에 성공했으며, 2010년 11월엔 뇌졸중 환자에게 신경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중국은 최근 새롭게 등장한 최대변수다. 객관적인 투자금액이나 구체적인 성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을 동원해 해외 자국민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임상적용은 아직 뒤처져 있지만, 기초연구 역량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10년 내 미국·일본과 함께 세계 3강(强)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줄기세포 임상시험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 제론사 다음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미국 협력사인 ACT와 함께 2010년 11월 인간 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세포를 이용한, 실명증 환자에 대해 안전성 테스트를 위한 임상시험 승인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받았다.
 
  연구팀은 지난해 7월 여성환자 2명의 안구에 5만개의 세포를 이식해 4개월 동안 모니터링했다. 세포의 과도한 증식이나 종양발생 등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들은 시력검사표의 맨 윗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다. 시험결과는 올해 초 세계 최고(最古)의 의학 학술지인 《랜싯》(The Lanc et)에 실렸다.
 
 
  효과와 한계
 
세계 최초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AMI’.
  2011년 4월 국내 최초로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지난 3월 21일 ‘스타가르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지원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정형민(鄭炯敏·CHA의과학대 교수) 사장은 당시 “배아줄기세포에서 이미 분화한 세포를 활용해 윤리성 논란에 해당하지 않으며, 미국 임상시험에서 종양 발생 우려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또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류가 앞으로 줄기세포를 통해 해결해야 할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실명증 등 3대 질병 치료에 모두 도전하고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경우 4년 정도 지나면 치료 성공률이 높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효수·박영배(朴永培) 서울대 교수팀의 심혈관 질환 치료, 김승현(金承賢) 한양대 교수의 루게릭병 줄기세포 치료, 민병현(閔炳顯) 아주대 교수의 연골재생 치료, 박국인(朴國仁) 연세대 교수의 척수손상 치료 등이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초의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도 한국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7월 바이오기업 에프씨비파미셀이 개발한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았다. 올해 1월엔 메디포스트의 연골재생 치료제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치루(痔漏) 치료제 ‘큐피스템’에 대한 품목 허가도 승인 받았다.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1~3호’를 국내 업체가 따낸 셈이다. 만약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승인까지 받으면, 한국은 성체와 배아 두 분야 모두 첫 치료제 개발국이 된다.
 
  최초로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연구 수준이 최고란 뜻은 아니다. 게다가 죽은 세포를 직접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효과에 의존하기 때문에 ‘만능치료제’라기보단 신체조직의 기능을 어느 정도 향상시키는 정도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일부 연구자는 “건강보조식품 수준이라 안전은 하겠지만, 그만큼 효과도 크지 않다”고 평했을 정도다.
 
  줄기세포 치료의 가장 큰 쟁점은 안전성과 효용성이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안전성 문제가 크지 않아 성과도 비교적 단기간에 낼 수 있다. 성체의 골수나 지방 등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윤리성에서도 자유롭다. 환자 자신의 몸에서 분리·배양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다.
 
  문제는 효능이 약하다는 것. 효능 향상을 위해선 제2세대 세포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배아 또는 역분화 줄기세포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김동욱(金東旭) 연세대 교수는 최근 배아나 역분화 줄기세포로부터 세포 종류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고(高)수율의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는 분화방법을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역분화 줄기세포 분야는 서로 장단점이 있어 보완적 관계가 된다.
 
 
  “韓, 임상보다 기초연구 집중해야”
 
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
  논문 발표 횟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은 세계 7~8위로 집계됐다.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가 공동작성한 ‘2011년도 줄기세포 연구 시행계획’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수는 성체줄기세포가 1178편으로 세계 8위, 배아줄기세포가 361편으로 8위, 역분화 줄기세포가 19편으로 7위였다(인간 배아줄기세포는 4위). 대략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다.
 
  2012년 세계 줄기세포의 시장 규모는 총 323억 달러(약 37조원)로 추산된다. 이 중 성체줄기세포가 180억 달러(약 20조원·55.7%), 배아줄기세포가 50억 달러(약 5조7000억원·15.7%), 제대혈 줄기세포가 93억 달러(약 10조원·28.6%)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5년 시장규모가 약 70억 달러(약 7조9000억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연평균 약 25%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BCC리서치는 2020년경 시장규모가 1조 달러(약 1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연세대교수)은 “현재 한국은 논문 수를 기준으로 보면 세계 7~8위, 특허 수로 보면 세계 5~6위, 후기 임상인 2~3상에 들어간 임상 건수로 보면 세계 3~4위 정도”라며 “종합적으로 볼 때 국내 다른 분야에 비하면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줄기세포 연구비 규모가 세계 10위권 밖이었습니다. (황우석 박사) 논문 사건 후 연구비를 늘린다고 했지만,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 탓에 실현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총 1000억원 규모로 연구비가 는 것은 그나마 가뭄에 단비가 내린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더 큰 증액이 필요하겠죠.”
 
  김 단장은 또 “줄기세포 연구는 역사가 짧아 기초·원천 연구가 중요하다”며 “더 좋은 효능의 세포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현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데, 원천기술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김 단장의 설명이다.
 
  “선진국은 기초·원천 연구를 중시하는 반면, 후진국은 보편적으로 임상 연구를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도 기초·원천 연구보다 임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임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선 선진국 형태의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어요. 임상도 어디까지나 체계적·과학적으로 해야겠죠. 또 현재 임상을 한다 해도 상당수가 아직 초기 임상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임상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임상 효과와 안전성을 더 높이는 기초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줄기세포는 현재의학이 아니라 미래의학”
 
  난치병 치료에 대해선 “줄기세포는 허상이 아니며, 만병통치약도 아니다”면서 “크게 욕심을 부리기보단 다른 치료법과 병행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줄기세포는 분명 난치병에 대해 어느 정도 희망을 줄 수 있지만, 아직은 ‘현재의학’이 아니라 ‘미래의학’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을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 분야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열심히 연구하면 미래에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겠죠. 그러나 연구 역사가 짧아 아직 초보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현 상태에서 줄기세포에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이며, 특히 줄기세포가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줄기세포 연구는 재생의학뿐 아니라 신약개발, 질병 모델 및 발병 메커니즘 연구 등에 폭넓은 응용이 가능합니다.”
 
  현대의학적 줄기세포 연구는 1998년 처음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분리하면서 본격화했다. 그 후 관련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사람들은 ‘줄기세포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 이후 각 방식의 단점이 보완되고, 유도만능줄기세포까지 나오면서 ‘꿈 같은 치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연구자들은 “단기간에 획기적인 만능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하반신 장애인이 벌떡 일어서고 병든 장기를 곧바로 갈아치우는’ 기적은 여전히 ‘불가능의 영역’이다. 다만 줄기세포가 기존 치료를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

월간조선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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