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無다이옥신 구운 소금 개발한 朴海植 사장 “소금도 이젠 건강기능식품”

김정우 기자 2011. 7. 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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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無다이옥신 구운 소금 개발한 朴海植 사장
“소금도 이젠 건강기능식품”

⊙ 과열증기 기술로 ‘타지 않는’ 구운 소금 생산… 다이옥신 검출 ‘0’
⊙ 1998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에 두 번 망하자 30년 건축 인생 접고 소금 사업 도전
⊙ 농업高에서 우연히 발견한 축산폐기물 시스템 활용해 독창적 기술 개발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
 

박해식 참바이오제닉 사장. ⓒ 김정우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여파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경기도의 용인시에서 8년째 물류·건설 사업을 해 온 박해식(朴海植) 삼정개발 사장에게도 위기의 여파(餘波)가 강하게 밀어닥쳤다. 그는 당시 약 43만m²(13만평) 부지에 5000억원 규모의 물류창고 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다. 설계, 지질조사, 환경성 검토 등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9월 28일 미국 대형 펀드회사와 계약만 앞둔 상황이었다. 회사는 큰 손해를 입었고, 박 사장도 개인 자금 3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1998년 IMF 경제위기 때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 10년 만에 다시 직격탄을 맞은 박 사장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졌고, 유통 산업의 불황이 시작됐다. 물류창고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확대되면서 투자가치가 상실됐다. 박 사장의 회사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10년 전 겨우 일으켜 세운 꿈은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큰 실패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합니다. 30년 동안 몸담았던 건축사업을 정리하니, 그동안 무관심했던 여러 분야가 새롭게 보이더군요. 45년 동안 광물이었다가 2008년 3월 식품으로 인정받은 천일염 기사가 눈에 들어온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 과열증기(過熱蒸氣)
 
  보일러 내에서 발생한 증기를 압력 변화 없이 가열한 열량이 높은 증기. 수분이 증발한 건조포화증기를 또 가열한 상태로, 온도가 높아 최근 식품 및 환경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직화 대신 간접열 이용
 
  2008년 12월 우연히 찾은 경기도 여주의 농업고등학교에서 박 사장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물건’을 발견했다. ‘축산폐기물 처리 시스템’이다. ‘과열증기’를 이용한 건조·탄화(乾燥炭化) 공정을 처음 본 박 사장은 ‘신묘하고 획기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발상은 곧바로 ‘농산물 건조’와 ‘소금 건조’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소금 연구’를 시작한 박 사장은 천일염의 ‘간수’ 문제에 집중했다. 과거 가정에선 천일염을 항아리에 담아 간수를 제거했다. 자연에 맡기는 방식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박 사장은 가열 시스템을 간수 제거에 적용했고, 연구 범위를 ‘구운 소금’으로 확대했다.
 
  일반적으로 구운 소금은 원형회전로에 천일염을 넣어 직화(直火) 방식으로 가열·건조한다. 천일염을 가열하면 자연적으로 증발되지 못한 간수나 유해 성분이 제거되고 무기질은 유지돼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소금을 직접 불에 굽는 방식은 소량이지만 다이옥신 검출 개연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천일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구운 소금의 유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공정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3월 과열증기 업체에 천일염을 맡겨 시험생산을 시작한 박 사장은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구운 소금을 연구했다. 시중의 구운 소금과 가장 큰 차이는 가열증기 기술이었다. 물을 700℃ 고온으로 끓여 나오는 증기로 천일염을 가열하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화기로 직접 열을 가해 소금을 굽는 게 아니라, 간접열을 이용해 소금을 데우는 것이다. 산소가 유입되지 않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단시간에 구워 내 다이옥신 등 각종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한다.
 
  “제작 단계에서 관련 업체와 협의를 통해 보다 경제적이고 콤팩트한 설비를 이동이 용이한 규모로 개발했습니다. LPG를 열원으로 사용해 에너지 효율도 증대시키고 오염물질 배출을 차단했죠.”
 
  천일염 원료도 신중히 골랐다. 중국산 소금에 포대만 바꾼 ‘짝퉁’ 천일염을 사용했다간 제대로 사업 시작도 못해 보고 실패할 것이 뻔했다.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전남 신안의 한 염전이었다. 염전으로는 세계 최초로 ISO22000 인증을 받아 명성을 얻은 곳이다.
 
 
  “이거 잘하면 큰돈 벌겠다”
 
  2009년 7월, 박 사장은 전남 신안의 염전을 직접 방문했다. 염전을 운영하는 최신일(崔信一) 대표의 안내를 받아 염전을 둘러본 박 사장은 자신의 소금을 꺼내 직접 보여줬다. 박 사장의 설명이다.
 
  “여름휴가차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가 봤는데, 염전 사장을 만나니 문득 품평을 듣고 싶은 욕심이 난 겁니다. 맛을 본 최 대표의 반응이 저를 크게 흥분케 했습니다.”
 
  ―뭐라고 평하던가요.
 
  “‘어디서 이렇게 좋은 소금을 구했느냐’고 묻더군요. 그러곤 ‘이렇게 구운 소금은 본 적이 없다’며 ‘이거 잘하면 큰돈 벌겠다’고 해요. 전문가에게 그런 답변을 들으니 희망이 절로 솟았습니다.”
 
  확신을 갖게 된 박 사장은 본격적으로 사업에 돌입했다. 같은 해 10월 ‘참바이오제닉’이란 회사를 설립했고, 11월 경기도 용인의 공장을 사서 설비를 들였다. 2010년 봄, 설비 공사가 완료되자 정밀 테스트가 시작됐다. 박 사장은 최 대표를 10여 차례 공장에 초청해 소금 맛 평가를 부탁했다. 성분은 과학적 실험을 통해 밝혀낼 수 있지만, 맛은 사람의 입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실험 과정에서 미네랄 함량이 높은 원료를 사용해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의 함량을 극대화했다. 한국식품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 적게는 11%에서 많게는 57%까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이옥신 검출 시험도 성공적이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시험한 결과 다이옥신 함량이 0.000피코그램(pg)-TEQ/g으로 나왔다. 피코그램은 1조분의 1g을 의미한다.
 
  “1년이 흘러 2010년 12월 즈음이었어요. 소금 맛을 본 최 대표가 ‘이거면 됐다. 출시하라’고 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고생했던 기억들이 한 번에 사라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더군요.”
 
  박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나온 소금에 ‘Salt1001’이란 제품명을 붙였다. 천일염의 ‘천일’을 숫자로 붙였고, 글로벌 시장까지 생각해 영문 브랜드를 택했다고 한다.
 
  ―다른 구운 소금에선 다이옥신이 나올 수 있습니까.
 
  “시중의 구운 소금에서 유해한 다이옥신이 검출된다는 이야기는 분명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구운 소금이나 죽염으로 알려진 ‘태움·용융소금’은 천일염 등을 800℃ 고온에서 수차례 가열과 분쇄를 반복해 만듭니다. 저온으로 가열하면 다이옥신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식약청은 구운 소금 제조 시 3pg-TEQ/g을 자율기준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품 포장지에 식약청 기준을 통과했다고 돼 있으면 일단 안전합니다. 단 저희 소금의 차별성은 증기로 가열하기 때문에 소금이 조금이라도 탈 가능성을 제거해 다이옥신을 완전히 없앤 것이죠. 기준이 ‘3’ 이하면 되는데, ‘0’으로 확실히 했다는 겁니다.”
 
과열증기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모습(왼쪽)과 완제품을 전용용기에 담은 모습. ⓒ 김정우
 
  글로벌 시장 진출 목표
 
  박 대표는 과열증기 시스템에 천일염이 아닌 것들도 넣어 시험을 해 봤다고 한다. 꽃, 고추, 고사리, 무, 닭, 종이 등 이것저것 가열한 결과 모두 바짝 마를 뿐 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증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굽는다’보단 ‘찐다’는 표현이 와 닿습니다.
 
  “수분이 없기 때문에 찐다고는 할 수 없죠. 증기열로 ‘굽는’게 맞습니다. 개념에 헷갈릴 순 있어요. 제품을 만든 다음에 식약청에 신고하러 갔더니 분류가 안 나오는 겁니다. 보통 그 자리에서 직원이 정하는데 저희는 한 달 후에야 ‘태움·용융소금’이라고 결정이 났죠.”
 
  ―쉽고 정확하게 표현할 순 없을까요.
 
  “완전히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뻥튀기 기계쯤으로 보면 될까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소금이 이동하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열이 가해져 소금이 콩 볶는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튑니다.”
 
  박 사장은 가열 시스템을 직접 가동해 소금이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완제품이 나왔다. 한움큼을 집어 든 박 사장은 직접 맛을 봐야 안다며 기자에게 건넸다. 함께 자리한 소금판매 업체의 대표들은 “그동안 수많은 소금을 팔았고 직접 맛을 봤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라며 “표현하기 묘한 감칠맛이 난다”고 평했다. 박 사장의 말이다.
 
  “한창 소금을 구우며 개발하던 당시 지인의 소개로 한 어르신을 만나 소금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보통 슬쩍 찍어 맛을 보는데, 한움큼 가득 쥐고선 다 먹는 겁니다.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다’며 맛이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나중에서야 그분이 염전을 한다는 사실을 들었어요.”
 
  박 사장은 “식품산업의 특성상 호황 시장에 후발주자가 제대로 진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그럼에도 무모한 모험을 하게 된 계기는 타사와 차별화한 제조설비와 공법을 무기로 틈새시장 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요즘 소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데, 구운 천일염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며 나트륨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품질 천일염 원재료를 들여와 독창적인 방법으로 생산했기 때문에 맛과 건강이란 식품의 핵심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천일염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광물’로 분류됐다가 최근에서야 ‘식품’이 됐죠. 소금이 이젠 ‘식품’을 뛰어넘어 ‘건강기능식품’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연구해야죠.”
 
  박 사장은 관련 기술을 취합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확실한 품질로 ‘명품소금’을 개발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차별화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58년 개띠’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2등 하면 서러워했던 성격입니다. 군대에서도 내무반장을 자청할 정도로 누구 밑에선 일을 못할 정도로 독했죠.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된 식품업에선 이런 성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앞서 나가는 최고의 소금을 만들 계획입니다.”⊙
 
▣ 소금의 종류
 
  천일염
  염전에서 바닷물의 자연 증발에 의해 생성된 소금. 미네랄이 다른 소금에 비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순물도 다른 종류의 소금에 비해 많이 함유될 수 있다.
 
  재제소금
  천일염이나 암염을 정제수나 바닷물 등에 녹여 불순물을 여과한 후 다시 결정화시킨 소금으로 가정에서 흔히 ‘꽃소금’으로 불린다. 천일염에 비해 무기질 함량은 부족하지만, 불순물도 더 적다.
 
  정제소금
  정제기술을 이용해 염화나트륨 순도를 높인 소금으로 염화나트륨 농도가 다른 소금에 비해 가장 높다.
 
  태움·용융소금
  암염이나 천일염 등을 800℃ 이상의 고온에서 수차례 가열과 분쇄를 반복해 만든 소금으로 구운 소금이나 죽염으로 불린다.
 
  가공소금
  천일염, 재제소금, 정제소금, 태움·용융소금에 영양성분이나 맛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다른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을 첨가한 것.


기사 全文 보기 : 월간조선 2011년 8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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