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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중국 광물자원 개발 현장

국제

by 김정우 기자 2010. 5. 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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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한국 기업의 중국 광물자원 개발 현장

해외 광물자원 확보에 국가의 명운 달려

한국 광물기업들, 중국에 석회석 광산 개발, 채굴, 유통 판매에 이르는 일관 시스템 구축

⊙ 安徽省 8000만t 석회석 광산 두고 다국적 기업들 간 경쟁 치열해져
⊙ 중국産 석회석, 한국産보다 품질·가격 경쟁력 앞서
⊙ “해외 광물자원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 (金信鍾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중국 안후이(安徽)성 츠저우(池州)시 칭양(靑陽)현의 한 야산. 샛노란 유채꽃밭 너머로 잿빛 석회석 露天(노천)광산이 보였다. 언덕 위 굴삭기들은 表土(표토)를 제거하는 작업에 한창이고, 한국 군용 트럭과 비슷한 모양의 파란 덤프트럭들이 돌과 흙을 실어 나른다. 산 중턱에선 착암기가 요란한 소리와 회색 먼지를 내뿜으며 구멍을 뚫고 있었다.
 
 총 매장량 800만t 규모의 라이롱(來龍)광산은 韓中(한중) 합자기업인 안휘성원진래용광업유한공사가 연간 약 30만t의 석회석을 생산하고 있다. 광산 총책임자인 얀하오(閻浩) 총경리는 “이곳에서 생산된 석회석은 전량 40km 떨어진 부두로 옮겨진 다음, 양쯔(揚子)강 수로를 따라 장쑤성(江蘇省) 장자강(張家港)에 있는 포스코(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ZPSS) 등으로 보내진다”면서 “우리 광산은 산화칼슘(CaO) 함량이 55%에 이르는 高(고)품위 석회석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회석은 산화칼슘 함량 52%를 기준으로 고품위와 中·高(중·고)품위로 나뉜다. 고품위 석회석은 제철과 화학 분야에 활용되며, 低(저)품위는 주로 시멘트 등 건축재료용으로 쓰인다.
 
 한국엔 현재 75억t의 석회석이 매장돼 있다. 이 중 고품위는 16억t으로 22%에 불과하다.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은 1300만t, 금액으로 치면 3500만 달러어치의 고품위 석회석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필자는 지난 4월 7일부터 4일간 한국광물자원공사 金信鍾(김신종) 사장 일행과 함께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광물자원 개발현장을 답사했다. 칭양의 석회석 광산에서 시작해 장자강의 생석회 제조공장과 ZPSS에 이르기까지 석회석의 一生(일생)을 그대로 따라갔다. 姜天求(강천구)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은 “국내 석회석 매장량 고갈로 인해 양질의 석회석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선 환경규제와 갱내 채굴 등으로 생산원가가 계속 상승하는 데 비해, 고품위 석회석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9년 年産(연산) 250만t 규모의 현대제철이 준공되면 석회석 공급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돼요. 이미 포스코는 일본에서 고품위 석회석을 다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고품위 석회석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기업들, 중국에서 자원확보 전쟁
 
 중국의 석회석 매장량은 525억t, 연간 생산량은 약 1억7000만t 규모로, 세계 전체 생산량(2억8000만t)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안후이성, 산시(陝西)성, 쓰촨(四川)성, 광시(廣西)성에 약 30억t 이상의 석회석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국이 광산개발에 관여한 안후이성 츠저우시의 경우 산화칼슘 54% 이상의 고품위 석회석이 풍부하다. 예상 매장량은 10억t 이상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양쯔강을 끼고 있어 운송비 절감에도 유리하다. 석회석은 대표적인 低價(저가) 광물로 물류비 절감이 개발의 전제조건인데, 츠저우시는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안후이성은 세계 자원전쟁의 축소판이다. 방해석, 석회석, 백운석 등 비금속 광물자원뿐 아니라 아연, 동, 망간, 텅스텐 등 금속광물까지 풍부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현재 벨기에의 로하스, 스위스의 오미아, 프랑스의 영그자, 홍콩의 유확공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이들은 한정된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들 글로벌 기업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광물자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광물자원을 개발한 후, 자신들의 기술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츠저우시 당국은 ‘자원이 산업을 선도한다’는 정책하에 자원개방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원석 채광은 금지하고 광물자원의 심가공(2차 가공) 투자를 기본 조건으로 개발 비준을 하고 있다. 광물은 내주되 가공 기술을 받는다는 방식이다.
 
 최근 라이롱 광산 인근에 8000만t 규모의 대규모 석회석 광산이 발견되자, 영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의 광물 기업들이 개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얀하오 총경리는 “중국 정부가 한 국가나 기업에 광산 전체를 내주지는 않는다”면서 “한국 기업도 지금부터 준비할 경우 3000만t까지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얀하오 총경리와의 대화.
 
 ―이번에 발견된 석회석 광산은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연간 200만t씩 생산해도 수십 년 동안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광산입니다. 석회석과 같은 비금속 광물은 부가가치가 적지만 리스크가 없어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이미 많은 기업들이 탐사를 끝낸 상황입니다.”
 
 
 자원과 기술을 맞바꾸는 정책 추진
 
중국 안후이성 츠저우시에 위치한 800만t 규모의 라이롱(來龍) 석회석 광산.

 장쑤성의 省都(성도) 난징(南京) 출신인 얀 총경리는 1995년까지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에서 자동차 부속상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살고 있는 안후이 지방에 품위가 높은 비금속 광물이 매장됐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광산업을 시작했다.
 
 얀 총경리가 외국인과 합작회사를 운영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인에 대해 “일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적극성이 대단하다”면서 “이번 합작회사 운영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합작기업을 2005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 광산 주변은 황무지에 잡목만 우거져 있었죠. 그런 곳을 저희와 한국인의 열정으로 이렇게 개척한 겁니다.”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저는 결정권이 있으니 바로 추진할 수 있는데, 한국광물자원공사나 국내 투자기업인 (주)원진은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중국이 최근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들의 자본과 기술만 확보한 후 내팽개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은 자원을 갖고 있고, 한국과 같은 외국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어요. 이 두 가지가 만나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저는 큰 문제가 없는 한 한국 기업과 계속 협력해 나가고 싶어요.”
 
 라이롱 광산의 총 넓이는 10만4000㎡, 광구 내 석회석 매장량은 총 809만6700t으로 추정된다. 2008년 한 해 원광 생산량은 29만5000t, 이 중 11만4000t이 장자강 ZPSS에 규격제품으로 납품된다. 현재 광산은 한국광물자원공사 25%, 주식회사 원진 26%, 안휘성래용광업유한공사 49%로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총 자본금은 1285만 위안(元·한화 약 25억원).
 
 이곳에서 생산된 석회석 중 연간 20만t은 장쑤성 장자강의 석회공장 ‘장가항원진공업재료유한공사’로 공급된다. 이 공장은 라이롱 광산의 석회석을 원료로 연간 10만t의 생석회를 생산해 장자강의 ZPSS에 공급한다.
 
 이후 ZPSS에서 스테인리스강 생산 중 발생하는 집진분 폐기물을 받아 일명 地金(지금) 형태의 ‘페로니켈’과 ‘페로크롬’을 연간 약 3만t 생산해 다시 ZPSS로 공급한다. 석회석 생산에서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스테인리스강 생산의 全(전) 과정이 중국 현지에서 일괄 진행되는 셈이다.
 
계속...

월간조선 2009년 5월호 (기사 全文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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