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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700㎞의 철도시대 준비하는 곳 - 한국철도대학ㆍ한국철도기술연구원

사회

by 김정우 기자 2010. 5. 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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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 21세기는 철도 전성시대 (10) 한국철도대학ㆍ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전 세계 철도시장 규모는 조선산업의 1.5배 수준. 한국의 조선산업 경쟁력은 세계 1위, 국내 조선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 50% 넘어. 그러나 철도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0.1%

⊙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환경에서 교육하는 한국철도대학
⊙ 총 졸업생 수는 약 3만명, 전체 졸업생 중 1만여 명 한국철도산업에 종사
⊙ 한국형 KTX II 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
⊙ 한국은 철도분야에서 충분히 세계 1위 가능성이 있어


철도운전기전과 3학년 최욱씨가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교육을 받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월암동 경부선 철로변, 과천-의왕 간 고속화도로를 벗어나 의왕역 방면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철도’라고 적힌 표지판이 곳곳에 보인다. 한국철도대학,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로템연구단지, 철도인재개발원, 철도박물관 등 한국 철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産學硏(산·학·연) 기관들이 위치한 이곳은 ‘철도 클러스터’로 불릴 만큼 한국의 철도 인프라가 밀집돼 있다.
 
 한국철도대학(총장 崔然惠·최연혜)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원장 崔成圭·최성규)은 철도분야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이란 핵심 과제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철도대학은 이론과 실무 교육을 통해 철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첨단·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철도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 한국철도대학 ■
 
 
한국철도대학 건물.

 “3번선 출발 진행! 신호기 40 주의! 출입문 소등!”
 
 철도운전기전과 3학년 崔旭(최욱·25)씨가 큰 소리로 외치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사당역을 출발한 지하철 4호선 4539호 열차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최씨의 손과 입은 더욱 바빠진다.
 
 “정시 도착! 출입문 점등! 정시발차!”
 
 군 시절 復命復唱(복명복창) 느낌을 주는 이들의 구호(喚呼·환호)와 손짓(指摘·지적)이 운전실을 가득 덮은 사이, 어느새 열차는 선바위역을 향하고 있었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드러난 밝은 햇빛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50분쯤 지나 목적지에 도착한 최씨가 문을 열고 내렸다. 그가 선 곳은 차량기지나 역 플랫폼이 아니라 철도대 실습실 내부였다.
 
 “‘FTS(Full Type Simulator)’란 이름의 시뮬레이터입니다. 실제 열차 운전 환경과 똑같이 만들어졌죠. 勾配(구배·기울기)와 곡선 수치, 속도, 정차 위치 등 실제와 똑같은 데이터가 모니터에 표시됩니다.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죠.”
 
 金仁鐵(김인철) 운전기전기능 교수의 설명이다. 실습실 한편에 KTX 로고가 새겨진 FTS가 보였다. KTX 운전실과 똑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이 시뮬레이터에선 KTX 운전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김 교수의 설명이다.
 
 “KTX 기장이 되려면 3년 이상 기관사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일반 학생들도 KTX 운전을 체험할 수 있죠.”
 
 운전석은 실제 KTX와 똑같다. 각종 계기판은 실제 모양으로 제작됐고, 기관사의 졸음방지를 위해 5초 이상 손을 떼면 경고음이 울리는 안전장치도 구비돼 있었다. 운전 실습을 마친 학생들은 ‘전동차교수제어대’로 자리를 옮겨 고장발생 상황 등에 대해 대처를 해야 한다.
 
 최욱씨가 앉은 자리의 모니터엔 “TC차 BatKN1 트립으로 103선 가압불능”이란 고장명이 표시돼 있었다. 조치 허용시간은 5분, 실제 조치시간은 1분30초로 ‘정상처치’ 완료됐다. 운전부터 고장까지 실제 운행 중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실습하고 있었다.
 
 
 도면 하나 없이 눈도장으로 제작
 
실습관 복도 모습. 지하철 내부 모습으로 꾸며놓았다.

 한국철도대학은 현재 5대의 FTS와 20대의 PTS(Personal Type Simulator·개인용 시뮬레이션 시스템)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국내 IT기술을 도입해 만든 장비로, 실습을 통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철도운전기전과 安勝虎(안승호) 교수의 말이다.
 
 “2001년에 독일의 한 중장비 제조사에 우리 교수진이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노트북 모양의 시뮬레이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처음 봤죠. 게임기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직접 운전하는 느낌이 나도록 했더군요. 우리는 속으로 외쳤죠. ‘바로 이거다’ 하고 말입니다.”
 
 교수들은 귀국 후 곧바로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의 앞선 IT기술이 적극 활용됐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풍경은 진짜 운전실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고, 실제 계기판과 운전장비를 설치해 현장성을 높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PTS다. 안 교수는 “선진 기술을 눈으로만 견학하고 와 도면 하나 없이 더 고급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無(무)에서 有(유)를 창조해냈어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냈죠. 몇 년 후, 독일의 그 회사에서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실습실에 설치된 PTS를 보더니, 자기들이 배워야겠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철도대학은 총 4만6900㎡(1만4180평) 부지에 본관, 철도벤처타운, 실습관, 전산관 등 8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학생수는 514명으로, 이들은 운수경영과, 경영정보과, 운전기전과, 차량기계과, 시설토목과, 전기제어과, 차량전기과 등 7개 학과에 소속돼 해당 분야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받고 있다.
 
 철도차량기계과의 강주석 교수는 “철도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종합공과대학 수준의 학과로 구성돼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반 사람들은 ‘철도’라고 하면, 레일 깔고 열차가 달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차량 운전 외에도...

계속...

월간조선 2009년 7월호 (기사 全文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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