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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실종

김정우 기자 2016.11.26 14:53

광화문으로 모여든 학생들이 "닮고 싶은 어른이 없다"고 했단다. 시대적 비극이다. 자칭 '어른들'은 연신 미안하다고 했단다.


롤모델(role model)의 설정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적어도 십대라면 수십명은 있어야 한다. 물론 머리가 점점 커가는 과정에서 하나둘 삭제된다. 닮고 싶은 어른이 사라지는 만큼, 자신도 어느새 어른이 된 걸 느낄 수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꿈조숙증'을 전파한다. 모두 '미래'를 외치지만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저 가슴만 더 비어갈 뿐이다.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만난 스승은 제자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대신 "What is your vision?"이라고 했다. 이름 대신 꿈으로 타자(他者)를 정의하는 모습에, 많은 학생이 그를 롤모델로 삼았다.


약관(弱冠)의 청년들이 어느덧 불혹(不惑)을 바라본다. 그 많던 비전을 하나둘 잃었다. 자기계발서 표지와 신문 인물란에 넘쳐나던 '닮고 싶은 어른들'도 그저 '한 인간'에 불과함을 깨달아간다. '별 것 없다'는 인식이 늘고, 다양한 꿈들은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포기가 익숙해진다. 이를 전문용어로 '철이 들었다'고 일컫는다.


성인의 내재적 희망은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자녀에게 이관된다. 세상을 바꾸겠다던 무모한 도전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현실적 안위로 전환된다. 비겁한 인생의 본능적 숙명이다.


2016년. 한국인이 순전(純全)히 실망(失望)한 해다. 순실증(純失症)은 이미 전국에 퍼졌다. 극소수 신난 정치인을 빼놓곤 모두가 우울한 시대다. 굿판은 오늘도 계속된다.


비루함의 정점을 찍은 '너벌섬'을 매일 떠난다. 서울시내 또 하나의 고립된 섬이다. 다리 위에서 몇 남지 않은 꿈을 속삭이며 되뇐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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