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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와 RO의 '내란음모'가 '성공'했다면?

정치·북한

by 김정우 기자 2013. 12. 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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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일 오후 2시30분, 북한 황해도 장산곶과 등산곶 인근 해안포 기지에서 76.2mm 해안포와 122mm 방사포 포탄 수백 발이 일제히 발사됐다. 대한민국 육·해·공군이 포격 원점 타격에 나섰지만, 백령도와 연평도 군 기지와 민간인 시설의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 특수병력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기습점령하기 위해 침투작전에 돌입했다. 강원도 고성의 한 GOP 부대엔 북한 특수부대가 기습점령을 실시, 수면 중이던 우리 군 병력 수십 명을 사살한 후 복귀했다.

오후 5시, 경기도 평택의 가스생산기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10만㎘급과 20만㎘급 저장탱크 수 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고는 순식간에 연쇄폭발사고를 일으켰다. 총 336만㎘ 이상의 가스를 보관한 기지의 폭발은 순식간에 인근 해군 제2함대 기지까지 위협했다.

사고 발생 원인은 테러였다. 지하당 조직원에 포섭된 직원이 탱크와 인접한 배관의 취약 지점에 장치해 둔 다수의 C4(콤포지션4) 시한폭탄이 각각 작은 폭발을 일으켰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탱크 내부로 옮아가면서 대형 연쇄폭발을 불러온 것이다. 그는 200g 단위로 나눈 점토 형태의 C4 폭약과 플라스틱의 기폭제를 수일에 걸쳐 따로 반입해 내부 검색을 피할 수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연건동 KT혜화지사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KT인터넷데이터센터(IDC)엔 무장괴한들이 난입했다. 이들은 북한 지하조직에 포섭된 내부직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정보를 통해 전체 시스템망을 마비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화와 인터넷망이 집중된 핵심 통신 시설이 타격을 입자 서울을 비롯한 전국 인터넷망과 서버 플랫폼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했다.

경기도 과천시와 의왕시 주변 송전탑 7곳에서 연쇄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남파된 북한군 특수전 병력의 소행이었다. 정부과천청사와 서울구치소 등 시설이 정전됐고, 성남·판교 방향 신호기가 모두 고장나면서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철탑 파괴에 성공한 북한군 병력은 게릴라 활동을 전개하다 뿔뿔이 흩어졌다.

오후 8시,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의 코레일 철도교통관제센터의 관제시스템이 셧다운됐다. 내부자의 소행이었다. 일부 KTX 열차가 탈선사고를 일으켰으며, 비상 관제시스템이 가동되기 전까지 전국 열차 운행이 ‘올스톱’했다.〉

《월간조선》이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구성한 북한 고강도 도발 예상 시나리오다. 임의적 추론을 방지하기 위해 2010년 연평도 포격, 2012년 북한군 ‘노크 귀순’, 2003년 ‘1·25 인터넷 대란’, 2005년 과천·의왕 고압송전탑 화재 등 실제 발생한 사건을 인용했다.

테러 대상은 평택 가스생산기지, KT혜화지사와 분당IDC, 송전 철탑, 철도교통관제센터 등 이석기(李石基) 통합진보당 의원(구속)과 RO 조직이 파괴를 모의한 실제 기관과 시설을 가정했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폭탄제조법을 논의하고 내부 근무자를 포섭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석기와 RO 조직이 폭파 시설로 지목한 한국가스공사의 평택생산기지.(조선DB)


⊙ 北 국지도발과 함께 주요 국가기간시설 '올스톱' 가능
⊙ RO 조직원들이 언급한 평택 가스생산기지, KT혜화지사, KT분당IDC는 핵심 국가기간시설
⊙ 기관 내부자와 공모해 C4 시한폭탄 등 설치 시 치명적 피해 가능
⊙ 후방 도심 테러와 국가기반시설 테러는 北 고강도 도발의 전형적인 전술
⊙ 한국가스공사 “LNG 저장탱크 내부는 연소 자체가 불가능… 재래식 미사일 폭격에도 안전”
⊙ 폭발 전문가들, “배관 등 취약 부분 공격 시 평택 가스저장탱크도 안전 보장 못 해”


李石基와 RO가 노린 기간시설

치안정책연구소의 201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군사도발 유형은 ▲저강도 제한 도발 ▲중강도 제한 도발 ▲고강도 도발 ▲초고강도 전면 도발 등 총 4단계로 나뉜다. 육상·해상·해저 기습테러와 후방 도심테러(생화학, 국가기반시설 테러 등)는 3단계 유형에 포함된다. 이때 북한에서 가능한 직접 공격은 ▲군사분계선 최전방초소 기습점령 후 복귀 ▲서해5도서에 대한 해안포, 미사일 공격 ▲서해5도서 및 동해 특정지역 기습점령 강행 ▲특수군 후방침투, 제2전선 형성 게릴라 투쟁 등이 개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석기 의원의 RO 조직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내란을 모의했을 경우, 단독작전은 불가능하며 북한군의 도발과 함께 후방 교란 작전을 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동열(柳東烈)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통신, 전력, 철도, 에너지망(網)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는 북한 특수공작원의 후방테러와 결합해 무장폭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제한적 테러에 성공할 경우 전쟁공포를 확산시켜 사회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선임연구관은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통신, 방송, 수송, 전력, 의료망 등 후방 교란을 위한 정보를 직파간첩과 남한 내 지하당을 통해 꾸준히 수집·업데이트해 왔다”고 분석했다.

체포동의안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은 지난 3월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등으로 전쟁도발 위협을 고조화하자 이를 ‘혁명의 결정적 시기(만조기·滿潮期)’로 판단했다. 북한의 전쟁상황 조성에 호응하기 위해 ‘전쟁대비 3가지 지침’으로 ▲비상시국에 연대조직을 빨리 꾸릴 것 ▲대중을 동원해서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을 실시할 것 ▲미군기지, 특히 레이더기지나 전기시설 등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등을 조직원들에게 하달했다.

그는 향후 전쟁 전망에 대해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정규전이 아닌 비정규전”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물질적·기술적 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물질적 준비’는 봉기를 위한 수단을 말하며, ‘기술적 준비’는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수록된 RO 조직의 비밀 회합 녹취록엔 이들의 협의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구속)은 “세계 최대 유류저장시설이 평택에 있는 유조창”이라며 “니켈합금을 감싸고 있는 벽돌과 시멘트 두께가 90cm라서 총알로 뚫을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다이너마이트와 시한폭탄까지 언급했다.

이 고문이 말한 유조창은 한국가스공사 LNG(액화천연가스) 저장기지와 한국석유공사의 원유비축기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40%가 평택을 거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들은 평택항, 해군 2함대 기지와 맞닿아 있다.

2011년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생한 사제폭탄 사건의 증거물. RO 회합 녹취록에도 사제폭탄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조선DB)


평택기지, 336만㎘의 LNG 저장

한국가스공사는 평택, 인천, 통영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으며, 1986년에 지어진 평택생산기지는 45만 평 면적에 10만㎘급 10기, 14만㎘급 4기, 20만㎘급 9기의 저장탱크를 보유해 총 336만㎘의 LNG를 저장할 수 있다.

김상훈(金相勳)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받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LNG 저장탱크의 경우 내부압력이 대기압보다 높게 운전되기 때문에 저장탱크 내부로 공기가 유입될 수 없다. 연소 가능상태가 아닌데다 점화원도 없어 LNG 저장탱크의 폭발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LNG 저장탱크 단면은 약 90cm의 초고강도 콘크리트와 특수형강으로 이뤄져 있다”며 “충격 실험 결과 재래식 미사일 폭격 시에도 방호력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가의 어느 기간시설이든 안전성을 100%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발생에 대비한 신속한 조치와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특정세력의 공격 목표로 언급된 이상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저장시설에 대한 보다 높은 차원의 방호체계가 요구된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평택을 비롯한 구리, 용인, 동해, 곡성(이상 제품기지), 서산, 울산, 여수, 거제(이상 원유기지) 등 총 9개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 1억4600만 배럴 규모에 1억3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 중이다. 9개 기지 중 LPG 기지는 평택지사가 유일하며 지상과 지하에 총 620만 배럴의 LPG를 저장 중이다.

피해 예상 규모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인데다 다수 민간기업 상황까지 포함된 내용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만약 테러 또는 공격으로 인해 폭발사고가 발생할 경우 민·관·군 합동대응작전을 펼치게 되며, 이미 만반의 방호시스템을 갖춰 공격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장을 역임한 박연수(朴演守)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국가기간시설을 목표로 한 공격은 심각한 피해를 주는데, 사람 몸으로 비유하면 통신은 신경계통, 철도·도로는 혈관, 에너지는 말 그대로 에너지”라며 “특히 에너지 기간시설이 타격을 받으면 복구와 회복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 입장에선 반드시 공격해야 할 곳”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평택생산기지에 대한 공격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을 지낸 윤명오(尹明悟) 서울시립대 교수는 “평택생산기지는 방호시스템이 철저하기 때문에 미사일 공격이나 공중폭격과 같은 전면전 무기가 아닌 이상 연쇄폭발과 같은 직접 타격을 입히긴 어렵다”며 “현재 드러난 RO 조직 수준으론 공격하기 어려운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연쇄폭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며 “특히 가스의 경우 열과 압력에 의해 폭발이 발생하면 수km 인근까지 화재가 확산하고 인근 구조물들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석기와 RO 조직이 주요시설로 언급한 KT혜화지사(왼쪽)와 KT분당IDC.(조선DB)


배관, 폭탄 설치 땐 치명적 위험

외부 직접 공격으로 저장시설을 파괴할 순 없지만, 내부 협조자가 있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포섭된 직원을 통해 반입된 C4 또는 사제폭탄을 기화(氣化)한 배관 중 취약 지점에 설치한다면, 저장탱크 내부 폭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RO 조직은 실제로 주요시설의 내부인사 포섭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이상호 고문은 “물리적인 타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포섭하는 사업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은 “이쪽 지역에 발전, 지하철, 철도 등 국가기간산업이 포진하고 있는데, 그런 곳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테러 집단이 국내에서 폭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으로부터 넘겨받는 방법과 직접 제작이다. 직접 전달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과거 남파공작원들이 조성한 드보크(비밀매설지)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이른바 ‘사제폭탄’ 제작이다. 이 방법은 인터넷의 발달로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제작법을 입수할 수 있다.

스위스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 출신의 방탄소재 전문가인 권한상(權翰相) 박사(부경대 조교수)는 “C4 폭탄의 경우 껌이나 찰흙 비슷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데다 압력만 가하면 기폭이 가능해 자살폭탄으로도 많이 활용된다”며 “일단 가스탱크 내부에 직접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200g 정도의 소량으로도 초대형 폭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또 “화학물을 다루는 학자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폭탄을 만드는 시대”라며 “워낙 인터넷이 발달해 조금만 찾아보면 누구나 사제폭탄과 기폭제를 만들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했다.

RO 회합 녹취록에도 사제폭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자신을 ‘화공과 출신’이라고 설명한 이상호 고문은 ‘장난감총’ 개조와 함께 “지금 중학생들도 인터넷을 이용해 폭탄을 만들어 사람을 살상시킬 만큼 위협을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발언했다.

“예를 들면 폭탄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 거기에 내가 참여하는 데 있어서 능력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이 거기에 우리가 추천하고 참여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잘 연구해 봐야 되겠죠.”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사제폭발물의 경우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염소산칼륨(성냥개비, 실험시약), 질산칼륨(폭죽 주재료), 질산암모늄(비료, 실험시약) 등을 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폭탄은 제조과정을 담은 동영상이나 폭탄용 원료 구입과정을 담은 자료를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석기와 RO 조직의 북한과의 연계성은 현재 공안당국에서 수사 중이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한기홍(韓基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종북 지하혁명조직 특성상 북한과의 연계 없이 조직이 완성되긴 어렵다”며 “추상적 차원의 혁명역량 강화가 아니라, 국가 기간시설 파괴와 같은 구체적 활동이 논의됐다는 것은 왕재산 사건처럼 북한의 ‘직접지시’가 없이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北 무기반입 가능성도

북한 공작원과 남한 내 종북세력이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노리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2011년 적발된 왕재산 간첩단 사건 당시 압수된 문건엔 관련 지령과 보고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당시 수사자료에 따르면, 북한 225국은 “인천 남구는 인천지역 저유소·주안공업단지·보병사단·공수특전단·공병대대 등에 핵심성원 1~2명을 점 형태로 배치하거나, 경비원·관리직원·장교 등을 매수해 2014년까지 폭파준비를 완료하라”고 지령을 보냈으며, 왕재산 조직은 정치권 동향 등 정세보고와 함께 용산·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상세히 포함된 위성사진 등을 북한에 제공했다.

특히 위성사진은 발전소, 가스기지, 방산업체 등 기간시설과 백령도 등 접적(接敵)지역 지형정보, 전투비행단, 탄약·미사일기지 등 전쟁발발 시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위치정보들이 상세히 포함됐다.

민주노동당 출신의 한 인사는 “철도나 지하철 등 기간산업의 경우 과거 ‘전략사업장’으로 지정해 조직원 취업을 시도한 사례가 많았다”며 “당장 어느 시설을 파괴하라는 ‘지령’을 내리는 건 아니지만, 내부 노조를 장악해 유사시에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태경(河泰慶)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통일혁명당(통혁당),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 때 조직원들은 공작금뿐 아니라 권총과 폭탄 등 실제 무기를 보유한 사례가 있다”며 “RO와 북한과의 연계성이 수사 결과 확인된다면, 지령·보고 체계와 함께 이들의 무기반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하 의원은 또 “녹취록을 보면 지령을 통해 중장기적 준비를 지시한 ‘왕재산’과 달리 RO는 단기간 내에 ‘결정적 시기’가 임박해 그에 상응하는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5월 회동 후 북한의 다른 메시지가 있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1979년 남민전 사건 당시 사제폭탄, 다이너마이트, 권총 및 실탄 150발 등이 압수됐다. 무장 게릴라 조직인 이들은 강동구 예비군 훈련장에서 카빈소총 1정을 훔치고, 노고산 예비군 훈련장과 주한(駐韓) 외국대사관들을 사전 답사해 무기 보관상태를 점검하는 등 무기 확보를 시도했다. M16 공포탄 600여 발을 입수해 보관했으며, 총기와 탄약 외에도 TNT 6개와 뇌관, 도화선 등을 확보하는 등 무장 게릴라 방식 봉기를 준비했다. 또 사제폭탄, 화염병 발사총, 화염탄 등의 제조를 시도했다.

통혁당 일당 검거 당시 수사당국은 무장공작선 1척, 고무보트 1척, 무전기 7대, 기관단총 12정, 수류탄 7개, 무반동총 1정과 권총 7정 및 실탄 140발, 12.7mm 고사총(高射銃) 1정, 중기관총 1정, 레이더 1대와 라디오 수신기 6대, 미화 3만여 달러와 한화 73만여 원 등을 압수한 바 있다. 민혁당 사건 당시 총책 김영환(金永煥)은 북한으로부터 미화 40만 달러, 권총, 무전기, 난수표 등을 받았다.

테러에 특히 취약한 지하共同溝

전문가들은 에너지시설과 함께 통신시설 파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고도로 정보화한 대한민국은 일시적 집중 타격에도 전국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취약성을 갖고 있다. RO 조직의 비밀 회합 녹취록에 따르면, 이상호 고문은 ‘혜화국’(KT혜화지사)과 ‘분당’(KT분당IDC)을 지목하며 “가장 큰 곳, 수도권을 관통, 쥐새끼 한 마리 들어갈 수 없다”고 표현했다.

KT 관계자는 “2003년 ‘1·25 인터넷 대란’ 이후 망을 분산 배치했기 때문에 인터넷 전면 마비 정도의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상당한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비상복구훈련을 실시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구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KT혜화지사 등은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법원 등과 함께 ‘가급시설’로 분류돼 있다.

임종인(林鍾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하지만 이번에 지목된 두 시설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면 전국 인터넷망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금융거래의 90%가 전자거래로 이뤄지고, 정부기관 전화도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전국적인 장애가 발생할 경우 행정·경제 상황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임 교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란 막강한 기관도 외주업체 직원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뚫렸다”며 “100% 예방과 방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후 신속한 대응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석기와 RO 조직이 지난봄 회합을 통해 논의한 국기기간시설은 철도, 통신, 전력, 에너지 등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는 “해당 기관들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방호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공동구(共同溝)’나 ‘정수장’과 같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그 피해가 막중할 수 있다”고 했다.

공동구는 현대 사회의 ‘라이프 라인(life line)’으로 불리는 전력선, 통신케이블, 상수도관, 냉·난방관이 모인 사회기반시설이다.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파장과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현재 서울엔 목동, 가락, 개포, 상암, 여의도, 상계 등 모두 6개의 공동구가 있다.

윤 교수는 “지난 2000년 2월 발생한 여의도 공동구 화재로 일대의 난방, 전력, 통신이 중단되면서 전화불통, 정전, 엘리베이터 정지와 함께 증권거래까지 중단됐다”며 “게릴라 세력이 계획적으로 공동구를 타격할 경우 도시 전체가 장기간 마비될 수 있고, 추후 2·3차 공격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전 철탑도 RO 조직의 공격 대상이었다. 사진은 지중화 사업이 실시된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의 고압송전철탑의 예전 모습.(조선DB)


“동시다발 전쟁 준비”

지하공동구와 정수장과 같은 기반시설에 대한 테러와 함께 요인 암살도 북한의 전술 중 하나다. 한 공안전문가는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국립현충문을 폭파하려다 실패한 사건과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파 사건 등 북한은 끊임없이 요인 암살을 시도해 왔다”며 “동시다발적으로 고강도 도발에 앞서 대통령, 국방장관, 국정원장 등 요인 암살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북한은 필요에 따라 범인의 신분 또는 공격 주체를 숨겨 남한 내 사회혼란을 극대화한다. 녹취록엔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쟤들(대한민국 국가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 도처에서 동시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한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포함됐다. 만약 이들이 신분을 숨긴 채 발각되지 않고 국가기간시설 공격에 성공한다면 내란 상황의 혼란은 물론 진상 규명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석기와 RO의 발언은 다행히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내란음모를 시도했거나 북한 당국에서 전술을 바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경위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윤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안보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밝혀진 이석기와 RO 조직의 규모와 행동은 ‘심각한 안보위험(serious threat)’이지만, 수사당국이 적절한 시기에 밝혀내 ‘중대한 안보위기(critical crisis)’까지는 되지 못했다”며 “이론적으로 중대한 안보위기는 RO란 조직이 소형핵무기나 화학무기를 다루는 정황일 경우 적용되는데, RO 조직이 그 수준까지는 발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지나치게 위험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지만,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되며 1%의 가능성에도 엄중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석기를 비롯해 지금까지 체포된 RO 조직원 중 누구도 자신의 죄를 자백하거나 반성한 사람은 없다. 이석기는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중 신상발언을 통해 “몇 달 지나면 무죄판결로 끝날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미 민혁당 사건으로 유죄를 받았던 인사들이 10여 년 후 비슷한 사건에 연루됐다. 이번에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파괴공작이 10년 내에 벌어지지 않을 거라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월간조선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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