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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북한

대남선동 게시물 하루 1000개 올리는 北 정보전사들

김정우 기자 2013.08.12 10:49
북한의 대남선동 게시물이 하루 1000건 이상 올라오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바로 ‘디시인사이드’란 곳입니다. 순방문자만 하루 200만명인 초대형 커뮤니티가 북한의 ‘정보전사’들에 의해 ‘융단폭격’을 받는 중입니다. 빠를 땐 1초당 한 건씩 글이 올라올 정도의 조직적 공격에 디시인사이드는 이를 삭제·차단하는 전담 직원을 따로 둬야 할 정도입니다.(해당 기사 바로가기)

게시물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찬양하거나, 교묘하게 대한민국과 미국을 비난하는 글이 주를 이룹니다. 남한 말을 사용하고 국내·외 매체의 기사를 짜깁기하는 수법을 통해 ‘남한발(發) 선동’인듯 위장합니다. 게시자의 IP주소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태국, 칠레, 베네수엘라, 영국, 미국 등 전 세계 각국을 아우릅니다.

‘정보전사’의 전형적인 대남 선전 게시물. 국내외 기사, 사진, 영상 등을 짜깁기해 만들었다.


◇주요 비난 대상은 박근혜, 국정원, 미군, 일베

누구의 소행일까요? IP를 우회하는 수법과 게시물 내용을 읽어보면 누구나 북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북한이 아닐 가능성도 1%는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는 대답 대신 디시인사이드 관리자 계정을 열어 삭제된 글들을 기자에게 직접 보게 해줬습니다. ‘지나치게’ 일정한 패턴의 짜깁기 글 수백 개가 모니터에 펼쳐졌습니다. 일부 글에선 ‘자릿길’과 같은 단어도 보였습니다. ‘궤도’의 북한식(式) 표현입니다. 북한 선동자료를 ‘이남화(以南化)’하던 중 실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유식 대표는 “내용 자체가 북한을 교묘하게 찬양하는데다 북한에서만 쓰는 어휘도 종종 등장해 중국 또는 제3국을 근거로 한 북한의 대남 심리전이 틀림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들의 패턴은 간단합니다. 국내·외 언론의 기사 또는 논평을 내걸고 관련 선동 게시글을 캡처합니다. 캡처할 땐 댓글도 포함시키는데, 마치 다수의 의견이 일치하는 듯 조작하기 위해서입니다. 게시물 끝엔  “북, 미국 몸서리쳐지는 타격 못 피할 것” “북, 말 필요 없다 오직 핵 폭탄으로…” “북, 예고 없이 서울 통째로 불바다”와 같은 제목의 기사 링크와 영상을 덧붙입니다.

이때  《자주민보》란 매체가 단골로 등장합니다. 《자주민보》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은 이창기(45)씨가 운영해 온 인터넷 매체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전해 ‘종북매체’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게시물의 내용은 일관되게 반 대한민국, 반미(反美), 반일(反日), 친북(親北) 성향을 보입니다. 주요 비난 대상은 박근혜, 이명박, 박정희 등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현(現) 정부 인사, 새누리당, 국정원, 미국·일본 정부, 국군과 미군, 우파 논객,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입니다.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한 후 디시인사이드 측에 관련 통계를 요청했습니다. 지난 4월 19일부터 7월 11일까지 하루 평균 900건의 게시물이 ‘정보전사’의 대남선동 자료로 신고돼 삭제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커뮤니티 특성상 20~30%의 글이 적발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하면, 최소 1000개 이상의 글이 매일 올라온 셈입니다.


◇20세기 안보 패러다임 바꾼 것은 핵무기, 21세기엔 사이버 공격이 핵심

정보전사들은 왜 디시인사이드를 공격대상으로 삼았을까요? 2011년 1월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최초로 해킹한 이들이 바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입니다. 이들은 김정일·김정은 부자(父子)를 조롱하는 그림을 메인화면에 올리고, 해당 트위터(Twitter)와 유튜브(Youtube) 계정까지 장악해 김정은을 비난하는 글과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최고존엄’을 모욕한 디시인사이드를 가만둘 리 없습니다. 이후 수차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지난해부턴 북한찬양 게시물이 대규모로 올라옵니다. 특히 종북 성향 게시물 수가 갑자기 증가한 시점이 지난 4월 18일 발생한 디도스 공격 직후인 것으로 확인돼 이번 사이버 선동 공세의 북한 연계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은 20세기 안보 패러다임을 바꾼 계기가 핵무기의 등장이었다면 21세기 안보 패러다임은 사이버 공격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재래전력과 핵전력에 이어 사이버전력이 국제 안보의 중심축으로 발전한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북한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김정일입니다. 그는 2003년 이라크전 직후 북한군 최고수뇌부들을 모아놓고 이런 말을 했답니다.

“지금까지의 전쟁은 알(총알)전쟁, 기름전쟁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정보전이다.”

김정일의 지시가 떨어지자 북한은 곧 대남사이버공작기구를 확대하고 ‘사이버요원’을 양성했습니다. 청와대, 국방부, 국회, 조선닷컴, 중앙일보 등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테러를 일으켰고, 농협 전산망을 해킹했습니다. 일심회와 왕재산 등 간첩단 사건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한 대북 보고와 교신이 이뤄졌음이 확인됐습니다.

정보전사

갤러리 성격에 맞춰 올라온 게시물. 미스터리를 가장한 북한군 선전 자료(왼),북한군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선전 자료.


◇ 北 통전부 사이버 전담팀엔 댓글 전담만 200~300명

직접적인 사이버 공격뿐 아니라, 사이버 심리전도 함께 전개됐습니다. ‘구국전선’과 ‘우리민족끼리’ 등 약 134개의 해외거점 사이트들이 대남선전·선동 컨텐츠를 작성하고, 국내 종북 세력이 이를 그대로 전파하는 방식입니다. 해킹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남한 내 사이트에서 허위선전과 유언비어를 유포합니다.

사이버 안보는 북한이 우위를 가진 비대칭 전력입니다. 폐쇄망이나 다름없는 북한의 인터넷 인프라엔 사실상 전장(戰場)이 없습니다. 최근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가 북한 사이트를 해킹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남한이 당한 피해에 비할 바 못됩니다. 세계적 규모의 개방형 망(網)을 자랑하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언제든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엔 경계가 없습니다. 국내 금융전산망을 마비시킨 대형 해킹 사건은 대부분 인적 취약점을 집중 공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른바 ‘사회공학적 기법’으로 불립니다. 1995년 미국의 항공 핵 방위시스템인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에 침투한 ‘전설의 해커’ 케빈 미트닉(Mitnick)은 컴퓨터 대신 전화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러한 속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중입니다. 합법·비(非)합법,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이른바 ‘배합 공작’을 강화해 사이버 공격에 적용합니다. 최근 북한 해커가 남한IT업체를 통해 11만 대의 좀비 PC를 확보한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 북한의 사이버전 전담부대 인원은 3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만명이 넘는다고 추정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디도스, 금융전산망 마비, 직접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주로 정찰총국이 주도하고, 인터넷 환경을 활용한 대남 선전·선동은 통일전선부에서 관할합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통전부 사이버 전담팀엔 게시물과 댓글만 쓰는 인원이 200~300명에 이른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가 우습게 볼 수 있는 댓글 하나가 북한 입장에선 실탄보다 중요한 무기인 셈입니다. 하루에 수천·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는 오늘의유머, 보배드림, 일간베스트저장소,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국내 사이버 공간은 사실상 총탄이 오가는 전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포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 “정보기관 요원이 댓글이나 달고 있다”며 한탄하는 분을 많이 봤습니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댓글이나”라며 비하하기엔 댓글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한 사이트에만 하루 1000개 이상의 대남선전 글로 융단폭격을 하는 정보전사의 공세 규모를 보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의 활동이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기사에도 북한 정보전사들의 댓글이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2013년 8월 12일 《조선일보》 [클릭! 취재 인사이드] 대남선동 게시물 하루 1000개 올리는 北 정보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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