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현지취재 / 네덜란드의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

김정우 기자 2010. 5. 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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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千金을 만드는 네덜란드 사람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쓰레기는 ‘더럽고 냄새 나는, 없애야 할 것들’이 아니라 ‘돈을 만드는 또 하나의 자원’이었다. 재활용은 富國의 취미활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

⊙ 네덜란드, 1950년대부터 재활용 시스템 개발, 세계 시장 주도.
⊙ 태양광전지, 풍력발전, 바이오가스, 수소에너지 등 현재 친환경 에너지 분야 세계 100대 기업 중
    5분의 1이 네덜란드 기업
⊙ 어떤 종류의 쓰레기든 정화해 콘크리트 벽돌, 흙, 비료로 재활용
⊙ 감자에서 흙 떨어내던 농기계를 응용해 쓰레기 첨단 선별 시설로 개발

렌쿰에 위치한 폐지 선별처리장.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폐지들은 여러 단계의 장치를 거쳐 자동 분류된다.

쓰레기 봉투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올라간다. ‘백오프너’라고 불리는 자동파봉 장치가 봉투를 찢어 벨트 위로 쓰레기를 흩트려 놓는다. ‘필름그래버’란 장치는 분리된 비닐봉투를 자동으로 분리해낸다.
 
  별 모양의 톱니들이 크기별로 이들을 분류하고, 마그네틱 장치는 금속 성분의 쓰레기를 분리한다. 벨트 양쪽에서 불어오는 센 바람은 입체와 평면 쓰레기(종이 등)를 골라낸다. 옵티컬 분류기는 모양과 색상에 따라 이들을 솎아낸다.
 
  컨베이어를 따라 차곡차곡 쓰레기가 옮겨가는 모습이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초콜릿 생산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재활용 시설 제작 회사인 ‘볼레흐라프(Bollegraaf)’의 리처드 트롬프 씨가 ‘싱글 스트림’이란 이름의 설비를 가리키며 외쳤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아닙니다. 우린 지금 돈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2009년 12월 7일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코펜하겐 기후회의)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막이 올랐다. 192개 유엔 회원국 대표단 1만5000명, 105개국 국가 頂上(정상)이 직접 참석하는 이번 총회는 세계 탄소배출량 감축을 통한 새로운 산업구조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생존 문제”를 거론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등 주요 정상들이 참석하는 한편, ‘低(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李明博(이명박) 대통령도 17일 코펜하겐을 직접 찾았다.
 
  ‘저탄소’가 세계적 이슈로 부상한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親(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기술력을 갖춘 네덜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30% 이상 이산화탄소(CO₂) 감축’이란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의 감축 목표를 내놓아, 저탄소 녹색경제 시대를 주도하려는 각국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
 
  필자는 1주일 동안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풍차와 튤립을 찾아다니며 여행한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각지의 ‘쓰레기 처리장’을 돌아다녔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쓰레기는 ‘더럽고 냄새 나는 없애야 할 것들’이 아니라 ‘돈을 만드는 또 하나의 자원’이었다.
 
아메르스포르트市 건설폐기물 처리장 앞에 설치된 매립지.

 
  ‘란싱크의 사다리’
 
  네덜란드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세계 선두 수준이다. 생활폐기물 중 64%가 재활용되고, 34%는 소각, 2%는 매립된다. 독일(68%)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재활용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국(31%), 프랑스(32%), 이탈리아(32%) 등 다른 유럽국가의 재활용률보다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현재 약 58%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분리 배출된 폐기물의 경우 재활용률이 100%로 기록되고, 종량제 봉투로 수거된 폐기물은 90% 이상 소각이나 매립되는 것을 감안하면, 부정확한 통계이거나 재활용을 대부분 시민의 직접 분리수거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는 이미 1980년대부터 폐기물 자동처리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해 오고 있다. 단순히 쓰레기를 모아 분류 처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처리화를 통해 재활용된 자원을 중국과 캐나다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1994년 란싱크 의원은 ‘란싱크의 사다리’(Lansink’s Ladder)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쓰레기는 가능한 한 줄이고(prevention), 재활용을 통해 자원을 보존하며(material recycling, energy recovery), 소각은 에너지 발전 동력이 되고(incineration), 최후에 남은 것만 매립한다(land filling)는 것이다. 이 ‘란싱크의 사다리’ 정책이 네덜란드 폐기물 처리의 기본이 됐고, 이것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돼 대부분 국가가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이런 정책 덕분에 네덜란드에서 쓰레기는 귀찮고 더러운 폐기물이 아니라 ‘돈을 만들어 내는 자원’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에너지 기업 AEB社(사)의 나디아 파타비나 고문도 필자에게 “쓰레기는 千金(천금)의 가치만큼 귀중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경제부에서 발간하는 <메이드 인 홀란드>誌(지)에 따르면 AEB는 연간 53만t의 쓰레기를 소각해 연료로 활용하는 발전소를 세계 최초로 개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또 델프트 공대와 함께 폐기물에서 철을 비롯한 금과 은 등 각종 금속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 더 비엘社(사)는 매립된 쓰레기에서 가스를 추출해 에너지화하는 기술을 남미와 동남아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반 더 비엘이 브라질 상파울루에 지은 대형 처리시설에선 매립지의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약 10만 가구가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원스톱 재활용 선별장치 ‘싱글 스트림’의 개념도]
1. 판지 선별 2. 신문, 유리, 캔 기본 분류 3. 종이조각 분류 4. 유리, 종이, 병, 캔 크기별 분류 5. 유리파쇄 6. 금속류 선별 7. 중·경량 물질 분류 8.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선별 9. 페트병 압축 10. 결과물 압축 및 포장.

 
  감자에서 흙먼지 떠는 기술 활용
 
감자에서 흙 떨어내던 농기계를 응용해 개발한 선별 장치 ‘스타 스크린’.

  네덜란드 폐기물 운영협회의 딕 호겐도른 이사는 <메이드 인 홀란드>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폐기물 재활용은 정부와 지자체의 결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쓰레기를 소각해 발전 동력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에 설명하면, (비용 등을 이유로) 그들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도저히 설치하기 곤란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라고 하면 기업들은 곧바로 소각로 설치를 문의해 오죠. 정부가 우선 규제를 하면, 우리 협회는 자세한 사항들을 채워나갑니다.”
 
  쓰레기 처리와 관련하여 네덜란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첨단 선별 기술’에 있다. 국민의 분리수거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뿐 아니라, 폐기물의 선별을 자동화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보다 완벽에 가까운 재활용 방안을 정착시키고 있다.
 
  위트레흐트주(州)의 작은 전원도시 아메르스포르트, 국내 각지를 연결하는 주요 철도의 분기점인 이곳에 위치한 스밍크 건설폐기물 처리장은 회사를 상징하는 붉은색 트럭들이 쉴 틈 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모두 인근의 건설폐기물을 싣고 오는 차들이다.
 
  처리장 정면엔 녹색 잔디가 곱게 깔린 거대한 언덕이 보였다. 이곳에서 선별된 흙더미를 모은 후 쌓아 만든 것으로, 매립지라기보단 정갈하게 정리된 草原(초원)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처리장 내부엔 육중한 모습의 폐기물 처리 시설이 자리 잡았고, 그 옆으로 산처럼 쌓인 폐기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굴착기가 폐기물을 집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으면 그 속에서 자동으로 모래, 골재, 폐지, 금속, 플라스틱 등을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시간당 30t의 속도로 분류된 결과물들은 세부 선별 과정을 거쳐 압축돼 유럽 각국과 중국으로 수출된다.
 
  하루 처리량은 약 200t, 선별률(순도)은 투입재질에 따라 70~90%에 이른다. 핵심 선별 기술은 ‘스타 스크린’이라 불리는 톱니모양의 장치다. 여러 개의 대형 톱니가 얽힌 채 회전하면서 크기가 작은 것들은 아래로 떨어지고, 부피가 크고 넓은 형태의 것들은 톱니 위로 진행해 다음 선별 장치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스타 스크린의 제작사인 루보 시스템의 요스 브라켄호프 유럽지역 회계부장은 “감자에서 흙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쓰레기 분리수거에 접목시킨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56년 설립된 루보는 농장에서 재배한 감자의 먼지를 제거하는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였습니다. 장비의 기본 원리는 감자에서 먼지를 제거하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이 기술을 1989년 폐기물에 도입해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생산과 수출을 시작했죠.”
 
 
  쓰레기 분리기 해외로 수출
 
네덜란드의 볼레흐라프가 영국 알드리지 지역에 설치한 종합 폐기물 선별 시설 ‘그린스타’.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이용하는 ‘트롬멜(trommel) 스크린’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원통형으로 이뤄진 트롬멜은 기존에 사용되던 방식으로, 원통 속의 폐기물이 회전하면서 분류되는 원리입니다. 폐기물을 한데 모아 혼합한 후 다시 분류하는 방식이죠. 반면에 스타 스크린은 혼합시키지 않고 바로 분류가 돼 폐기물의 손상이나 오염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타 스크린을 주력 상품으로 한 루보는 콘크리트 등 중량물을 처리하는 설비를 개발해 왔고, 2001년 경량의 생활폐기물 선별기와 베일러(Baler·건초더미를 지칭하는 말로, 선별된 재활용 물질을 일정한 크기로 압축하는 장치)를 생산하던 볼레흐라프社(사)에 합병됐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중·경량 전 분야의 폐기물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완전한 설비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현재 250명의 직원이 일하는 볼레흐라프사는 미국 60개 지역에 설비를 공급하는 등 영국, 프랑스, 호주 등으로 설비를 수출하며 연간 6000만 유로(약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켄호프 부장은 “네덜란드는 1600만 인구에 국토면적이 아주 작은 나라”라면서 “선조들이 개간한 땅을 보호하기 위해 폐기물 문제에 민감하게 됐고, 우수한 선별 기술을 개발해 수출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재활용 기술과 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원래 아시아 지역은 따로 조사가 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도 폐기물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비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죠. 국민의 분리수거 참여도 상당히 높은 편이고요. 다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금만 보완이 된다면, 재활용 선진국으로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에 동행한 ‘에이텍 에스앤에스’의 金暻永(김경영) 대표는 “네덜란드에서 선별된 재활용 자원 중 상당한 양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에 선진 선별 기술이 도입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폐기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지자체들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선별된 종이더미, 1t당 110유로에 수출
 
위트레흐트市 폐지처리장에 쌓인 폐지 베일(더미)들. 1t당 110유로에 중국으로 수출된다.

  네덜란드 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렌쿰의 廢紙(폐지) 선별처리장을 찾았다. 한쪽에 산처럼 쌓인 잡지와 신문 등 폐지들이 불도저에 실려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되고 있었다. 벨트를 타고 올라온 종이들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스타 스크린을 거쳐 상태와 크기에 따라 자동 분류된다.
 
  이후 풍향을 이용한 장치와 옵티컬 시스템을 거쳐 두꺼운 板紙(판지), 인쇄되지 않은 白紙(백지), 인쇄된 카본지, 코팅된 잡지와 홍보물 등으로 선별된 종이들은 베일러 장치로 옮겨져 1t 규모로 압축된다.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레파르코社(사)의 한크 바케휘젠 생산팀장의 설명이다.
 
  “판지류는 900kg 단위로, 나머지 일반 종이류는 1.2t 단위로 묶입니다. 시간당 20t, 연간 3만t의 폐지가 분류 처리됩니다. 설비 기술이 정말 놀라워요. 단순해 보이는 원리를 통해 쓰레기를 돈으로 바꿔내니까요. 여기서 선별 압축된 폐지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됩니다.”
 
  암스테르담 남동쪽에 위치한 위트레흐트市(시)의 폐지처리장(PRU)에선 시간당 20t의 폐지가 처리된다. 하루 110t, 연간 3만t 규모다. 1974년 설립된 이 처리장은 2005년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반 도른 PRU 소장은 “4년 동안 1만 시간 넘게 쉬지 않고 설비가 가동됐다”면서 “등급별로 나뉜 폐지 중 고부가가치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판지류 등 낮은 등급은 중국으로 전량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재활용된 종이의 가격은 어느 정도 됩니까.
 
  취재에 동행한 볼레흐라프의 게리트 브롱호스트 국내영업부장이 답변을 거들었다.
 
  “종이도 원유처럼 매일 시세에 따라 가격이 바뀝니다. 시세가 낮을 때는 카본지 기준으로 1t당 60유로에서 높을 땐 120유로가 넘기도 합니다. 오늘 시황을 살펴보니 1t당 110유로(약 19만원)네요.”
 
  브롱호스트 부장은 폐지 더미가 쌓인 한쪽을 가리키며 “저건 독일에서 온 폐지들인데, 네덜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류가 안돼 있다”면서 종이더미 속에서 라디오 하나를 꺼내 들었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 비해 네덜란드의 분리수거 기술이 뛰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더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이곳의 재활용 선별률은 96%에 이릅니다. 원래 자원이 쓰레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선별률 96%는 사실상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영업 담당이라 自社(자사)의 제품을 너무 강조해서 홍보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말씀드린 수치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저는 재활용 시설 설치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시대에 ‘지구를 구하는’ 일을 하는 셈이죠.”
 
  폐지뿐 아니라 생활폐기물 분야에서도 볼레흐라프의 선별률은 96%에 이른다. 수집된 폐기물의 96%가 자원화된다는 의미다.
 
 
  “한국, 분리수거는 최고수준이나 선별률은 낮아”
 
  한국의 경우, 70%의 지자체가 손으로 직접 선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일부 자동화설비를 갖춘 곳도 선별률 7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하루 50t 수준의 폐기물이 처리되며,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경기도 한 도시의 경우 92t의 폐기물을 처리한다. 2009년 1월 한 언론에서 수도권에 위치한 선별장 5곳을 조사한 결과, 선별률이 평균 55%로 조사됐다.
 
  네덜란드 동북부 지역의 아핑흐담市(시)에 위치한 볼레흐라프 본사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리처드 트롬프 수출부장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네덜란드의 재활용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생활폐기물 소각 비용은 1t당 100유로인데, 아핑흐담은 1t당 40유로를 지자체가, 60유로는 정부가 부담합니다. 그런데 재활용을 하게 되면 1t당 처리비용이 40~50유로면 충분합니다. 재활용 분야는 먼저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이 적극적으로 선행돼야 관련 산업이 발달할 수 있습니다.”
 
  볼레흐라프社(사)의 주력 상품은 ‘싱글 스트림’이라 불리는 원스톱 재활용 선별장치다. 시간당 최대 60t까지 처리가 가능한 이 시설은 혼합재활용 쓰레기를 자동 선별해 종이, 유리, 철, 알루미늄 등으로 분류한 후, 1t 단위의 베일(더미)로 압축 포장까지 일괄 처리한다.
 
  종이의 경우 신문, 잡지, 혼합지, 판지 등으로 등급별 선별이 가능하며, 플라스틱은 고밀도 및 저밀도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염화비닐(PVC) 등 성분별로 분류된다. 선별도는 95%에 육박해 사실상 ‘완벽한’ 분류가 가능한 셈이다. 하루 처리량은 최소 40t에서 최대 500t까지 이뤄지며, 미국의 대형 재활용 처리시설에서 ‘싱글 스트림’을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에이텍 에스앤에스의 김경영 대표가 한국의 재활용 처리 과정과 현재 지자체별 선별률 등을 설명하자, 트롬프 부장은 “미국과 영국 등 많은 국가가 自社(자사) 설비를 설치했지만, 정작 한국은 생각지 못했다”면서 “약간의 구조적 개선만 한다면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은 큰 결실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에 게재된 한 지자체의 바이오가스 처리 시설 사진을 보고선 “한국과 같은 나라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시설은 거미줄이 여기저기 얽혀 있는 등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트롬프 부장의 설명이다.
 
  “한국의 분리수거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국민들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는데, 정작 처리시설이 감당을 못하는 셈이죠. 어쩌면 한국의 기술로 저희보다 더 훌륭한 선별 시설을 제작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쓰레기는 자원이다
 
볼레흐라프의 리처드 트롬프 수출부장(왼쪽)과 게리트 브롱호스트 국내영업부장.

  무역강국인 네덜란드는 ‘유럽의 관문’으로 불린다. 유럽最大(최대) 항구인 로테르담港(항)을 통해 전 세계의 물자가 들어오고, 세계 각지의 기업과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일반 산업 물자는 물론 ‘재활용’ 수출입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유기성 폐기물 처리업체인 네덜란드의 오르가월드社(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을 온타리오州(주) 런던에 설치한 시설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2009년 오타와에도 확장 설립된 폐기물 처리시설은 생활쓰레기를 비롯해 음식물 쓰레기, 기저귀, 플라스틱 가방 등을 선별해 바이오가스 생산 등에 이용하고 있다.
 
  유리 재활용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말사社(사)는 耐熱(내열)유리를 선별 제거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유리생산 시스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말사의 리브 드클레르크 씨는 “내열유리는 불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유리 재활용에 있어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였다”면서 “한 프랑스 유리 생산업체는 말사의 기술을 도입한 이후 0.7%였던 설비 고장률을 0.01%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氣流(기류)를 활용한 선별 기술은 니호트社(사)를 중심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니호트가 개발한 선별기는 건축폐기물과 유리 등을 95~98% 수준으로 정확하게 분류해낸다.
 
  스티로폼의 경우 한해 네덜란드에서 1만1500t 이상이 사용된다. 시타社(사)는 건설현장과 가전제품 포장 등에서 스티로폼을 수집해 재활용하고 있다. 시타의 빈센트 무이 씨는 “수집된 스티로폼은 작은 조각으로 분해한 후, 새로운 스티로폼과 혼합하면 품질에 결점이 없는 100% 완전한 스티로폼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헬데를란트州(주)에 위치한 종합재활용기업 ‘VAR’은 1981년 설립 이래 종합폐기물 재활용을 표방하며 국내외 선별시장을 주도해 왔다. 도심 외곽에 넓게 자리 잡은 부지에 다양한 선별 설비를 건설해 가정과 기업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을 모아 재활용 또는 에너지로 변환하고 있다. 최근에는 1100만 유로(약 190억원) 규모의 유기성 폐기물 발효 처리장을 완공해 시설이 가동 중이다.
 
  드 브리스 VAR 이사는 “고객이 어떤 것을 가져오든 우리는 그것들을 선별하고 淨化(정화)해 콘크리트 벽돌이나 깨끗한 흙과 비료 등으로 바꿔내는데,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에너지 大國
 
루보 시스템의 요스 브라켄호프 부장(왼쪽)이 김경영 에이텍 에스앤에스 대표에게 폐기물 선별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르트 클라인 팀장은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고, 자원은 계속 고갈돼 간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재활용은 富國(부국)의 취미활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척박한 땅을 개척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땅으로 일궈냈다. ‘신이 내린 땅’이 아닌 ‘인간이 쟁취한 땅’에 대해 그들이 더욱 민감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네덜란드인들은 전 세계가 ‘환경’이나 ‘재활용’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1950년대부터 이미 자원의 중요함을 자각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재활용 시스템뿐 아니라 태양광전지, 풍력발전, 바이오가스, 수소에너지 등 현재 친환경 에너지 분야 세계 100대 기업 중 5분의 1이 네덜란드 기업이다. 네덜란드가 앞으로 저탄소녹색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재원은 한화 2조원을 넘는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를 놓고 보면 한국도 그리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2007년 기준으로 전 세계 CO₂의 1.8%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은 에너지 고갈과 자원 재활용 현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엔 기후회의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탄소가스 배출 감축 등에 대한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부국과 貧國(빈국)을 막론하고 이번 회의를 통한 저탄소 녹색개발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녹색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가운데, 네덜란드의 ‘친환경 야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월간조선 2010년 1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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