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T
"모든 기업이 미디어화한다" - 이상석, 안준희, 이지만
김정우 기자
2013. 11. 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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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 《워싱턴포스트》가 팔렸다. 136년 역사의 미국 신문 ‘상징’이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Bezos)에게 매각된 것이다. 인수비용은 2억5000만 달러(약 2786억원), 20년 전 《뉴욕타임스》가 《보스턴글로브》를 11억 달러에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헐값이나 다름없다. 재산이 232억 달러에 이르는 베조스는 그중 단 1%로 ‘전설적인 신문’을 ‘개인적으로’ 산 셈이다.
‘충격적 사건’의 배후와 이유에 대해 수만 가지 분석이 쏟아졌다. 분명한 사실은 거대 미디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괴짜(geek)들과 천재(guru)들이 창조해 낸 온갖 종류의 ‘뉴미디어’는 그 장벽을 넉넉하게 뛰어넘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올드미디어’의 미래는 상당히 어두워 보인다.
2008년까지만 해도 한국인 대다수는 스마트폰을 접해보지 못했다. 페이스북(Facebook)을 몰랐으며, 그런 것들을 가지고 떼돈을 벌 줄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불과 5년 사이에 국내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3000만명을 넘겼고, 이 중 3분의 1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페이스북의 전 세계 사용자는 10억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5년 후엔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올까.
지난 8월 8일, 흥미로운 모임이 있었다. 스마트미디어 시대 3대 매체인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스마트TV를 각자 대표하는 CEO 세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상석(李相錫·35) 이노버즈미디어 대표, 안준희(安埈熙·31) 핸드스튜디오 대표, 이지만(李智滿·29) 블링크팩토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자생적으로 자란 벤처기업이란 점이다. 크게 눈치 볼 대상이 없는 젊은 CEO들의 대화엔 거리낌이 없었다.
이상석 이노버즈미디어 대표
“모든 기업이 미디어化한다”
“온라인의 거대한 흐름이 ‘검색’에서 ‘소셜네트워크’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현재 글로벌 통계를 보면, 전체 웹사이트의 50% 이상이 검색 대신 소셜네트워크에 첨부된 링크를 타고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상석 대표는 검색 시대의 강자는 네이버(Naver)나 다음(Daum) 같은 포털이었지만, 소셜네트워크 시대는 결국 누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본질을 아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SNS가 나오기 이전엔 특정 미디어가 여론을 조성하거나 주도할 수 있었지만, SNS가 발달한 사회에선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기업이 미디어화(化)하는 시대입니다. 이는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들이 각자 회사 내에 《조선일보》와 같은 매체를 하나씩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엔 신제품이 나오면 프레스 릴리스를 통해 어떻게든 기사를 내려고 했지만, 이젠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픈하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100대 기업 중 95%는 자사(自社)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약 4000개 기업이 SNS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위 100대 기업은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상석 대표가 2007년 세운 이노버즈미디어는 국내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선두주자다. 삼성, SK, KT&G, 두산 등 굴지의 기업들의 소셜미디어는 이 회사의 컨설팅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소셜미디어 마케팅 사례의 대부분이 이들의 작품이다. 연매출은 100억원이 넘는다.
이노버즈미디어가 컨설팅한 삼성그룹 페이스북은 현재 180만명 이상이 구독 중이다. 이는 180만이란 숫자의 잠재적 독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곳에 올라오는 포스트(post・게시물)엔 평균 1000건 가까운 ‘좋아요’와 수십 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나 댓글을 달면, 각 개인의 친구들에게도 포스트가 전송되기 때문에 도달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2년 전 처음 컨설팅을 시작할 땐 삼성도 반신반의(半信半疑)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제대로 된 선택을 한 셈이죠. 예전엔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기사 하나 내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잘 만든 SNS 하나로 수백만 또는 그 이상의 독자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전파합니다. 삼성의 경우 포스트 하나 올리면 잠재적 고객들이 알아서 다 퍼갑니다. 진정한 의미의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미디어 생태계가 확실히 바뀐 거죠.”
SNS, ‘나 중심’에서 ‘남 중심’으로
이 대표는 국내 대다수 언론사가 SNS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이나 방송으로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전파’만 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언론사들은 기사 요약한 내용에 링크만 첨부해서 내보내려고 합니다. 잘될 리가 없죠. 예를 들어 《조선일보》에서 다 볼 수 있는 기사를 페이스북에서 다시 구독하려고 할까요? 이용자들은 그냥 《조선일보》 앱을 켜거나 조선닷컴에 가서 보지, 굳이 페이스북에서 다시 링크 타고 갈 이유가 없죠. 언론사 페이스북을 보면 그 인지도나 명성에 비해 구독 숫자나 반응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독자들이 언론사의 페이스북 포스트를 스팸(spam)으로 넘겨버리는 순간, 그 언론사의 신뢰도도 함께 떨어집니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죠.”
언론사 SNS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이 대표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독자가 지면으로 보는 것과 화면으로 보는 게 다르듯, SNS로 보는 행태도 크게 달라졌다. 이용자 다수가 SNS를 모바일로 이용한다. 콘텐츠의 가치와 질(質)에 대한 기준이 바뀔 수밖에 없다.
“소셜미디어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따로 만들거나, 기존 콘텐츠를 잘 선별해 완전히 재구성해야 합니다. 언론사들은 자사 웹사이트 트래픽에 집착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SNS에 기사 링크를 걸어 웹사이트 페이지뷰(방문자 수)만 높이려고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SNS는 그 안에서 해결하게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모바일의 발달은 직관적인 정보전달을 요구한다. 스마트폰을 든 사람은 PC 화면 앞에서만큼 집중하지 않는다. ‘피드(feed)’란 이름으로 나열된 여러 콘텐츠를 밀어올리며 훑어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볼 때 어떻게 보나요? 그냥 손가락으로 쓱 올립니다. 마우스로 클릭하고 스크롤(scroll)하듯이 심각하게 읽지 않아요. 콘텐츠의 소비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 SNS가 ‘나 중심’이었던 반면, 현재 SNS는 ‘남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스페이스(MySpace)나 싸이월드(Cyworld) 시절엔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친구 개개인의 미니홈피로 ‘파도타기’를 했지만, 현재의 모든 SNS는 ‘피드’ 개념으로 돌아간다. 페이스북에 들어서는 순간 ‘남의 콘텐츠’가 나열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아이디어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죠. 방대한 데이터를 보기 쉽게 피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PC 환경에선 피드 방식 자체가 큰 매력이 없었어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타임라인’과 ‘피드’ 방식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죠.”
“회 뜨듯 나온 콘텐츠가 유리”
SNS로부터 시작된 ‘피드’ 방식은 이제 온라인의 트렌드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Youtube)에도 타임라인이 생겼고, 언론사들도 피드 방식으로 모바일 웹과 앱을 구축했다.
“현재 언론사 웹사이트나 앱을 보면 편집자가 결정한 기사가 상위에 뜹니다. 그리고 실시간이나 일간·주간으로 인기 있는 기사를 내걸죠. 상호작용이 이뤄진 듯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많이 본 기사일 뿐입니다. 요즘 빠른 언론사의 첫 화면을 보면 ‘내 친구가 좋아한 기사’로 꾸며집니다. 웹 자체가 소셜라이즈(사회화)하는 겁니다. ‘큐레이션(curation)’이란 개념이 뜨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대표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며 “수십·수백 년간 학습된 콘텐츠의 개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축(軸)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얼마 전 ‘라면 상무’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기내에서 라면을 요구한 모 기업 상무를 풍자한 온갖 종류의 패러디가 나왔죠. 여기에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담겨 있습니다. SNS 이용자는 정갈한 기업 이미지를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과거엔 예쁘고 화려한 이미지로 홍보하는 게 정석이었는데, 소셜미디어에선 보다 아마추어적이고 직설적인 이미지가 먹힙니다. 젊은이들이 말하는 이른바 ‘짤방’과 같은 것이죠.”
‘짤방’은 ‘짤림 방지’의 준말로, 사진을 올려야 하는 갤러리 게시판에서 삭제당하지 않기 위해 올린 별 의미 없는 사진들에서 기원한 신조어다. 조악(粗惡)하고 엉성한 합성자료들이 많은데, 이 대표는 다른 매체와 달리 SNS에선 ‘짤방’ 수준의 이미지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다고 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가 달라졌습니다. 정성스레 요리한 생선구이보다 회 뜨듯 내어놓은 콘텐츠가 먹히는 시대죠. 요즘 잘나가는 기업 페이스북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신문지면이나 방송광고에선 상상도 못 하던 수준의 이미지가 쏟아지는데, 고객 반응은 훨씬 좋아요.”
5년 후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변화할지 물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사라질 수 있어도, 소셜미디어의 본질은 지속될 것”이라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든 브랜드의 원초적 비즈니스 방향이 소셜미디어와 접목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후를 보기 전에 5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시 국내에서 대표적인 SNS라 하면 싸이월드가 있었는데, 대부분 자신이나 친구들 사진 올리는 목적으로 사용했죠. 미니홈피에 기사 올리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내 일상을 공개하고 남의 일상을 보는 게 전부였던 환경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도입되면서 콘텐츠의 가치가 바뀐 겁니다. 5년이 지나면 지금의 가치도 또다시 여러 학습 단계를 거쳐 변화하겠죠. 사실상 ‘비욘드(beyond) 마케팅’ 시대가 열리는데, 자신의 비즈니스를 새로운 미디어에 어떻게 접목할지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방송에서 채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기존 방송의 콘텐츠 이동 방식은 ‘업 앤 다운(up and down)’, 즉 위아래로 채널을 움직이는 게 전부였습니다. 스마트TV 시대엔 ‘점프’로 바뀌게 됩니다. TV에 이승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다른 콘텐츠로 이동하게 되죠. 그 대상은 방송채널이 될 수도, VOD(주문형 비디오)나 사진 정보가 될 수도, SNS나 쇼핑몰이 될 수도 있습니다. TV 내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는 셈이죠.”
안준희 대표는 100년 가까이 지속한 방송의 구도가 수년 안에 큰 격변을 맞이한다고 확신했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방송 영역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특정인 또는 조직의 영향력 아래 있었지만, 스마트TV를 기점으로 방송시장 환경이 오픈되면서 그 주도권이 약화된다는 분석이다.
“누구든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방법대로 TV를 통해 서비스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이러한 개방성이 기존 TV와 스마트TV를 구별하는 기준입니다. 채널 싸움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대신 콘텐츠 자체가 중요해지죠. 요즘 젊은이들은 ‘11번(채널)’이나 ‘MBC(방송사)’가 아니라 그냥 ‘무한도전(콘텐츠)’을 얘기합니다.”
핸드스튜디오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TV 콘텐츠 기업으로, 현재 국내 스마트TV 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153개 국가에 200여 개의 앱을 서비스하며, 삼성전자, 휴맥스, EBS, NHN 등이 주요 고객이다. 설립 3년째인 지난해 연매출 30억원을 넘겼으며 올해 예상 매출은 60억원이다.
“스마트TV란 명칭이 나온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TV회사인 삼성과 LG가 이 사업에 집중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죠. 현재 이들이 제작하는 대부분의 TV는 이미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IT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스마트TV의 정점은 3~5년 후, 즉 2016년경부터 만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사에 스마트TV는 ‘위기’
인터뷰가 진행된 회의실 한편에 스마트TV가 걸려 있었다. 한쪽에 TV방송이 나오는 창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VOD 등 다른 콘텐츠로 채워져 있었다. 안 대표는 이를 두고 “가까운 미래에 대다수 사용자가 보게 될 화면”이라고 했다.
“현재 스마트TV를 켜면 제일 처음 나오는 화면입니다. VOD가 들어선 자리에 앱이 올 수도 있고, 소셜미디어가 자리할 수도 있죠. 지금 저 편성권은 TV제작사가 갖고 있죠. 그 틀에서 모든 게 움직이게 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포털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곳은 신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TV 시대가 열리면 방송사가 당할 차례인가요?
“스마트TV는 대다수 개인과 기업들에는 기회가 되겠지만, 방송사 입장에선 위기입니다. 당장 손해를 보는 일은 없겠지만, 산업 자체의 틀이 바뀌고 있습니다.”
IT 생태계는 크게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 분야로 나뉜다. 이를 ‘CPND’로 부르는데, 모바일에선 아이폰을 개발한 애플사(Apple社)가 처음으로 4개 분야를 모두 장악했다. 이후 구글과 삼성 등이 모바일 CPND 생태계의 패권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씨앤앰이나 티브로드와 같은 케이블업체, 삼성과 LG 등 TV 제작사, 휴맥스와 가온미디어 같은 셋톱박스 업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 등 주요 기업들이 모두 스마트TV 앱스토어 구축에 관심을 갖거나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방송계의 CPND 중 콘텐츠를 가진 방송사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죠.”
-최근 수년간 방송계의 화두였던 종합편성권이나 채널 순번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뜻인가요?
“TV 첫 화면이 스마트 형태로 바뀌었을 때, 채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외주프로덕션이 만든 VOD가 지상파 메인프로그램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오는 날이 곧 옵니다. 지금은 모든 자본이 방송사로 집중되지만, 이 플랫폼을 선점하는 곳으로 옮겨지겠죠.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떠나 이 변화를 가장 먼저 따라잡는 방송사가 살아남게 됩니다.”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의 연동
-TV에서 소셜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됩니까.
“스마트TV 제작사들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소셜미디어입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방송만 보려고 하지 않죠. 다른 수용자들의 반응을 함께 보고 그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지금은 TV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고 이러한 행위를 하는데, 언젠가 TV 속에서 직접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나 PC와 달리, TV는 ‘집단적 기기’란 특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은 개인별 맞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TV는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집단이 사용하는 특성상 스마트TV가 발전해도 콘텐츠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요.
“인간의 관점에서 TV는 이미 지난 100년간 학습된 기계입니다. 사람들은 TV를 보며 많은 행동을 한 적이 없죠. 그냥 틀어놓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TV에 적합한 콘텐츠가 분명 존재합니다. 스마트폰은 여러 카테고리 중 게임과 소셜네트워킹 분야가 가장 인기 있습니다. 스마트TV의 경우 동화와 피트니스가 검증된 분야입니다.”
안 대표가 올해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 내놓은 ‘돼지 삼형제’란 앱을 보면 스마트TV 콘텐츠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TV에서 시작된 동화는 이미지 형태로 한 장씩 넘어가며 진행된다. 늑대가 나와서 첫째 돼지의 집을 날려버릴 때, TV와 연결된 스마트폰에선 “직접 불어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이 결합한 컨버전스 모델입니다. 동화를 보던 아이가 직접 불게끔 상호작용을 유도한 거죠. 과거 ‘N스크린’이란 개념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기기로 공유했다면, 이제는 여러 기기에 맞춰 응용된 콘텐츠가 서로 연동하는 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안 대표는 “기업 입장에선 어떻게든 자사의 광고가 가정 한가운데 들어가게 하려 한다”며 “스마트TV가 발전하면 직접 광고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당장 수익이 없어도 선점을 위해 이 분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케이블TV 환경에선 홈쇼핑 채널권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자본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스마트TV가 발달하면 앱 하나로 사실상 24시간 라이브채널을 확보하게 되죠. 그것도 방송 중 바로 점프해서 넘어올 수 있는 쇼핑몰이 생기는 겁니다.”
TV 시청 행태는 크게 ‘린백(lean back·뒤로 누운)’과 ‘린포워드(lean forward·앞으로 숙인)’로 나뉜다. 과거 대부분 시청자는 ‘린백’해서 TV를 봤지만, 스마트기기가 발달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린포워드로 바뀐 것이다.
“스마트TV가 발달해도 TV는 여전히 ‘린백’ 방식입니다. 우리 회사의 철학은 린백 상태에서 다른 콘텐츠를 활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30~40명 규모밖에 안 되는 회사에 콘텐츠 기획부서를 따로 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스마트TV도 결국 누가 콘텐츠의 본질을 이해하느냐에 따라 패권의 향배(向背)가 달라지겠죠.”
이지만 블링크팩토리 대표
“모바일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웹은 넓게, 앱은 좁게.”
이지만 대표는 모바일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PC 환경의 웹사이트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나열한 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게 했지만, 모바일은 더 이상 잘게 쪼갤 수 없을 때까지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영화 예약할 때 네이버 영화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지하철노선도를 보려고 다음지도에 들어가지도 않죠. 기능은 포털이 만든 게 훨씬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곧바로 영화관 앱이나 지하철 앱에 접속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대표는 “PC의 철학과 스마트폰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얘기했다. PC는 ‘시작(start)’과 ‘끝(end)’이란 철학인 반면, 스마트폰은 ‘일시정지(pause)’와 ‘재개(resume)’의 철학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문서작업을 할 때, 우리는 PC를 켜고 워드프로세서를 ‘시작’합니다. 작업이 끝나면 저장한 후 ‘×’ 버튼을 눌러 ‘종료’하죠. 스마트폰은 달라요. 이메일 앱을 쓰다가 홈버튼을 누릅니다. ‘종료’가 아닌 ‘일시정지’예요. 다른 앱을 켰다가 이메일로 돌아오면 ‘재개’하는 거죠. 이 철학에 맞추려면 앱을 쪼개야 합니다.”
이 대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존의 PC 환경에 제공하던 웹사이트를 화면만 작게 줄여 ‘구겨 넣는’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맥락에 맞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바일은 PC와 완전히 다른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국세청 앱을 제작할 때, 처음 나온 안(案)은 국세청 홈페이지에 나오는 정보를 모두 모아 작은 화면으로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거의 모든 내용을 삭제했어요. 마지막에 남은 하나가 ‘연말정산’이었습니다. ‘연말정산 계산기’ 앱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전체 2위를 차지했어요. 총 1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정부 앱 중 최고 히트로 꼽혔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만든 결과죠.”
PC→인터넷→모바일
이지만 대표가 세운 블링크팩토리는 ‘브랜드(brand)앱’의 선두주자다.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기 전인 2009년 10월에 세워져 현대카드, 미래에셋, SM엔터테인먼트, 국세청 등 업종별 최상위 브랜드의 앱을 제작해 왔다. 이들이 제작한 앱들은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 입상하거나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을 기록해 관심을 모았다. 연매출은 약 30억원이다.
이 대표가 회사를 만든 계기는 2009년 초 실리콘밸리 근무 시절 처음 접한 아이폰 때문이었다. 그는 곧 1990년대는 ‘PC의 보급’, 2000년대는 ‘인터넷 확산’, 2010년대는 ‘모바일 혁명’이 온다고 전망, ‘브랜드앱’이란 콘셉트는 큰 성공을 거뒀다.
“스마트폰의 중요성은 이미 수많은 사례로 증명됐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앞서 안준희 대표가 언급했듯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이 서로 연동한 방식의 모델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 기기와 매체마다 맥락과 키워드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간파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스마트TV나 소셜미디어에 비해 스마트폰 앱 시장은 벌써 레드오션이 된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한 개인이 하루에 쓸 수 있는 미디어 소비의 총량이 있습니다. ‘24시간 중 5시간’ 이런 식으로 집계되죠. 과거엔 주로 신문과 TV였다면 지금은 모바일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의 관점에서 보면 3000만 대란 수치가 이미 포화 상태로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미디어 소비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모바일이 가져올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최근 ‘구글 글래스’가 공개되면서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안경도 있고, 시계도 나오는데, 아직은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봅니다. 기업의 관점에선 너무 선제적으로 전략을 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죠. 구글 글래스도 일단은 대중의 반응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형태가 어떻게 변화되든 모바일이란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미디어 소비 총량 변화에 주목해야”
스마트폰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이 대표는 “결국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모바일’ 자체의 특성”이라며 “미디어 소비 총량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거의 전 국민에게 보급될 줄 누가 알았습니까. 거대한 미디어의 바람이 흘러가는 방향을 알기 위해선 미세한 신호를 잘 감지해야 합니다.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냐, 또는 제3의 모델이냐, 이런 관점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모바일 자체의 특성이에요. 미디어를 소비하는 총량은 계속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수요와 시장은 계속 확장하고 있죠.”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국내 포털이 독점적 성격 때문에 최근 여론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모바일 관점에선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모바일에선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생 서비스들이 포털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겁니다. 모바일이 유선 인터넷의 트래픽을 점점 추월해가는 것도 좋은 기회요인입니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킹, 교육, 금융,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가 현재 앱스토어 매출 상위 순위에 안착한 상태입니다. 네이버 또한 지식검색, 통합검색 이후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었는데 라인(Line) 모바일을 통해 승부를 거는 모양입니다. 10여년만에 인터넷, 모바일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놓이게 됐네요.”
-스마트폰이 지금과 같이 스마트미디어의 중심이 될 것이라 봅니까.
“이분법적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미디어를 접속하는 기기가 무엇이 됐든 사람들은 더욱 편하고 빠른 수단을 개발하고 사용할 것입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트렌드도 계속 확장될 것이고요. 누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스마트하게’ 읽고 판단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월간조선 2013년 9월호
왼쪽부터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이지만 블링크팩토리 대표, 이상석 이노버즈미디어 대표. ⓒ서경리
‘충격적 사건’의 배후와 이유에 대해 수만 가지 분석이 쏟아졌다. 분명한 사실은 거대 미디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괴짜(geek)들과 천재(guru)들이 창조해 낸 온갖 종류의 ‘뉴미디어’는 그 장벽을 넉넉하게 뛰어넘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올드미디어’의 미래는 상당히 어두워 보인다.
2008년까지만 해도 한국인 대다수는 스마트폰을 접해보지 못했다. 페이스북(Facebook)을 몰랐으며, 그런 것들을 가지고 떼돈을 벌 줄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불과 5년 사이에 국내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3000만명을 넘겼고, 이 중 3분의 1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페이스북의 전 세계 사용자는 10억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5년 후엔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올까.
지난 8월 8일, 흥미로운 모임이 있었다. 스마트미디어 시대 3대 매체인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스마트TV를 각자 대표하는 CEO 세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상석(李相錫·35) 이노버즈미디어 대표, 안준희(安埈熙·31) 핸드스튜디오 대표, 이지만(李智滿·29) 블링크팩토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자생적으로 자란 벤처기업이란 점이다. 크게 눈치 볼 대상이 없는 젊은 CEO들의 대화엔 거리낌이 없었다.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매각된 《워싱턴포스트》의 지난 8월 6일자 1면.
스마트미디어 대표주자 3인이 전망한 뉴미디어의 미래
“여전히 방문자 수에 집착하는 언론사들… 뉴미디어 생태계 잘못 이해했다”
⊙ “스마트미디어의 핵심은 상호작용… ‘반응’을 읽는 미디어가 성공한다”
⊙ “포털이 불러온 신문사의 위기, 스마트TV가 몰고 올 방송사의 위기”
⊙ “모바일로 옮겨진 미디어 환경… 수단은 바뀌어도 본질은 지속된다”
“여전히 방문자 수에 집착하는 언론사들… 뉴미디어 생태계 잘못 이해했다”
⊙ “스마트미디어의 핵심은 상호작용… ‘반응’을 읽는 미디어가 성공한다”
⊙ “포털이 불러온 신문사의 위기, 스마트TV가 몰고 올 방송사의 위기”
⊙ “모바일로 옮겨진 미디어 환경… 수단은 바뀌어도 본질은 지속된다”
이상석 이노버즈미디어 대표
“모든 기업이 미디어化한다”
이상석 이노버즈미디어 대표. ⓒ서경리
“온라인의 거대한 흐름이 ‘검색’에서 ‘소셜네트워크’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현재 글로벌 통계를 보면, 전체 웹사이트의 50% 이상이 검색 대신 소셜네트워크에 첨부된 링크를 타고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상석 대표는 검색 시대의 강자는 네이버(Naver)나 다음(Daum) 같은 포털이었지만, 소셜네트워크 시대는 결국 누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본질을 아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SNS가 나오기 이전엔 특정 미디어가 여론을 조성하거나 주도할 수 있었지만, SNS가 발달한 사회에선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기업이 미디어화(化)하는 시대입니다. 이는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들이 각자 회사 내에 《조선일보》와 같은 매체를 하나씩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엔 신제품이 나오면 프레스 릴리스를 통해 어떻게든 기사를 내려고 했지만, 이젠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픈하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100대 기업 중 95%는 자사(自社)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약 4000개 기업이 SNS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위 100대 기업은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상석 대표가 2007년 세운 이노버즈미디어는 국내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선두주자다. 삼성, SK, KT&G, 두산 등 굴지의 기업들의 소셜미디어는 이 회사의 컨설팅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소셜미디어 마케팅 사례의 대부분이 이들의 작품이다. 연매출은 100억원이 넘는다.
이노버즈미디어가 컨설팅한 삼성그룹 페이스북은 현재 180만명 이상이 구독 중이다. 이는 180만이란 숫자의 잠재적 독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곳에 올라오는 포스트(post・게시물)엔 평균 1000건 가까운 ‘좋아요’와 수십 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나 댓글을 달면, 각 개인의 친구들에게도 포스트가 전송되기 때문에 도달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2년 전 처음 컨설팅을 시작할 땐 삼성도 반신반의(半信半疑)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제대로 된 선택을 한 셈이죠. 예전엔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기사 하나 내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잘 만든 SNS 하나로 수백만 또는 그 이상의 독자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전파합니다. 삼성의 경우 포스트 하나 올리면 잠재적 고객들이 알아서 다 퍼갑니다. 진정한 의미의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미디어 생태계가 확실히 바뀐 거죠.”
SNS, ‘나 중심’에서 ‘남 중심’으로
이 대표는 국내 대다수 언론사가 SNS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이나 방송으로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전파’만 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언론사들은 기사 요약한 내용에 링크만 첨부해서 내보내려고 합니다. 잘될 리가 없죠. 예를 들어 《조선일보》에서 다 볼 수 있는 기사를 페이스북에서 다시 구독하려고 할까요? 이용자들은 그냥 《조선일보》 앱을 켜거나 조선닷컴에 가서 보지, 굳이 페이스북에서 다시 링크 타고 갈 이유가 없죠. 언론사 페이스북을 보면 그 인지도나 명성에 비해 구독 숫자나 반응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독자들이 언론사의 페이스북 포스트를 스팸(spam)으로 넘겨버리는 순간, 그 언론사의 신뢰도도 함께 떨어집니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죠.”
언론사 SNS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이 대표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독자가 지면으로 보는 것과 화면으로 보는 게 다르듯, SNS로 보는 행태도 크게 달라졌다. 이용자 다수가 SNS를 모바일로 이용한다. 콘텐츠의 가치와 질(質)에 대한 기준이 바뀔 수밖에 없다.
“소셜미디어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따로 만들거나, 기존 콘텐츠를 잘 선별해 완전히 재구성해야 합니다. 언론사들은 자사 웹사이트 트래픽에 집착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SNS에 기사 링크를 걸어 웹사이트 페이지뷰(방문자 수)만 높이려고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SNS는 그 안에서 해결하게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모바일의 발달은 직관적인 정보전달을 요구한다. 스마트폰을 든 사람은 PC 화면 앞에서만큼 집중하지 않는다. ‘피드(feed)’란 이름으로 나열된 여러 콘텐츠를 밀어올리며 훑어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볼 때 어떻게 보나요? 그냥 손가락으로 쓱 올립니다. 마우스로 클릭하고 스크롤(scroll)하듯이 심각하게 읽지 않아요. 콘텐츠의 소비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 SNS가 ‘나 중심’이었던 반면, 현재 SNS는 ‘남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스페이스(MySpace)나 싸이월드(Cyworld) 시절엔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친구 개개인의 미니홈피로 ‘파도타기’를 했지만, 현재의 모든 SNS는 ‘피드’ 개념으로 돌아간다. 페이스북에 들어서는 순간 ‘남의 콘텐츠’가 나열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아이디어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죠. 방대한 데이터를 보기 쉽게 피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PC 환경에선 피드 방식 자체가 큰 매력이 없었어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타임라인’과 ‘피드’ 방식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죠.”
삼성그룹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미지들. 기존 언론매체 광고와 달리 사용자와의 공감을 극대화했다.
“회 뜨듯 나온 콘텐츠가 유리”
SNS로부터 시작된 ‘피드’ 방식은 이제 온라인의 트렌드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Youtube)에도 타임라인이 생겼고, 언론사들도 피드 방식으로 모바일 웹과 앱을 구축했다.
“현재 언론사 웹사이트나 앱을 보면 편집자가 결정한 기사가 상위에 뜹니다. 그리고 실시간이나 일간·주간으로 인기 있는 기사를 내걸죠. 상호작용이 이뤄진 듯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많이 본 기사일 뿐입니다. 요즘 빠른 언론사의 첫 화면을 보면 ‘내 친구가 좋아한 기사’로 꾸며집니다. 웹 자체가 소셜라이즈(사회화)하는 겁니다. ‘큐레이션(curation)’이란 개념이 뜨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대표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며 “수십·수백 년간 학습된 콘텐츠의 개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축(軸)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얼마 전 ‘라면 상무’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기내에서 라면을 요구한 모 기업 상무를 풍자한 온갖 종류의 패러디가 나왔죠. 여기에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담겨 있습니다. SNS 이용자는 정갈한 기업 이미지를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과거엔 예쁘고 화려한 이미지로 홍보하는 게 정석이었는데, 소셜미디어에선 보다 아마추어적이고 직설적인 이미지가 먹힙니다. 젊은이들이 말하는 이른바 ‘짤방’과 같은 것이죠.”
‘짤방’은 ‘짤림 방지’의 준말로, 사진을 올려야 하는 갤러리 게시판에서 삭제당하지 않기 위해 올린 별 의미 없는 사진들에서 기원한 신조어다. 조악(粗惡)하고 엉성한 합성자료들이 많은데, 이 대표는 다른 매체와 달리 SNS에선 ‘짤방’ 수준의 이미지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다고 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가 달라졌습니다. 정성스레 요리한 생선구이보다 회 뜨듯 내어놓은 콘텐츠가 먹히는 시대죠. 요즘 잘나가는 기업 페이스북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신문지면이나 방송광고에선 상상도 못 하던 수준의 이미지가 쏟아지는데, 고객 반응은 훨씬 좋아요.”
5년 후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변화할지 물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사라질 수 있어도, 소셜미디어의 본질은 지속될 것”이라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든 브랜드의 원초적 비즈니스 방향이 소셜미디어와 접목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후를 보기 전에 5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시 국내에서 대표적인 SNS라 하면 싸이월드가 있었는데, 대부분 자신이나 친구들 사진 올리는 목적으로 사용했죠. 미니홈피에 기사 올리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내 일상을 공개하고 남의 일상을 보는 게 전부였던 환경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도입되면서 콘텐츠의 가치가 바뀐 겁니다. 5년이 지나면 지금의 가치도 또다시 여러 학습 단계를 거쳐 변화하겠죠. 사실상 ‘비욘드(beyond) 마케팅’ 시대가 열리는데, 자신의 비즈니스를 새로운 미디어에 어떻게 접목할지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방송에서 채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서경리
“기존 방송의 콘텐츠 이동 방식은 ‘업 앤 다운(up and down)’, 즉 위아래로 채널을 움직이는 게 전부였습니다. 스마트TV 시대엔 ‘점프’로 바뀌게 됩니다. TV에 이승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다른 콘텐츠로 이동하게 되죠. 그 대상은 방송채널이 될 수도, VOD(주문형 비디오)나 사진 정보가 될 수도, SNS나 쇼핑몰이 될 수도 있습니다. TV 내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는 셈이죠.”
안준희 대표는 100년 가까이 지속한 방송의 구도가 수년 안에 큰 격변을 맞이한다고 확신했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방송 영역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특정인 또는 조직의 영향력 아래 있었지만, 스마트TV를 기점으로 방송시장 환경이 오픈되면서 그 주도권이 약화된다는 분석이다.
“누구든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방법대로 TV를 통해 서비스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이러한 개방성이 기존 TV와 스마트TV를 구별하는 기준입니다. 채널 싸움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대신 콘텐츠 자체가 중요해지죠. 요즘 젊은이들은 ‘11번(채널)’이나 ‘MBC(방송사)’가 아니라 그냥 ‘무한도전(콘텐츠)’을 얘기합니다.”
핸드스튜디오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TV 콘텐츠 기업으로, 현재 국내 스마트TV 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153개 국가에 200여 개의 앱을 서비스하며, 삼성전자, 휴맥스, EBS, NHN 등이 주요 고객이다. 설립 3년째인 지난해 연매출 30억원을 넘겼으며 올해 예상 매출은 60억원이다.
“스마트TV란 명칭이 나온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TV회사인 삼성과 LG가 이 사업에 집중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죠. 현재 이들이 제작하는 대부분의 TV는 이미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IT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스마트TV의 정점은 3~5년 후, 즉 2016년경부터 만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사에 스마트TV는 ‘위기’
인터뷰가 진행된 회의실 한편에 스마트TV가 걸려 있었다. 한쪽에 TV방송이 나오는 창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VOD 등 다른 콘텐츠로 채워져 있었다. 안 대표는 이를 두고 “가까운 미래에 대다수 사용자가 보게 될 화면”이라고 했다.
“현재 스마트TV를 켜면 제일 처음 나오는 화면입니다. VOD가 들어선 자리에 앱이 올 수도 있고, 소셜미디어가 자리할 수도 있죠. 지금 저 편성권은 TV제작사가 갖고 있죠. 그 틀에서 모든 게 움직이게 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포털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곳은 신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TV 시대가 열리면 방송사가 당할 차례인가요?
“스마트TV는 대다수 개인과 기업들에는 기회가 되겠지만, 방송사 입장에선 위기입니다. 당장 손해를 보는 일은 없겠지만, 산업 자체의 틀이 바뀌고 있습니다.”
IT 생태계는 크게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 분야로 나뉜다. 이를 ‘CPND’로 부르는데, 모바일에선 아이폰을 개발한 애플사(Apple社)가 처음으로 4개 분야를 모두 장악했다. 이후 구글과 삼성 등이 모바일 CPND 생태계의 패권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씨앤앰이나 티브로드와 같은 케이블업체, 삼성과 LG 등 TV 제작사, 휴맥스와 가온미디어 같은 셋톱박스 업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 등 주요 기업들이 모두 스마트TV 앱스토어 구축에 관심을 갖거나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방송계의 CPND 중 콘텐츠를 가진 방송사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죠.”
-최근 수년간 방송계의 화두였던 종합편성권이나 채널 순번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뜻인가요?
“TV 첫 화면이 스마트 형태로 바뀌었을 때, 채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외주프로덕션이 만든 VOD가 지상파 메인프로그램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오는 날이 곧 옵니다. 지금은 모든 자본이 방송사로 집중되지만, 이 플랫폼을 선점하는 곳으로 옮겨지겠죠.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떠나 이 변화를 가장 먼저 따라잡는 방송사가 살아남게 됩니다.”
스마트TV의 첫 화면. 사용자가 채널 대신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면서 기존 방송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의 연동
-TV에서 소셜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됩니까.
“스마트TV 제작사들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소셜미디어입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방송만 보려고 하지 않죠. 다른 수용자들의 반응을 함께 보고 그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지금은 TV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고 이러한 행위를 하는데, 언젠가 TV 속에서 직접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나 PC와 달리, TV는 ‘집단적 기기’란 특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은 개인별 맞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TV는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집단이 사용하는 특성상 스마트TV가 발전해도 콘텐츠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요.
“인간의 관점에서 TV는 이미 지난 100년간 학습된 기계입니다. 사람들은 TV를 보며 많은 행동을 한 적이 없죠. 그냥 틀어놓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TV에 적합한 콘텐츠가 분명 존재합니다. 스마트폰은 여러 카테고리 중 게임과 소셜네트워킹 분야가 가장 인기 있습니다. 스마트TV의 경우 동화와 피트니스가 검증된 분야입니다.”
안 대표가 올해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 내놓은 ‘돼지 삼형제’란 앱을 보면 스마트TV 콘텐츠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TV에서 시작된 동화는 이미지 형태로 한 장씩 넘어가며 진행된다. 늑대가 나와서 첫째 돼지의 집을 날려버릴 때, TV와 연결된 스마트폰에선 “직접 불어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이 결합한 컨버전스 모델입니다. 동화를 보던 아이가 직접 불게끔 상호작용을 유도한 거죠. 과거 ‘N스크린’이란 개념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기기로 공유했다면, 이제는 여러 기기에 맞춰 응용된 콘텐츠가 서로 연동하는 식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안 대표는 “기업 입장에선 어떻게든 자사의 광고가 가정 한가운데 들어가게 하려 한다”며 “스마트TV가 발전하면 직접 광고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당장 수익이 없어도 선점을 위해 이 분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케이블TV 환경에선 홈쇼핑 채널권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자본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스마트TV가 발달하면 앱 하나로 사실상 24시간 라이브채널을 확보하게 되죠. 그것도 방송 중 바로 점프해서 넘어올 수 있는 쇼핑몰이 생기는 겁니다.”
TV 시청 행태는 크게 ‘린백(lean back·뒤로 누운)’과 ‘린포워드(lean forward·앞으로 숙인)’로 나뉜다. 과거 대부분 시청자는 ‘린백’해서 TV를 봤지만, 스마트기기가 발달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린포워드로 바뀐 것이다.
“스마트TV가 발달해도 TV는 여전히 ‘린백’ 방식입니다. 우리 회사의 철학은 린백 상태에서 다른 콘텐츠를 활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30~40명 규모밖에 안 되는 회사에 콘텐츠 기획부서를 따로 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스마트TV도 결국 누가 콘텐츠의 본질을 이해하느냐에 따라 패권의 향배(向背)가 달라지겠죠.”
이지만 블링크팩토리 대표
“모바일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이지만 블링크팩토리 대표. ⓒ서경리
“웹은 넓게, 앱은 좁게.”
이지만 대표는 모바일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PC 환경의 웹사이트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나열한 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게 했지만, 모바일은 더 이상 잘게 쪼갤 수 없을 때까지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영화 예약할 때 네이버 영화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지하철노선도를 보려고 다음지도에 들어가지도 않죠. 기능은 포털이 만든 게 훨씬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곧바로 영화관 앱이나 지하철 앱에 접속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대표는 “PC의 철학과 스마트폰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얘기했다. PC는 ‘시작(start)’과 ‘끝(end)’이란 철학인 반면, 스마트폰은 ‘일시정지(pause)’와 ‘재개(resume)’의 철학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문서작업을 할 때, 우리는 PC를 켜고 워드프로세서를 ‘시작’합니다. 작업이 끝나면 저장한 후 ‘×’ 버튼을 눌러 ‘종료’하죠. 스마트폰은 달라요. 이메일 앱을 쓰다가 홈버튼을 누릅니다. ‘종료’가 아닌 ‘일시정지’예요. 다른 앱을 켰다가 이메일로 돌아오면 ‘재개’하는 거죠. 이 철학에 맞추려면 앱을 쪼개야 합니다.”
이 대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존의 PC 환경에 제공하던 웹사이트를 화면만 작게 줄여 ‘구겨 넣는’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맥락에 맞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바일은 PC와 완전히 다른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국세청 앱을 제작할 때, 처음 나온 안(案)은 국세청 홈페이지에 나오는 정보를 모두 모아 작은 화면으로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거의 모든 내용을 삭제했어요. 마지막에 남은 하나가 ‘연말정산’이었습니다. ‘연말정산 계산기’ 앱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전체 2위를 차지했어요. 총 1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정부 앱 중 최고 히트로 꼽혔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만든 결과죠.”
PC→인터넷→모바일
이지만 대표가 세운 블링크팩토리는 ‘브랜드(brand)앱’의 선두주자다.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기 전인 2009년 10월에 세워져 현대카드, 미래에셋, SM엔터테인먼트, 국세청 등 업종별 최상위 브랜드의 앱을 제작해 왔다. 이들이 제작한 앱들은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 입상하거나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을 기록해 관심을 모았다. 연매출은 약 30억원이다.
이 대표가 회사를 만든 계기는 2009년 초 실리콘밸리 근무 시절 처음 접한 아이폰 때문이었다. 그는 곧 1990년대는 ‘PC의 보급’, 2000년대는 ‘인터넷 확산’, 2010년대는 ‘모바일 혁명’이 온다고 전망, ‘브랜드앱’이란 콘셉트는 큰 성공을 거뒀다.
“스마트폰의 중요성은 이미 수많은 사례로 증명됐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앞서 안준희 대표가 언급했듯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이 서로 연동한 방식의 모델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 기기와 매체마다 맥락과 키워드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간파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스마트TV나 소셜미디어에 비해 스마트폰 앱 시장은 벌써 레드오션이 된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한 개인이 하루에 쓸 수 있는 미디어 소비의 총량이 있습니다. ‘24시간 중 5시간’ 이런 식으로 집계되죠. 과거엔 주로 신문과 TV였다면 지금은 모바일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의 관점에서 보면 3000만 대란 수치가 이미 포화 상태로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미디어 소비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모바일이 가져올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최근 ‘구글 글래스’가 공개되면서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안경도 있고, 시계도 나오는데, 아직은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봅니다. 기업의 관점에선 너무 선제적으로 전략을 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죠. 구글 글래스도 일단은 대중의 반응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형태가 어떻게 변화되든 모바일이란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미디어의 무게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의 SNS ‘라인’.
“미디어 소비 총량 변화에 주목해야”
스마트폰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이 대표는 “결국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모바일’ 자체의 특성”이라며 “미디어 소비 총량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거의 전 국민에게 보급될 줄 누가 알았습니까. 거대한 미디어의 바람이 흘러가는 방향을 알기 위해선 미세한 신호를 잘 감지해야 합니다.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냐, 또는 제3의 모델이냐, 이런 관점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모바일 자체의 특성이에요. 미디어를 소비하는 총량은 계속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수요와 시장은 계속 확장하고 있죠.”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국내 포털이 독점적 성격 때문에 최근 여론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모바일 관점에선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모바일에선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생 서비스들이 포털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겁니다. 모바일이 유선 인터넷의 트래픽을 점점 추월해가는 것도 좋은 기회요인입니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킹, 교육, 금융,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가 현재 앱스토어 매출 상위 순위에 안착한 상태입니다. 네이버 또한 지식검색, 통합검색 이후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었는데 라인(Line) 모바일을 통해 승부를 거는 모양입니다. 10여년만에 인터넷, 모바일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놓이게 됐네요.”
-스마트폰이 지금과 같이 스마트미디어의 중심이 될 것이라 봅니까.
“이분법적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미디어를 접속하는 기기가 무엇이 됐든 사람들은 더욱 편하고 빠른 수단을 개발하고 사용할 것입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트렌드도 계속 확장될 것이고요. 누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스마트하게’ 읽고 판단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월간조선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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