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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너텍 게이트’ 어디까지 번지나

김정우 기자 2009.01.15 23:49

지식경제부·군인공제회·중부발전·강원랜드… 관계자들 줄줄이 구속

로비 혐의 받았던 金永哲 前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검찰 수사 앞두고 자살
케너텍: “회사의 성장배경은 기술 경쟁력과 영업력, 특혜나 배후 없었다” 주장


金正友 月刊朝鮮 기자 (hgu@chosun.com


지난 3월 3일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 받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화장실에서 목을 맨 남성의 시신을 확인했다.
 
  이날 집엔 그의 아버지와 아내, 딸 등이 있었다. 별다른 외상이나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가족들은 그가 전날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들었고,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안방 서랍장 위에서 A4용지 한 장이 발견됐다. “여보 사랑해, 미안해. 힘들어서 먼저 갑니다.”
 
  故人(고인)의 이름은 金永哲(김영철·61), 사망 일주일 전까지 그의 직함은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차관급)이었다. 1972년 행정고시를 합격한 후 30여 년 동안 상공부와 대통령비서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해온 김씨는 2002년 7월부터 2005년 8월까지 한국중부발전 사장을 역임했다. 검찰은 그가 재임 당시 케너텍이란 에너지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을 최근 포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검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가 사망하자 당혹스러워 했다. 김씨에게 소환통보를 하거나 내사 중이라고 발표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아직 혐의 사실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고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행사 참석차 대전을 방문 중이던 韓昇洙(한승수) 국무총리는 보고를 받은 후 한참 동안 할말을 잊은 채 침통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김씨의 사인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그가 죽음으로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었을까. 그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케너텍은 어떤 회사일까.
 
 
  승승장구 속의 끝없는 의혹
 
  케너텍(대표 정복임)은 자본금 67억원에 임직원 수 239명의 에너지절약 시스템 전문 중소기업이다. 1997년 9월 24일, ‘고신엔지니어링’이란 이름으로 자본금 5000만원에 회사가 설립됐다. 2000년 1월 ‘케너텍’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2003년 5월 코스닥에 등록됐다.
 
  회사는 이때부터 乘勝長驅(승승장구)했다. 상장 6개월 후인 12월, 군인공제회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9억7200만원을 케너텍에 투자했다. 다음해 11월엔 서울 사당지구 區域(구역)전기사업자로 선정됐다. 2005년 7월, 케너텍은 자산 1400억원 규모의 대전열병합발전소를 포스코건설, 조선내화와 함께 인수했다. 그리고 2년 뒤 지분 전량을 매각해 114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5월, 케너텍은 인도네시아 에너지그룹인 누안사(NUANSA)와 ‘직접석탄액화(DCL) 기술을 이용한 석유 생산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후 11월까지 한국전력, 포스코건설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인도네시아 석탄개발 사업에 관한 MOU를 연달아 체결했다.
 
  케너텍은 상장 5년 만에 자산 2000억원, 연매출액 950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많은 의혹 속에 이 회사와 인연을 맺었던 관련자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구속되고 있다. 구속된 인사들의 면면은 강원랜드 시설개발팀장, 지식경제부 사무관, 前(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 케너텍 회장 등 각양각색이다. 큼직한 거래 뒤엔 관계자들의 검찰수사와 구속이 뒤따랐다.
 
  시작은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였다. 당시만 해도 ‘곁가지’에 불과했던 케너텍 수사는 새로운 관련자와 사건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져 나와 이젠 ‘케너텍 게이트’란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2008년 8월 2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강원랜드 비자금설과 관련해 케너텍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입수된 회계장부와 메모를 통해 케너텍이 68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활동을 벌인 단서를 잡아냈다.
 
  사흘 후인 8월 29일, 강원랜드의 전 시설개발팀장 김모(56)씨가 구속됐다. 강원랜드 열병합발전시설 공사 수주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작성해 케너텍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에너지합리화 자금 97억여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8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였다.
 
  9월 2일, 검찰은 금품 수수 혐의와 관련, 鄭長燮(정장섭·60)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의 서울 삼성동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9월 3일, 검찰의 강원랜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경영기획팀·재무기획팀·회계팀 등에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검찰은 강원랜드의 자금 흐름을 집중 추적했다.
 
 
  朴仙淑 민주당 의원 : “韓昇洙 총리 중앙亞 순방 時 케너텍 관계자 동행”
 
  9월 9일, 케너텍 李相善(이상선·61) 회장과 지식경제부 이모(52) 사무관이 각각 뇌물공여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회장은 10일 전 구속된 김씨에게 8500만원을 준 혐의와, 2004년 11월 구역형 집단에너지사업(CES) 허가와 관련해 이 사무관에게 1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9월 20일엔 金勝廣(김승광·74)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케너텍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004년 3월 케너텍으로부터 자금투자 및 열병합발전설비 공사수주와 관련해 회사 주식 3만주를 받은 혐의다.
 
  9월 30일, 韓秀洋(한수양·63) 포스코건설 사장이 국내외 에너지 사업 공동 추진 등의 청탁과 함께 케너텍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대검 중수부는 11월 4일에 한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10월 1일, 케너텍으로부터 사업수주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정장섭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이 구속됐다. 이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철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검찰이 소환 조사할 것이란 추측과, 후에 사법 처리되면 李明博(이명박) 정부 고위공무원으로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사무차장은 의혹이 일던 당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말씀드릴 게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제 말이 (혐의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0월 2일, 김 사무차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다음날 사표가 수리됐다.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朴仙淑(박선숙) 의원이 지난 5월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한승수 총리를 수행한 경제인단 선정과정의 문제점과, 김영철 사무차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趙重杓(조중표) 국무총리실장에게 질의 중 “한 총리가 순방을 갈 때 경제인단 64명 가운데 케너텍 관계자(이상선 회장)가 포함돼 있었다”면서 “(회사의)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특이하다”고 했다. 또 “케너텍의 주가가 총리 순방 당시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나흘 후, 김영철 사무차장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방위적인 로비의혹이 끊이지 않는 케너텍, 그 의혹의 열쇠는 현재 구속된 이상선 회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씨는 각종 언론과 대외 자료에서는 ‘회장’이란 직함으로 등장하지만, 회사 등기에는 그의 이름이 없다. 케너텍 측은 이씨가 기술 및 영업에 대한 고문 역할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고신열관리와 케너텍의 ‘알 수 없는 관계’
 
정복임 현 케너텍 대표이사.

  현재 케너텍의 대표이사 및 대주주는 鄭福任(정복임·53) 사장이다. 연세대 간호학과 출신으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수간호사로 근무하다 1997년 9월 케너텍의 전신인 고신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당시 정씨의 직책은 감사였고, 1999년 2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복임 사장은 2005년부터 여성 CEO 중 코스닥 보유 주식 순위 1~2위로 꼽히고 있다. 올해 4월엔 한 주간지가 뽑은 ‘한국 100대 CEO’에 선정됐다.
 
  여론은 현재 이상선 회장이 故(고) 李在晩(이재만) 전 의원의 아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950년까지 주식회사 조선제유공업이란 기업을 운영했던 이 전 의원은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재정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이 됐다. 그는 1년 후 치러진 총선에 공화당으로 출마해 당선, 이후 산업기술개발본부 회장, 농업기술연수회장, 기업경영진단사협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과학기술교육진흥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80년 5월, 이 전 의원은 열관리기기 제조판매업체인 ‘고신열관리’를 설립한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상선 회장이다. 고신열관리는 1992년 5월에 부도가 났고, 같은 해 12월 23일부터 정리절차에 들어갔다. 1994년 3월 30일 정리계획 인가가 났지만 결국 1998년 8월 문을 닫았다.
 
  그런데 고신열관리와 케너텍(고신엔지니어링)은 회사명, 주소, 전화번호, 업종, 임원이 모두 같거나 비슷하다. 본점이 모두 서울시 여의도의 한 빌딩에 위치하고 있다. 지점과 공장도 각각 포항과 수원의 같은 주소지로 돼 있다. 회사 전화번호도 같다. 고신열관리의 각종 의장등록권과 실용신안등록권을 비롯해 연구용역 과제들이 케너텍으로 이전됐다고 전해진다.
 
  고신엔지니어링 설립 당시 대표이사는 이상선 회장의 아내이며, 이 회장 부부와 현재 케너텍 대표이사인 정복임 사장은 같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선 회장의 여동생은 정 사장과 같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정 사장이 수간호사로 있었던 병원에 근무 중이다. 이상선 회장의 아내와 동생이 모두 정 사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선 회장의 여동생에게 답변을 듣기 위해 몇 차례 직장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는 “바쁜 일정 때문에 통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직접 찾아가 “이 회장에게 정 사장을 소개시켜준 당사자가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는 “이 회장의 일에는 전혀 관련된 바가 없고, 아는 것도 없다”고 답했다.
 
  고신열관리 대표이사였던 이모(58)씨는 케너텍 설립 초기 생산본부장(이사)으로 근무했다. 고신열관리 이사였던 김모(52)씨는 현재 케너텍 감사 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들의 약력 중 고신열관리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간동아> 2008년 11월 11일자(660호) 보도에 따르면, 고신열관리의 대여금 채권을 인수한 동양파이낸셜은 2005년 10월 케너텍을 상대로 약 36억원 규모의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동양파이낸셜 측의 한 관계자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케너텍은 고신열관리라는 회사가 있던 그 자리에 법인 번호만 다르게 세워진 회사다. 직원들은 물론 기존 거래처도 그대로 넘겨받았다. 채무만 넘겨받지 않았다. 그래 놓고 제삼자를 내세워 영업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해 기업을 세탁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케너텍, 정부 지원금 2000억 이상 받아”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1심 재판에서는 케너텍이 승소했다. 동양파이낸셜 측은 판결에 대해 불복,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케너텍은 고신열관리와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상관이 없는 회사이며, 이상선씨는 30년 동안 연소사업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회사는 이씨에게서 연소기술에 대한 도움을 받았을 뿐 회사 설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동양파이낸셜 담당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회사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니며, 다만 동양파이낸셜 입장에선 일이 커지는 것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 공식입장 표명은 어렵다”고 했다.
 
  케너텍은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미스터리’한 행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를 전후로 국회의원들의 의혹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鄭泰根(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에너지 관련 카르텔인 ‘블랙 네트워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케너텍은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에너지 정책의 모범 사례였으나, 결국 블랙 네트워크로 채워져 있었다”면서, “향후 이명박 정부 5년간 막대한 규모로 투입될 에너지 관련 정책 자금이 성과 없이 특정 기업을 배 불려 낭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승광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정 의원은 지난 9월 17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케너텍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정 의원은 “케너텍이 2007년도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융자 중 가장 큰 규모의 금액이 지원됐는데,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함께 융자를 받은 케너텍의 자회사인 L사와 C사도 마찬가지로 실태조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틀 후인 9월 19일, 李載勳(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34건의 융자 지원이 케너텍에 있었고, 21건에 대해 사후관리 실태조사가 이뤄졌으며, 그중 6건은 현장조사가 실시됐다”면서, “케너텍의 실태조사는 전체 평균치보다 높으며, 위법부당한 자금 지원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10월 13일, 한나라당 李達坤(이달곤) 의원은 ESCO에 대한 지원사업이 삼성에버랜드와 케너텍 2개사에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8년 반 동안 162개 업체가 총 1조403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이중 삼성에버랜드가 2076억원으로 전체의 20%, 케너텍이 1369억원으로 13.2%를 차지했다.
 
  지원을 받은 162개 업체 중 95개 기업은 사업을 중도에 포기, 사업포기율이 59%에 이른다. 이 의원은 “지원금액은 늘었지만 사업 업체 수는 점점 줄고 있다”면서 “반면 일부 업체에 지원이 편중되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너텍의 입장
 
정장섭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

  한나라당의 金起炫(김기현) 의원은 지난 10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케너텍에 대한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들의 지원규모가 2065억7164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산업기술평가원부 등 지경부 산하기관들은 60차례에 걸쳐 총 1568억원을 케너텍에 지원했다. 이 외에도 한국전력공사가 ‘하이브리드 SCR 탈질 시스템 개발’에 약 17억원, ‘중국 화력발전소 탈질설비 시험사업’에 약 27억원을 케너텍에 지원했고, 중부발전은 서천 12호기 질소산화물 저감설비에 약 160억원, 인천 12호기 질소산화물 저감설비에 약 112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일반 중소기업들은 1000만원도 빌리기 어려운 실정에서 유독 지경부 산하기관들이 앞다퉈 특정회사 지원하기에 나선 것은 참으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면서 “지원액수만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케너텍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자금 지원은 모두 회사의 기술력과 영업력으로 심사를 통과하여 받았으며, 특혜 및 배후는 없었다”고 답해 왔다. 케너텍 측의 답변이다.
 
  “ESCO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에너지절감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국가가 장려하는 사업이다. 당사(케너텍)는 국내 최초로 아파트 소형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도입, 전국에 보급 및 활성화했다. 타사 대비 우월한 기술력과 영업으로 2008년 10월말 기준 전국 40개 단지에 소형 열병합 발전 최다 실적을 갖고 있다.
 
  현재 ‘소형 열병합발전시스템 ESCO 투자사업에 대한 적격심사기준’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금은 금융기관의 심사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특혜나 배후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삼성에버랜드와 함께 지원금이 편중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2007년 이전까지는 ESCO 자금이 선착순 배정으로 조기에 소진됐다”며 “케너텍의 사업 특성상 여름철에 난방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연초 계약체결이 돼 ESCO 자금 신청을 조기에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케너텍 측은 시장원리와 회사의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중 하나인 ‘축열식 연소시스템’의 국산화 성공, 국내 최초 ‘소형 열병합발전 시스템’ 도입, ‘목질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국내 최초 도입 등 다양한 기술 도입과 발 빠른 사업다각화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것이다.
 
  케너텍은 일부 관계자들의 구속 및 소환에 대해서는 “회사 급성장 과정에서 관련 업계에 금품을 전달했음은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이는 영업상의 일반적 범위였다고 생각된다”고 밝혀왔다. 또 “회사의 성장 과정을 로비와 연계하는 것은 회사 임직원들의 피와 땀, 노력의 결과를 구름 속으로 날려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케너텍의 사외이사 중 김모(61)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었다. 지금은 모 정부부처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주간동아> 2008년 11월 4일(659호)자는 “이 회장이 동갑내기인 김씨를 직접 영입했고, 이 회장의 인맥이 정재계 인사들과 정부 사정기관 최고위급 인사까지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現 정부 정책자문위원, 사외이사에서 중도 퇴임
 
  김 교수는 이 보도가 나간 사흘 후인 11월 7일 사외이사에서 중도 퇴임했다. 퇴임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다. 정확한 퇴임 사유를 묻기 위해 김 교수의 휴대전화로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는 계속 꺼져 있었다. 김 교수는 현재 소속 대학에서 안식년을 얻은 상태다.
 
  케너텍의 공동대표인 辛東午(신동오) 사장은 1968년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1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사망한 김영철 전 사무차장은 1년 뒤인 1969년에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 12회 행정고시를 통과했다. 둘은 상공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고, 또 서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구속된 이상선 회장과 신동오 사장, 김영철 전 차장은 모두 1947년생 동갑이다.
 
  신동오 사장은 김 전 차장과의 관계에 대해 “김 전 차장은 상공부에서 20여 년, 신 사장은 상공부 및 중소기업청에서 28년간 공직생활을 해 직장동료로서 잘 아는 사이이나, 금품로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그의 사망에 대해선 전 직장 동료로서 애석한 심정”이라고 알려 왔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김영철 전 차장은 생전에 ‘완벽주의자’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知人(지인)은 김씨에 대해 “항상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 했고, 가족을 끔찍이 아꼈다”며 “미국에서 공부 중인 아들에게서 사흘 이상 연락이 안 되면 안절부절못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또 “올해 초 좋은 인연이 돼 좋은 자리(국무총리실 사무차장)를 잡았다며 함께 축하해줬는데, 이런 불상사가 생겨 안타깝다”고 했다.
 
  김 전 차장의 동생은 현재 강원도 모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에게 형의 자살 사건에 대해 묻자 “현재로선 어떤 의혹이나 배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숨겨진 진실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는 것이 없어 안타깝지만 답변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의 사위는 현직 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의 지인들 사이에선 “김 전 차장이 사위 보기 부끄러워서 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평소 강직한 성격으로 알려졌던 그에게 로비혐의가 제기돼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난 7월 29일 독도를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왼쪽 두번째)은 한 총리를 항상 최측근에서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韓昇洙 총리와 金永哲씨는 ‘죽어서도 못잊을’ 관계
 
  김 전 차장의 사망 직후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인연이 화제가 됐다. 김 전 차장은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한 총리가 상공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1988년 12월~1990년 3월) 김 전 차장은 장관 비서관(1989년 2월~1990년 4월)으로 재직했고, 한 총리가 대통령 비서실장(1994년 12월~1995년 12월)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를 청와대로 데려가 청와대 비서실장 비서관(1995년 1월~1996년 1월)으로 근무했다. 한 총리가 근무지를 옮기면서 그를 데려간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가까웠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 총리가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물러났을 때 김 전 차장은 청와대에 그대로 남아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실 정무비서관(1996년 2월~1998년 2월)을 지냈다. 김 전 차장이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무수석실로 자리를 옮길 때 비서실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한 총리가 당시 李源宗(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그를 천거했다고 한다.
 
  김 전 차장은 지난 2002년 7월에서 2005년 8월까지 한국중부발전 사장직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으나 한 총리와의 인연으로 올 2월 다시 공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인은 “김 전 차장은 기수(행정고시)로 따지면 차관급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현직의 동기들은 대부분 장관급이다. 그런데 한 총리의 부름을 받자 두말 없이 사무차장(차관급) 자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살아생전 김 사무차장은 지인들에게 “내가 죽어서도 못 잊을 고마운 세 분이 있는데 金正濂(김정렴)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원종 전 수석, 그리고 한승수 총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차장은 공직 사회에서 실력을 꽤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증언에 의하면, 1970년대 초 朴正熙(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정렴 비서실장에게 ‘청와대에 군 출신이 너무 많다’며 행정고시 출신을 뽑으라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행정고시 합격생 중 성적 5등 이내의 우수한 인사들이 청와대로 뽑혀 오게 됐는데, 그중 한 명이 김 전 차장이었다. 이 전 수석은 김 전 차장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 본 공무원 중에 가장 겸손하고 진지하며 소명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그의 말이다.
 
  “사람이 진지하고 참 성실했어요. 문제의식도 있었고, 남의 의견을 인정할 줄도 알았습니다. 소명감이 있어 아부도 하지 않았어요. 대한민국 공무원이 모두 김 전 차장만큼만 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그 사람 성품으로 보자면 (그의 사망은) 뭔가 구조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 봐요.”
 
  이 전 수석은 “그저 힘든 고비 잘 이겨낸 후 세상 등지고 조용히 지낼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자살사고가 발생해 몹시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死者(사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수사는 계속되고 있고,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고구마줄기’는 계속 전방위로 그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김 전 차장이 죽음으로 지키려고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 케너텍 사건 주요 일지
 
  2008년
  5월 11일    한승수 총리 중앙아시아 순방 동행 경제인단에 이상선 케너텍 회장 포함됨.
  8월 26일    검찰, 케너텍 서울사무소 압수수색.
  8월 29일    강원랜드 전 시설개발팀장 김모(56)씨 구속(배임수재 혐의).
  9월 2일    검찰, 정장섭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
  9월 3일    검찰, 강원랜드 압수수색.
  9월 9일    이상선 케너텍 회장, 지식경제부 이모 사무관 구속(각각 뇌물공여뇌물수수
              혐의).
  9월 17일    정태근 의원(한나라당),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ESCO의 케너텍 지원에
              의혹 제기.
  9월 20일    김승광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구속(배임수재 혐의).
  9월 28일    <일요신문>, “케너텍 ‘비자금 X파일’ 단독 추적” 기사에서 ‘현직 차관급
              고위공무원 A씨’(김영철 사무차장)에 대한 의혹 제기.
  9월 30일    <동아일보>, 검찰의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금품수수 혐의 수사 보도.
              대검 중수부의 케너텍 수사 보도에서 ‘현직 차관급 공무원 김모(김영철
              사무차장)씨’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함.
  10월 1일    정장섭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 구속(배임수재 혐의).
  10월 2일    김영철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사의 표명.
  10월 3일    김 사무차장 사표 수리.
  10월 6일    박선숙 의원(민주당), 국감에서 한 총리 중앙아 순방 수행에 동행한
              경제인단 선정에 대한 문제 제기 중 김 전 사무차장 거론.
  10월 7일    <조세일보>, 박 의원의 발언 내용 보도.
  10월 10일    김 전 사무차장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자살로 추정).
  11월 4일    대검 중수부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소환 조사.
              <주간동아>, 케너텍 사외이사 김모 교수에 대한 의혹 제기.
  11월 7일    김 교수 사외이사에서 중도 퇴임.


월간조선 2008년 12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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