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초 인터뷰] 8체질 권도원 원장 "체질을 알면 天命을 안다"

김정우 기자 2011. 5. 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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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인터뷰] 8체질 권도원 원장 "체질을 알면 天命을 안다"


⊙ "모든 인간은 8개 체질로 분류, 체질대로 살면 절대 암에 걸리지 않는다"
⊙ "정·재계 인사들 직접 진맥해 보니 김대중은 수양체질, 이건희는 목음체질"
⊙ 관절염 완치한 도올 김용옥 "내가 만난 神은 단 두 사람이 있다. 그 하나가 모차르트요, 또 하나가 권도원이다"
⊙ 한의사協의 대통령 한방 주치의 제안 거절…"암환자 치료에 몰두하겠다"


권도원 제선한의원 원장. ⓒ서경리

2010년 10월, 한 한국인 한의사의 논문이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 5》(Advances in Medicine and Biology. Volume Ⅴ)란 학술지에 게재됐다. 미국의 과학 출판사인 노바사이언스(Nova Science)에서 펴낸 논문집으로,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연구자들의 의학 및 생물학 관련 논문 총 14편이 게재됐다. 마지막 장에 게재된 한국인의 논문 제목은 <8체질 침의 이론적 기초>(A Theoretical basis for the eight constitution acupuncture), 저자는 '권도원(Dowon Kuon)'으로 기록돼 있다.

논문은 40여 년 전 세상에 처음 알려진 8체질 이론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저자는 인체의 요골동맥(radial artery)에 숨겨진 8체질의 '사인(sign)'을 찾아내면 각 사람의 고유한 체질을 알 수 있어 그 나름의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바 사이언스가 이 논문을 실은 이유는 2008년 7월 한국 학술지인 《아미노애시드》(Amino Acids)에 실린 다른 한 편의 논문 때문이었다. 

김경례 성균관대 명예교수(약학부), 백만정 아주대 교수, 조정환 숙명여대 교수 등이 참여한 논문 <침술치료 과정에 따른 소변 폴리아민 패턴 변화에 대한 연구>(Altered urinary polyamine patterns of cancer patients under acupuncture therapy)는 암 환자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마커(marker·진단지표)에 대한 실험 과정을 서술했다. 폴리아민은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물질 중 하나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암 환자 3명의 8체질 치료 전·중·후 과정을 검사해 마커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 케이스는 직장암(55·남), 폐암(52·여), 유방암(59·여) 등 환자 3명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백만정 교수는 "폴리아민과 암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많았지만, 침술치료와 폴리아민의 전개 과정을 연구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한 것은 처음"

8체질 의학은 전국의 많은 한의사가 적용하고 있는 한의학의 한 분파로 알려졌다. '사상체질의학회'와 같은 대한한의학회의 정회원학회는 아니지만, 1965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침구학회를 통해 처음 소개된 후 세계 의학계의 관심과 논란 속에서 성장했다. 권도원(權度?) 제선한의원 원장은 8체질 의학을 처음 만든 사람이다. 1921년생으로 한국나이 91세인 그는 언론 인터뷰나 TV강연 등 외부활동을 꺼렸다.

권 원장과 8체질 의학을 위시한 서적도 다수 출간됐지만, 모두 그의 오래전 강연이나 기고한 몇몇 글 등을 바탕으로 한의사들이 연구해 쓴 책이다. 8체질 의학 전반에 대한 학습서적을 펴낸 한 한의사는 인터뷰를 청하는 기자의 메일에 "출간 허락을 위해 단 한 번 권 박사님을 뵈었다"며 "권 박사님을 추앙하는 8체질 의사들도 그의 의중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고 답해 왔다.

권 원장은 현재까지 직접 제자를 양성한 적이 없다. 그리고 8체질 의학은 사상의학의 한 분파가 아니라 이론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의술이라고 한다. 서양 의학은 물론 한의학과도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는 권 원장이지만 최근 그의 암 치료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의학계의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12월부터 3달에 걸쳐 권도원 원장을 총 5차례 만났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3~4시간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 취재 목적은 '봉한학설'로 주목받다 생체실험으로 몰락한 북한의 의학자 김봉한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실체가 알려진 김봉한보다 권 원장 본인의 이야기가 더 기사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주제를 바꿨다. 권 원장은 사실상 처음 공개되는 이번 인터뷰에 자신의 뜻이 와전될까 마지막까지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기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제선한의원을 찾은 환자는 처음 그의 외모와 행동을 보고 8체질 의학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고 한다. 그는 매일 한의원에 출근해 오전 내내 40여 명의 암 환자를 치료한다. 우리 나이로 올해 91세지만 7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다니기까지 한다. 평생 체질식을 실천해 온 권 원장 자신이 8체질 의학의 산증인인 셈이다.

"美 암 전문의도 믿지 못할 결과"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먼저 글을 쓰는 사람이 8체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정확한 사실이 와전돼 버리면 문제가 커집니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 하죠. 한 방송사에선 6년 전부터 자리를 만들어놓고 와서 강의해 달라고 하는데 못 했습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 많은 분야라 의학계에 괜한 논란을 불러올까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양의와 한의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고, 존중해야 해요. 이 인터뷰도 솔직히 안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해 8체질 관련 논문이 외국 학술지에 게재됐는데요.

"시작은 국내 논문이었어요. 암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마커(진단지표)가 있습니다. 한 한국인 대학교수가 30여 년 전 서양에서 이를 연구했는데, 수술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겁니다. 다른 마커는 수술하면 줄어드는 데 말이죠. 30년 동안 사실상 쓰지 못했죠.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제가 환자 5명을 보내 검사를 해봤습니다."

환자 5명의 치료 전 검사 결과는 모두 암으로 판명났다. 권 원장은 3개월 동안 이들을 치료해 다시 검사를 의뢰했다. 얼마 후 그 교수는 5명 모두 해당 마커를 포함한 모든 마커가 없어졌다는 결과를 알려왔다. 그리고 하와이대의 암 전문의도 믿지 못할 결과라고 했다며, 이번엔 해당 마커만을 이용해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권 원장은 암환자 3명을 새로 정해 치료를 했고, 연구팀은 치료 과정을 검사해 마커가 사라지는 것을 재확인했다. 권 원장은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랐다. 그의 설명이다.

"그 논문을 미국 학술지 출판사인 '노바사이언스' 사람들이 본 겁니다. 학회 측에 논문을 게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고, 그쪽에선 연구결과는 암을 검사하는 마커일 뿐이고, 환자를 침으로 치료한 사람은 따로 있다며 제게 연결을 해준 겁니다. '노바사이언스'에서 수차례 연락이 왔어요. 계속 사양하다 결국 8체질침 치료의 이론적 원리를 써서 보냈습니다. 그게 지난해에 출간된 거죠."

10개 내장의 强弱 분석해 체질 분류

8체질의 기본 원리는 인간을 8가지 체질로 분류하는 것이다. 몸속 10개 내장의 강약 배열을 분석해 목양(木陽·Hepatonia), 목음(木陰·Cholecystonia), 토양(土陽·Pancreotonia), 토음(土陰·Gastrotonia), 금양(金陽·Pulmotonia), 금음(金陰·Colonotonia), 수양(水陽·Renotonia), 수음(水陰·Vesicotonia) 총 8가지 체질로 나눈다. 

각자의 체질은 몸에 유익하거나 해로운 음식이 모두 다르다. 간이 가장 큰 장기로 선두에 서는 목양체질은 육식이 이롭고 생선이 해로운 반면, 대장이 선두에 서는 금음체질은 그와 정반대다. 기자의 진맥을 본 권 원장은 금음체질이라고 했다. 건강이 좋지 못해 세 차례 진맥을 해서야 정확한 체질이 나왔다. 8체질 섭생법에 따르면, 금음체질은 모든 육식을 끊고, 약을 주의해야 하며,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원칙이다. 권 원장은 기자에게 우선 한 달만이라도 육식을 끊어볼 것을 권했다.

체질에 따라 성격도 크게 구분이 된다고 한다. 폐가 작은 목양체질은 말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피곤에 빠지며, 몸이 크고 건강해 덕이 있어 보인다. 토양체질은 성격이 급하다. 부지런하고 일을 많이 하나 뒤처리는 잘 못한다. 토음체질은 권 원장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희귀한 체질이라 한다. 

수양체질은 의심이 많고 꼼꼼하다. 토양체질이 일을 벌이면 이를 수습할 만한 사람이 바로 수양체질이다. 수음체질은 본래 위가 작게 타고나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 금양체질은 비현실적이고 전면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창의력이 강하다. 금음체질은 평소엔 과묵하나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고, 장거리 달리기에 능하다.

권 원장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도 체질이다. 육식을 해선 안 되는 금양체질이 고기를 먹을 때 생기는 병이란 것이다. 금양체질을 제외한 다른 체질은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의학도 지금까지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의 체질

권 원장의 암 치료는 8체질의 구분에서 시작한다. 체질에 맞는 식습관을 지키고, 그에 맞는 침 치료를 통해 암을 수술 없이 치료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처음엔 이를 믿지 않다가도, 치료를 할수록 효과가 입증돼 적극적으로 8체질 치료에 임한다고 한다. 정·재·학계의 다양한 인물이 직접 치료 또는 진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계 인사가 직접 찾아오는 일이 잦습니까.

"꽤 많이 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前) 한나라당 대표의 체질을 압니까.

"진맥을 해본 적이 없으니 저도 알 수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만 체질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이 대통령은 전혀 알 수 없고, 박 전 대표는 목양체질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박 전 대표는 어떻게 추정할 수 있습니까.

"박 전 대표의 아버지는 금음체질, 어머니는 목양체질입니다. 아마 어머니를 닮은 체질인 것 같아 그래요. 체질은 유전됩니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내외의 체질을 어떻게 압니까.

"어떻게 알긴… 진맥을 했으니까 알죠. 박 전 대통령은 생선은 먹되 육식을 하면 안 되는 체질이었습니다."

―다른 전직 대통령도 진맥한 적 있습니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아주 오래전 (진맥)한 적 있습니다. 수양체질이 나왔어요. 꼼꼼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의 체질입니다.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보좌진도 없이 혼자 찾아와 진맥을 받고 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금음체질이었어요."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주도 이곳에서 치료를 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은 목양체질이었습니다. 기업가에서 많이 나오는 체질이에요."

―아들인 이건희(李健熙) 회장도 같은 체질입니까.

"이건희 회장은 목음체질입니다."

―체질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직접 진맥을 한 겁니까.

"그렇죠. 진맥을 하지 않고선 정확한 체질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체질 연구를 언제부터 시작했습니까.

"아주 우연히 시작했어요. 80년쯤 전 일입니다. 열두 살 때 이가 아파 금니를 했습니다. 일본의사에게 가서 했는데 그날부터 이가 너무 아픈 겁니다. 자꾸 누르니까 구멍이 났고, 새로 갈기 위해 치과에 가서 금니를 빼니 치통이 멈췄습니다. 새 금니를 했는데, 다시 아프기 시작해 제가 스스로 빼버렸습니다. 통증이 또 사라졌어요. 저는 금니가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런 작은 사실이 후에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겁니다."


독학으로 8체질 의학 만들어

몇 해 후 이웃으로 한 여성이 시집을 왔다. 미모가 괜찮았던 그녀였지만 심하게 튀어나온 광대뼈로 인해 이런저런 소문이 났다. 그가 직접 부인에게 이유를 물었다. 부인은 금니를 하고 나서부터 광대뼈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결국 금니를 뺐고, 병은 바로 나았다.

비슷한 시기 금(金)으로 된 주사(注射)가 독일에서 개발됐다. 류머티즘 치료에 좋다며 한국에서 유행했다. 많은 환자가 주사를 맞고 곧바로 나았다. 하지만 얼마 후 주사를 맞은 사람 2명이 죽었고, 이후 사용이 금지됐다.

"두 사람이 금주사를 맞고 죽었는데 모두 얼굴이 새카맸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람은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했죠. 금주사로 병이 치료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나도 금주사를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한 미국 선교사가 머리가 총명했던 그에게 미국 유학을 제안했다. 얼마 후 학교 교장의 친동생인 젊은 재력가가 중학교는 물론 이후 일본 규슈(九州)대학까지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 유학 계획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대답했고, 그때부터 '친미인사'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다. 중일(中日)전쟁과 태평양전쟁이 이어지던 시절, 일제(日帝)는 소년에게도 너무 가혹했다. 그는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만주로 이주했다가 광복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어릴 때부터 가졌던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신학대를 졸업했고, 미국 유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때였다. 공부를 하던 중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병에 걸렸다. 안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았는데 증세가 악화됐다. 

침이 좋든 나쁘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한의사에게 침을 빌렸다. 그러고는 자신이 직접 이곳저곳 침을 놓았다. 우연히 발목 쪽을 찔렀는데, 다음 날 눈이 나았다. 침을 빌린 한의사에게 문의한 결과, 그 침 자리는 눈과 관계없는데다, 잘 쓰이지도 않는 자리라고 했다.

기적적인 경험을 한 그는 일단 유학을 포기하고 오래전부터 고민했던 인체의 신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독학한 결과, 그는 인간이 8체질로 분류되고, 체질에 따라 치료법이 서로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연구를 하다 보니 침으로 사람도 치료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마땅한 수입도 없는 백수 생활을 했습니다. 하루는 직업 문제를 상담하러 잘 아는 사장 한 분을 찾아갔어요. 마침 비서가 결재를 받으러 들어왔는데, 얼굴을 보니 거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아픈 데가 있다고 해서 나를 찾아오면 한 번 치료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침을 놨는데, 바로 완치가 됐어요."

사흘 후, 직업 문제로 상의했던 사장이 연락을 해왔다. 병이 깨끗이 나은 비서가 소문을 내 동네 환자들이 사무실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그의 본격적인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병은 잘 나았는데, 면허가 없으니 정식으로 돈을 받고 치료를 해줄 수 없었습니다. 환자들은 몰려왔고요. 한 명망 있는 사람이 찾아와 집을 구해줘 그곳에서 무료 치료를 계속 했습니다. 한의사 한 명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제게 '위생학' 책을 한 권 주며 한 달 후에 있는 국가검정시험에 응시하라고 하더군요. 한의과 대학이 없던 시절, 검정시험을 통과하면 국가고시에 응할 수 있었습니다."

1965년 도쿄 국제침구학회에서 첫 발표

그는 한 달 만에 검정시험을 통과했고, 이듬해 국가고시까지 한 번에 합격했다. 한의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그가 한의사 자격을 취득한 것이다. 1962년, 그의 나이 마흔둘이었다.

1965년, 그의 8체질 의학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 도쿄에서 국제침구학회가 열렸고, 그는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참석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행사 사무국에 논문 등을 보냈는데, 허가 통지서가 오지 않았다. 권 원장은 마침 일본에 가는 지인에게 이유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권 원장의 지인에게 "북한의 유명한 경락 학자인 김봉한이 오길 모두 바라고 있는데, 그가 일본에 오는 조건이 남한에서 한 사람도 초청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지인은 "일본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오는 것을 거부하고, 공산주의 국가는 받아들이는 것은 이치가 맞지 않다"고 항의했다. 그제야 권 원장의 논문 초고를 열어본 담당자는 전혀 새로운 이론이 나온 것을 알게 됐고, 권 원장을 정식 초청하기로 결정했다.

"대회가 10월 24일이었는데, 이틀 전에야 초청장이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출국해 논문을 성공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후 안 온다고 했던 김봉한이 다시 온다고 했나 봐요. 일본 측이 다시 초청을 했는데, 결국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대회가 끝난 후 '세리자와'란 이름의 도쿄대 교수가 저를 보자고 합니다. 경락을 연구한 그 사람은 김봉한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는데, 오지 않으니 남한에서 온 저를 불러 이유를 묻는 겁니다. 저는 '여기서 생체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김봉한은 절대 못 올 것이다'라고 답해 줬어요. 경락은 죽은 사람을 해부해 봐야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산 사람을 생체실험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에요."

그가 도쿄에서 최초로 발표한 8체질 의학은 세계 의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는 그에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정식 면허를 허가했고, 국내에선 동양의대(경희대 한의과대학의 전신)에서 강의도 요청해 왔다. 명지대는 그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8체질 의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사상의학을 세분화한 이론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둘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사상(四象)의학과 8체질 의학은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에서 사상의학을 가장 먼저 한의과대학에서 강의한 사람도 바로 접니다. 최근 경희대에서 사상의학을 가르치는 분이 예전 제게 강의를 들은 학생 중 한 명입니다. 아주 오래전 중국의 장준경(張仲景·150~219)이란 사람이 태음증, 태양증, 소음증, 소양증, 양명증, 궐음증 등 6가지 처방을 기록한 책을 냈습니다. 후에 이를 연구한 조선 후기 한의학자 이제마(李濟馬)가 실험을 한 후 양명증과 궐음증을 빼고 네 처방을 모아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썼습니다. 사상의학은 사실 체질보다는 증상에 따라 처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논하고 있습니다. 소음증 약이 듣는 사람은 소음체질, 태음증 약이 듣는 사람은 태음체질이죠. 처방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사상의학입니다."

첫 제자가 될 뻔했던 도올 김용옥

권도원 원장의 첫 제자가 될 뻔했던 철학자 도올 김용옥.


―8체질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인가요.

"지구상에서 처음이죠."

―외국인에게도 똑같은 체질이 적용됩니까.

"인종과 상관없이 사람은 모두 8체질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8체질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가르친 일이 없는데, 인터넷과 문서를 통해 서로 연구한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도 많은 한의사가 8체질을 한다고 하는데, 제가 가르친 사람은 없습니다."

―8체질 섭생법은 주로 한식을 위주로 합니다. 외국 식단엔 적용하기 어려울 텐데요.

"제가 외국 음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식 위주로 썼습니다. 하지만 체질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류, 생선, 채식을 구분하는 겁니다. 비타민과 약도 적용할 수 있고요. 서양 사람 중에도 많은 이들이 감탄한 사례가 있어요."

―제자를 키우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잘못된 체질을 알 바엔 아예 모르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8체질은 맥을 짚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20만 번은 해봐야 겨우 감이 와요. 저도 환자의 맥이 약할 경우 아주 가끔 다른 체질을 일러줄 수도 있어요. 혼자 해도 논란이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하면 분명 오진이 나옵니다. 그러면 8체질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게 되겠죠."

권도원 원장의 첫 후계자가 될 뻔한 사람은 철학자 도올 김용옥(金容沃)씨라고 한다. 1967년 고려대 재학 시절 오랫동안 관절 류머티즘으로 걷지도 못했던 도올을 권 원장은 침으로 치료했다. 

《월간조선》은 2001년 2월 도올 김용옥 인물연구 기사에서 "(도올은) 치료 당시 권 원장이 개발한 침의 원리적 체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의학을 통해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기록한 바 있다. 권 원장과 도올은 1985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과 함께 <체질의학의 체질분류법에 따른 식품기호도와 영양상태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란 논문을 쓰기도 했다. 권 원장의 말이다.

"어느 날 노신사 한 분이 한의원에 찾아왔습니다. 명함을 내놓는데 의사더군요. 아들이 이상한 병에 걸렸는데 병원에선 도저히 고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치료만 가능하다면 천안에 있는 아들을 올려 보내겠다고 해요. 그 아들이 도올이었고, 다 나았습니다. 그 후 대만, 일본, 미국의 명성이 높은 대학에서 동양철학 공부를 마치고 와선 저를 곧장 찾아왔어요. 한국엔 짐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급하게 찾아온 거죠."

8체질과 기독교

김씨는 당시 권 원장에게 "한의과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를 마치면 8체질을 알려달라"고 했다. 권 원장은 "한 가지 학문으로 4개 나라에서 공부까지 한 사람이 뭐가 아쉬워 이런 걸 하느냐"고 물었다. 김씨의 대답은 "동양철학의 결론을 내기 위해선 8체질을 배워야 한다"였다. 권 원장은 그렇게 해보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원광대에 입학한 도올은 한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재학 시절 쓴 《기옹은 이렇게 말했다(醫山問答)》란 책에서 그는 "내가 만난 신은 단 두 사람이 있다. 그 하나가 모차르트요, 또 하나가 동호 권도원이다"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도올은 결국 권 원장의 제자가 되지 못했다. 권 원장은 이유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꺼렸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권 원장이 기독교에 대한 발언을 통해 논란을 야기한 도올을 결국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8체질 의학과 기독교가 직접 연관이 있습니까.

"의학과 종교가 직접적으론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성경을 보면 8체질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많이 나오죠. 창세기 1장 29절에 하나님은 사람에게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먹을거리로 줍니다. 당시 육식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모든 사람이 단 한 체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체질이 같으면 생각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선악과를 먹은 인간은 타락했고, 사탄의 종노릇을 하게 되죠. 요즘은 한 사람이 무얼 하자고 하면 다른 이들이 온갖 주장을 내세우며 반박하지만, 그땐 의견이 하나로 잘 모였어요. 선한 일을 함께하면 좋은 것이지만, 악한 일에 의견을 모으는 것은 대형범죄를 유발합니다. 100명을 죽이자고 하면 100명을 죽이고, 1000명을 죽이자고 하면 1000명을 죽였죠."

―하나의 체질이 어떻게 8개로 나뉘게 됐습니까.

"노아의 홍수 때 온 지구가 물에 잠깁니다. 그리고 홍수 후에 남은 노아와 그 가족에게 하나님은 '내가 왜 인간을 심판한 줄 아느냐, 앞으로는 죄를 짓지 마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며 무지개를 보여주셨고, '모든 산 동물이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와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인간은 처음 육식을 하게 됩니다. 노아의 가족 8명의 체질이 다양하게 바뀐 거죠. 전에는 토끼를 봐도 먹겠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생긴 겁니다."

―종합해 보면 8체질 의학은 한의학도 양의학도 아닌 '성경적(biblical) 의학'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죠.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감춰두신 신비가 바로 체질이라 믿습니다. 지체질이지천명(知體質而知天命), 체질을 아는 것이 곧 하늘의 뜻을 아는 겁니다."

한의사協의 대통령 한방 주치의 제안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체질이 있다. 소나 코끼리 같은 채식동물은 육식을 할 수 없다. 금음 또는 금양체질같이 육식을 할 수 없는 장기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나 사자가 풀을 먹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동물은 모두 종류별로 한 체질이기 때문에 자신의 먹을 것만 먹지만, 사람은 체질이 다양한 것이 차이다. 

권 원장은 광우병도 체질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스탠리 프루시너란 미국 교수가 프리온(Prion) 단백질을 발견해 노벨상을 탔습니다. 소, 양, 사람이 같은 모양으로 죽는 것을 보고 발견한 단백질이죠. 소와 양은 대장이 모두 깁니다. 육식을 안 하면 병에 걸릴 이유가 없죠. 야생동물은 병들어 죽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인간이 사육하면서 양의 창자를 갈아 풀과 섞어 먹이니까 광우병에 걸리는 겁니다."

일본인은 금음체질이 많다고 한다. 육류를 금기시해 온 긴 역사 때문이다. 7세기 불교를 받아들인 덴무(天武) 일왕이 '살생과 육식을 금지하는 칙서'를 내려 일본인은 1200여 년 동안 고기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

"육식을 금지하니, 고기를 먹어야 사는 목양체질 사람들은 모두 병에 걸려 죽는 겁니다. 금음체질과 같이 육류 대신 생선을 먹어야 하는 사람과 토양체질같이 생선과 육류를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사람만 살아남은 셈이죠. 제가 만난 일본인 대다수는 금음체질 또는 금양체질, 아니면 토양체질이었습니다."

―한국인은 어떤 체질이 제일 많습니까.

"지방에 따라 다릅니다. 어느 지방은 금음체질이, 어느 지방은 목양체질이 많아요. 토음체질은 아주 드뭅니다."

―아주 어린 아기도 진맥이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체질은 평생 변하지 않습니다."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시키기도 합니다. 혈액형과 체질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권 원장 본인은 금양체질이다. 육식은 해롭고 생선이 이로우며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체질이다. 권 원장은 체질에 따른 식단을 평생 유지했고,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다고 했다.

8체질 의학은 여전히 검증 대상

권 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기자와의 첫 만남에서 대한한의사회 고위 인사가 두 차례 찾아와 대통령 한방 주치의로 추천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한방주치의제도 부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훨씬 후인 올해 1월 5일이었다.

"몇 번을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훌륭한 한의사들이 전국에 그렇게 많은데, 나 같은 사람이 갈 이유가 없죠."

―과학적 증명을 통해 8체질 의학에 대한 논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까.

"몇 차례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30여 년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큰돈을 주고 연구계약을 했어요. 결과가 잘 안 나와 한 번 더 계약을 진행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몇 해 전 미국 피츠버그대학 시마다라고 하는 일본인 교수를 소개받았습니다. 그 분야에서 천재적인 성과를 냈다고 하더군요. 피츠버그대학에 제가 직접 가서 맥을 짚어가면서 알려주고 연구계약을 했습니다. 3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는데, 실패했어요. 60% 정도밖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권 원장은 인터뷰 마지막까지 가급적 기사 게재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한방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여전히 8체질 의학을 '사이비'로 보는 의사와 한의사들이 존재하고, 권 원장의 임상 검증은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으로 검증을 못 했다는 이유로 45년간 쌓아온 수많은 치료 경험까지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을까. 권도원 원장의 침은 과연 어디까지 효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월간조선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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