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新실크로드 건설 나선 中國
김정우 기자
2010. 5. 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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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 21세기는 철도 전성시대 (8) 新실크로드 건설 나선 中國
中華철도, 巨大에서 偉大를 꿈꾸다
하드웨어는 철도 선진국, 소프트웨어는 철도 후진국 상황
⊙ 아시아 最大驛 사이로 시속 350㎞의 고속열차 운행
⊙ 선진기술 도입해 중국 브랜드화 전략 추구
⊙ 인터넷·전화 예매 없고 예정 시각보다 3분 빨리 출발
⊙ 중국 난닝(南寧)~베트남 하노이 10량 국제열차에 직원 20명, 승객은 17명
은빛 기둥 사이에 놓인 육면체 모양의 안내전광판이 육중함을 더한다. 타원형 돔 구조의 천장에서 내리쬐는 햇빛은 실내가 아닌 광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합실 입구엔 보안검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섰고, 20개가 넘는 게이트 앞엔 저마다 목적지를 확인하려는 인파로 북적댔다. 베이징(北京) 南驛(남역)은 철도역보다 차라리 공항에 가까웠다.
“베이징의 척도는 사람이 아닌 巨人(거인)의 척도다.”
베이징 남역을 설계한 영국의 건축사 테리 파렐은 축구장 30개 넓이의 驛舍(역사)를 ‘거대함의 의미’로 표현했다. 3개의 밀짚모자를 한곳에 겹쳐 놓은 모양의 역사는 외곽 직경이 최대 500m, 건축면적 32만2000㎡, 延(연)면적은 서울역의 두 배가 넘는 49만9200㎡에 이른다.
과거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天壇(천단)의 모양을 본떠 만든 지붕은 중국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28개 선로, 40개 택시정거장, 50개 버스정거장, 2개 지하철 선로를 연결하는 이 역을 통해 연간 1억명이 움직인다.
2008년 8월 1일, 올림픽을 1주일 앞두고 문을 연 베이징 남역은 중국 철도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350㎞의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징진(京津·베이징∼톈진)고속선의 기점으로,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톈진까지 30분 이내에 주파한다. 현재 상업화된 역사 부지는 이미 아시아 最大(최대) 넓이이며, 이용규모도 현재 아시아 최대인 베이징西驛(서역)을 수년 내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먼올림픽, 그린올림픽, 과학기술올림픽’이란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4176조각의 태양에너지 전기판을 유리벽 사이에 설치, 생산된 전력을 지하주차장 조명으로 사용한다.
아직은 부족한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최신식 대형 역사 주변에 자리잡은 빈민가와 좁은 도로들은 교통혼잡을 야기해 차량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필요 이상으로 큰 규모는 과다한 건설비용 지출과 에너지 소모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철도부 당국은 이런 지적에 대해 “여객인원 예측을 볼 때 충분히 합리적 규모로 건설됐고, 운영비용은 지속적으로 절감할 계획이며, 주변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을 통해 해명했다.
20분 헤맨 후 찾은 역 입구
베이징 남역의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필자가 탄 차는 12시50분에 驛前(역전)에 도착했지만,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현지 운전기사까지 차에서 내려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남쪽 출입구를 발견했다. 시계를 보니 1시10분, 바로 앞에 위치한 역사를 뻔히 바라보며 20분을 헤맨 셈이다.
열차표 구입도 쉽지 않았다. 중국철도는 인터넷과 전화 등을 이용한 예매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표를 사려면 직접 해당 역을 방문해야 한다. 이틀 후 취재할 상하이∼티베트 간 칭짱(靑藏)열차 표를 구입할 수 있을까 싶어 매표소 앞 직원에게 예약 방법에 대해 물어보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표가 있으면 사고, 없으면 못 사고….”
그는 외국인의 문의가 귀찮은 듯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취재일정을 함께한 沈致鎬(심치호) 코레일 중국사무소장은 “중국철도가 고속철과 新(신)역사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선 天地開闢(천지개벽)을 이뤄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면은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톈진 간 왕복표를 구입했다. 편도 가격이 58위안(元)인데 왕복은 121위안이다. “왜 5위안이 더 비싸냐”고 묻자 “‘타지역 매표 수수료’가 추가된 것”이라고 했다. 원래 다른 지역의 경우 매표 자체가 불가능한데, 왕복의 경우 수수료를 받고 표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및 전화 예매가 활성화된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출발시각 10여 분 전에 플랫폼에 들어서니 이미 대다수의 이용객들이 승차를 마친 상태였다. 중국 철도는 장거리 노선과 보안검색 등 변수가 많아 출발시각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역에 도착하는 것이 관례다.
뒤늦게 도착해 발걸음을 옮기는 승객들 옆으로 중국고속열차(CRH)의 모습이 보였다. 총 8량의 흰색 열차로, 기관차 앞쪽엔 ‘허시에하오(和解號)’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최근 주창한 ‘和諧(화해)정책’을 고속철 명칭에 반영한 것이다.
평일 오후였는데 좌석이 거의 滿席(만석)이었다. 자리에 앉으니 승무원이 물을 한 병씩 나눠줬다. 물병엔 ‘티베트 빙천 광천수(西藏氷川鑛泉水)’라고 적혀 있었다. ‘5100’이란 이름의 이 생수는 좌석등받이를 비롯해 고속철도 역 곳곳에서 광고를 내걸고 있었다. 좌석 앞쪽 상표 아래엔 “西藏好水 世界好水”(티베트의 좋은 물 세계의 좋은 물)란 글귀가 보였다. 티베트 문제가 한창 민감한 시기에 중국 대표 고속철이 티베트 생수를 제공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예정시각보다 3분 빨리 출발
오후 1시37분, 객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필자는 깜짝 놀랐다. 열차가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린 것이다. 표를 다시 꺼내 확인했다. 출발시각은 분명 ‘13:40’이라고 적혀 있었다. ‘만만디(慢慢的)’의 나라인 중국의 특성상 몇 분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3분 빨리 출발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발착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제 시간보다 먼저 출발하는 열차는 처음이었다.
동행한 심치호 소장은 “게이트에서 1차적으로 표 확인을 마친 상태고, 플랫폼에 더 이상 사람이 없어 출발한 것...
계속...
월간조선 2009년 5월호 (기사 全文 보기)
中華철도, 巨大에서 偉大를 꿈꾸다
하드웨어는 철도 선진국, 소프트웨어는 철도 후진국 상황
⊙ 아시아 最大驛 사이로 시속 350㎞의 고속열차 운행
⊙ 선진기술 도입해 중국 브랜드화 전략 추구
⊙ 인터넷·전화 예매 없고 예정 시각보다 3분 빨리 출발
⊙ 중국 난닝(南寧)~베트남 하노이 10량 국제열차에 직원 20명, 승객은 17명
최고 시속 350km로 달리는 베이징~톈진 간 중국고속열차(CRH).
은빛 기둥 사이에 놓인 육면체 모양의 안내전광판이 육중함을 더한다. 타원형 돔 구조의 천장에서 내리쬐는 햇빛은 실내가 아닌 광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합실 입구엔 보안검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섰고, 20개가 넘는 게이트 앞엔 저마다 목적지를 확인하려는 인파로 북적댔다. 베이징(北京) 南驛(남역)은 철도역보다 차라리 공항에 가까웠다.
“베이징의 척도는 사람이 아닌 巨人(거인)의 척도다.”
베이징 남역 역내 모습(위)과 조형도(아래). |
베이징 남역을 설계한 영국의 건축사 테리 파렐은 축구장 30개 넓이의 驛舍(역사)를 ‘거대함의 의미’로 표현했다. 3개의 밀짚모자를 한곳에 겹쳐 놓은 모양의 역사는 외곽 직경이 최대 500m, 건축면적 32만2000㎡, 延(연)면적은 서울역의 두 배가 넘는 49만9200㎡에 이른다.
과거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天壇(천단)의 모양을 본떠 만든 지붕은 중국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28개 선로, 40개 택시정거장, 50개 버스정거장, 2개 지하철 선로를 연결하는 이 역을 통해 연간 1억명이 움직인다.
2008년 8월 1일, 올림픽을 1주일 앞두고 문을 연 베이징 남역은 중국 철도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350㎞의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징진(京津·베이징∼톈진)고속선의 기점으로,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톈진까지 30분 이내에 주파한다. 현재 상업화된 역사 부지는 이미 아시아 最大(최대) 넓이이며, 이용규모도 현재 아시아 최대인 베이징西驛(서역)을 수년 내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먼올림픽, 그린올림픽, 과학기술올림픽’이란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4176조각의 태양에너지 전기판을 유리벽 사이에 설치, 생산된 전력을 지하주차장 조명으로 사용한다.
아직은 부족한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최신식 대형 역사 주변에 자리잡은 빈민가와 좁은 도로들은 교통혼잡을 야기해 차량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필요 이상으로 큰 규모는 과다한 건설비용 지출과 에너지 소모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철도부 당국은 이런 지적에 대해 “여객인원 예측을 볼 때 충분히 합리적 규모로 건설됐고, 운영비용은 지속적으로 절감할 계획이며, 주변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을 통해 해명했다.
20분 헤맨 후 찾은 역 입구
베이징 남역의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필자가 탄 차는 12시50분에 驛前(역전)에 도착했지만,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현지 운전기사까지 차에서 내려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남쪽 출입구를 발견했다. 시계를 보니 1시10분, 바로 앞에 위치한 역사를 뻔히 바라보며 20분을 헤맨 셈이다.
열차표 구입도 쉽지 않았다. 중국철도는 인터넷과 전화 등을 이용한 예매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표를 사려면 직접 해당 역을 방문해야 한다. 이틀 후 취재할 상하이∼티베트 간 칭짱(靑藏)열차 표를 구입할 수 있을까 싶어 매표소 앞 직원에게 예약 방법에 대해 물어보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표가 있으면 사고, 없으면 못 사고….”
그는 외국인의 문의가 귀찮은 듯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취재일정을 함께한 沈致鎬(심치호) 코레일 중국사무소장은 “중국철도가 고속철과 新(신)역사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선 天地開闢(천지개벽)을 이뤄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면은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톈진 간 왕복표를 구입했다. 편도 가격이 58위안(元)인데 왕복은 121위안이다. “왜 5위안이 더 비싸냐”고 묻자 “‘타지역 매표 수수료’가 추가된 것”이라고 했다. 원래 다른 지역의 경우 매표 자체가 불가능한데, 왕복의 경우 수수료를 받고 표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및 전화 예매가 활성화된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고속열차(CRH)에서 나눠주는 티베트 생수와 좌석 광고. |
출발시각 10여 분 전에 플랫폼에 들어서니 이미 대다수의 이용객들이 승차를 마친 상태였다. 중국 철도는 장거리 노선과 보안검색 등 변수가 많아 출발시각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역에 도착하는 것이 관례다.
뒤늦게 도착해 발걸음을 옮기는 승객들 옆으로 중국고속열차(CRH)의 모습이 보였다. 총 8량의 흰색 열차로, 기관차 앞쪽엔 ‘허시에하오(和解號)’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최근 주창한 ‘和諧(화해)정책’을 고속철 명칭에 반영한 것이다.
평일 오후였는데 좌석이 거의 滿席(만석)이었다. 자리에 앉으니 승무원이 물을 한 병씩 나눠줬다. 물병엔 ‘티베트 빙천 광천수(西藏氷川鑛泉水)’라고 적혀 있었다. ‘5100’이란 이름의 이 생수는 좌석등받이를 비롯해 고속철도 역 곳곳에서 광고를 내걸고 있었다. 좌석 앞쪽 상표 아래엔 “西藏好水 世界好水”(티베트의 좋은 물 세계의 좋은 물)란 글귀가 보였다. 티베트 문제가 한창 민감한 시기에 중국 대표 고속철이 티베트 생수를 제공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예정시각보다 3분 빨리 출발
중국 고속철은 열차 출입문과 승강장의 높이가 같아 타고 내리기 편하다. |
오후 1시37분, 객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필자는 깜짝 놀랐다. 열차가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린 것이다. 표를 다시 꺼내 확인했다. 출발시각은 분명 ‘13:40’이라고 적혀 있었다. ‘만만디(慢慢的)’의 나라인 중국의 특성상 몇 분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3분 빨리 출발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발착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제 시간보다 먼저 출발하는 열차는 처음이었다.
동행한 심치호 소장은 “게이트에서 1차적으로 표 확인을 마친 상태고, 플랫폼에 더 이상 사람이 없어 출발한 것...
계속...
월간조선 2009년 5월호 (기사 全文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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