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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海上침투훈련 2박3일 동행취재 - 특전사가 못 가는 곳은 이 세상이 아니다

정치·북한

by 김정우 기자 2008. 10. 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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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든, 이라크에서든 저를 비롯한 모든 대원은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할 각오가 돼있습니다』(이재인 중령)

金正友 月刊朝鮮 기자 (hgu@chosun.com


은밀침투
 『은밀침투 실시』
 
  오후 8시3분, 李昌建(이창건·28·대위)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35마력 모터의 진동이 멈췄다. 바다 사방이 고요하다. 뒤를 돌아보니 茫茫大海(망망대해), 남쪽 黃竹島(황죽도)와 북쪽 닭벼슬섬이 멀기만 하다.
 
  3km 전방은 西海 충남 보령시 독산리 해변, 가상의 敵(적) 1개 대대가 주둔하고 있다. 李대위가 양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자, 金庸敏(김용민·22) 하사와 李殷燮(이은섭·25) 하사가 노를 젓기 시작했다. 고무보트는 敵陣(적진) 중앙으로 간다.
 
  해변으로부터 1km 지점에 이르렀다. 梁承勳(양승훈·28) 중사와 韓相萬(한상만·22) 하사가 물속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접안지역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투입된 척후조다. 빠른 속도로 수영하고 있는 두 사람의 스노클(숨 대롱)이 수면 위로 보인다. 李대위가 다시 손을 들었다. 金하사와 李하사가 노젓기를 멈춘다.
 
  두 대의 고무보트가 멈췄고, 모든 팀원의 눈은 접안지점으로 향했다. 李대위가 고개를 돌려 남쪽 홀뫼섬 정상을 바라본다. 敵 레이더 기지로 판단되는 초소를 발견했다.
 
  背水(배수)의 陣(진)을 넘어 敵水(적수)의 한복판까지 온 상황,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순간 해변에서 파란 불빛이 보였다. 척후조의 신호다. 李대위가 손을 들자마자 팀원들이 전속력으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쾅!』
 
  20여m를 갔을까. 敵의 해안포 사격이 시작됐다. 자세를 낮춰 은밀침투를 시도했지만 접안지역까지 발각되지 않기는 무리였나 보다. 조금 전 지켜봤던 레이더 초소가 한몫 한 듯싶다. 야광 조명탄이 하늘로 발사되기 시작하자, 칠흑같이 어두웠던 바다가 금세 밝아진다.
 
  敵들의 포 사격과 함께 소총 사격이 시작됐다. 李대위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속력 전진이다. 앞은 敵이요 뒤는 바다, 死地와 生地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특전사 해상침투훈련
 
  海上(해상)침투훈련은 특수고무보트(IBS)를 이용해 敵 해안으로 침투하는 특전사 종합훈련이다. 주로 헬기나 해군 함정을 이용해 근해까지 접근한 후 고무보트로 고속 이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380m 상공에서 고공낙하한 후 고무보트를 이용해 침투하는 게 「하드덕」이고, 헬기를 타고 침투한 후 해수면 5m 위에서 직접 바다로 뛰어내리는 방식이 「소프트덕」이다.
 
  해상으로 직접 침투하는 방법도 있다. 해군 함정에서 移艦(이함)하거나 일반 선박을 이용한다. 함정이나 선박을 母船(모선), 고무보트를 子船(자선)이라 하는데, 母·子船 분리는 母船이 안전하게 회항할 수 있을 만한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10km 이상의 거리를 소형 고무보트로 이동해야 하므로, 강인한 근력과 수영 실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특전사는 단계적 수영 훈련과 전술 훈련을 실시한다.
 
  기자는 특전사 독수리부대 ○○대대의 훈련현장을 2박3일간 취재했다.
 
특수고무보트를 이동 중인 대원들.

 
  특전사에 없는 세 가지
 
대대장 李載仁 중령

  지난 7월30일 월요일 오전 11시30분, 충남 보령의 독산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가족단위로 찾아온 피서객들은 갯벌에서 조개와 소라를 잡고 있었다. 「플라잉 보트」를 탄 젊은이들의 환호소리가 들렸다.
 
  해수욕장 바로 옆 해상훈련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구릿빛 피부의 군인들이 함성과 구호를 외치며 뛰어다닌다.
 
  『보트 허리! 보트 어깨! 머리 들어!』
 
  7명이 구호에 맞춰 보트를 머리 위에 얹는다. 200kg에 가까운 무게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특전사 대원들이었다. 한 번에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훈련장에 들어서자마자 「특전사에 없는 것」 세 가지를 발견했다. 바로 흰 피부, 안경, 비만이다.
 
  『金기자 얼굴이 하얘서 바로 알아봤습니다』
 
  항상 검다고 놀림 받던 피부였다. 2주 동안 땡볕에서 뛰고 헤엄친 피부와 비교하니, 확연히 뽀얗게 보였다.
 
  몸매가 모두 예사롭지 않다. 「王」자가 선명한 배, 근육으로 뭉친 팔다리가 그들의 훈련강도를 짐작케 한다.
 
  안경 쓴 사람을 보기 힘들다. 고작해야 행정보직을 맡고 있는 병사 몇 명이 전부다. 왜소한 체구에 안경까지 쓴 기자를 바로 알아본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전사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자원입대했다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훈련하고 운동하는 이유가 모두 거기서 나온 거죠』
 
  특전사 독수리부대 ○○대대 李載仁(이재인·43·중령) 대대장이 대원들을 소개하며 말했다.
 
  『특전사에 들어 오려고 재수·삼수하는 건 이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 조카는 삼수를 했어요. 이번에 겨우 합격했습니다』
 
  특전사의 의무 복무 기한은 4년, 일반 보병이나 해병대와 비교했을 때 2배가 넘는 기간이다. 그래도 경쟁률이 매년 오르고 있다. 최근 입대한 171期가 7.4대 1을 기록했다. 취업난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특전사로 오게 만드는가」 기자의 질문에 李대대장은 웃으며 대답한다.
 
  『3일 동안 저희와 함께해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3일 후, 李대대장의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5代 독자 李昌建 중대장
 
9중대장 이창건 대위.

  오후 2시, 7월 말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모든 팀원들이 장비 점검을 마쳤고, 黃大植(황대식·38·소령) 지역대장은 중대장들에게 작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A지점에서 楔隊(설대) 대형을 右梯隊(우제대) 대형으로 전환한다. 9중대가 선두에 서도록』
 
  바다 위에서 대형을 갖춘다니, 조금은 생소하다.
 
  작전회의를 마친 후 2박3일 동안 함께할 9중대를 만났다. 중대장 李昌建 대위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건장한 체격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호남형이다. 한 대원이 슬쩍 귀띔한다.
 
  『저희 중대장님 5代 독자입니다』
 
  특전사와 5代 독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집에서 반대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걱정은 많이 하셔도 반대하신 적은 없다』고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고무보트에 함께 올라탔다.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인데 괜히 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멀미하는 사람은 없냐」고 물어보니, 『이미 그럴 단계는 모두 지난 상태』라고 한다.
 
  잠시 기분 전환할 겸 옆에 탄 金榮煥(김영환·23) 하사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내년 1월에 전역 예정인 꽤 「고참」이다. 김하사는 대답을 참 조용히 한다. 「혹시 질문이 훈련에 방해가 돼서 그러냐」고 물어보니, 쑥스러운 모습으로 『원래 말을 잘 못해서…』라고 한다. 조금 전 노를 힘차게 젓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특전사는 역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모양이다.
 
  고무보트는 어느새 해안선으로부터 2~3km 정도까지 왔다. 모터 6대에서 나오는 소리가 마치 전자기타 연주처럼 들린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질주하니, 순간 록 콘서트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횡대 대형으로 있던 보트가 黃지역대장의 수기 신호에 따라 대형을 바꾼다. 모터 리듬에 맞춰 이동하는 것 같았다.
 
 
  『함포 사격!』
 
  잠시 후 무전신호가 들려온다. 모든 보트들이 일제히 정지하고, 모터 시동을 끈다. 은밀침투 단계 훈련이다.
 
  중대장의 수신호에 따라 左舷(좌현)과 右舷(우현) 방향이 결정된다. 5분쯤 노를 저어 목적지로 가던 중 李중대장이 무전을 통해 지령을 받는다.
 
  『함포 사격!』
 
  주변에 있던 대원 7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두 바다에 뛰어든 것이다. 다른 보트에서도 한 명씩 뛰어들어 1:1 구출을 실시한다. 단 10초 만에 1개 지역대 조직이 재편성되는 순간이다.
 
  『함포 사격 상황입니다. 표적이 바로 우리 보트였어요. 이럴 땐 바로 바다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다른 보트로 이동해서 계속 작전을 수행하게 되죠』
 
  상황 종료 후 보트에 복귀한 중대장의 설명이다. 실전이었다면 기자만 죽은 셈이다.
 
  보트 위로 올라온 대원들은 곧바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옆자리로 온 金하사에게 「물속에 들어갔다 올라오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냥 좀더 시원할 뿐이죠』라고 답한다. 여전히 쑥스러운 모양이다.
 
  훈련을 마치고 해안으로 돌아오니 만조였던 물이 꽤 빠졌다. 갯벌이 넓어져 피서객은 즐겁겠지만, 대원들이 200kg짜리 고무보트를 들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더 길어졌다.
 
  구호와 함께 보트의 위치가 대원들의 허리-어깨-머리 위로 올라간다. 보기만 해도 육중한 무게가 그대로 느껴진다.
 
  옆쪽을 보니 다른 중대원들이 보트를 옮기고 있었다. 머리 위로 올리는 순간, 한 대원이 어깨에서 미처 올리지 못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가 보다. 결국 보트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선임담당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야! 인마, 못 들어올렸음 못 올렸다고 말을 해야 할 것 아냐! 엎드려!』
 
  너무 나무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명이 못 들어 올려 보트를 놓칠 경우, 당사자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절반밖에 못 지킨 「예비역 자존심」
 
대원들은 일과 후 체력단련으로 시간을 보낸다.

  침투대형 훈련이 끝나자 곧바로 체력단련을 시작했다. 팔굽혀펴기부터 외줄타기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이유 없는 근육은 없다. 철봉, 평행봉 주변은 만원이다.
 
  9중대원들은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약 7m의 외줄을 단 몇 초 만에 올라간다.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한번 타보라고 권한다. 몇 번 사양하다가 예비역 병장의 자존심으로 타보았다.
 
  결국 자존심은 절반밖에 못 지켰다. 반쯤 올라가니 더 이상은 무리인 듯했다. 내려와서 그들의 손바닥을 보니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오후 5시, 저녁식사 시간이다. 체력단련을 하던 대원들이 수영복 차림 그대로 식사를 한다. 2주 내내 수영을 해서인지 전투복보다 수영복이 더 익숙한 모양이다.
 
  오후 6시, 식사를 마치고 이제 좀 쉬는가 싶었는데 해변 쪽에서 함성이 들려온다. 넓은 갯벌이 어느새 축구장으로 바뀌었다. 낮부터 궁금하게 여겼던 나무 기둥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축구 골대였다.
 
  훈련 기간 중 대원들의 사기를 위해 대대장杯(배) 축구 리그전을 개최한다고 한다. 이날은 1지역대와 3지역대의 예선 경기가 벌어졌다. 결과는 「3 대 2」, 3지역대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끝났다.
 
  경기가 없는 2지역대 대원들은 쉴 만도 한데 해변을 달리고 있다. 한 중대는 스스로 군장까지 멨다. 얼마 전 실시했던 체력검정평가가 낮았다는 이유다.
 
  『어려움을 피할 수 있어도 즐깁니다. 이게 바로 특전사죠』
 
  옆에서 함께 이 광경을 지켜보던 朴亨觀(박형관·54) 주임원사가 말했다.
 
해상훈련 3주차, 수영복이 일상복이 됐다.

 
  『피할 수 있어도 즐긴다』
 
  ―주임원사님도 왕년에 좀 뛰셨겠습니다.
 
  『왕년이라니, 섭섭한 소릴… 지금도 매일 뜁니다』
 
  ―軍생활한 지는 얼마나 되셨는데요.
 
  『1975년 특전사에 입대했으니, 햇수로 33년째입니다』
 
  그동안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더니 얘기가 술술 나온다.
 
  『예전에 부대 앞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방위병들이 부대 행정을 봤었죠. 마침 그 친구들이 제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저를 못 알아보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뭘 어떻게 해요? 그냥 듣고 있었지. 그런데 그 친구들이 「비행기에서 뛰었는데 낙하산이 안 펴져서 다시 비행기에 기어 올라갔다」느니, 「북한 공비를 맨손으로 잡았다」느니 하는 겁니다. 그냥 웃고 넘겼어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파병에 관해서도 물어봤다.
 
  ―파병 경험은 있으신지요.
 
  (함께 있던 金容一(김용일·51·원사) 인사담당관이 거든다)
 
  『2002년에 우리 부대가 동티모르에 갔다 왔어요. 그런데 바로 옆에 일본군 공병대가 와있더군요. 처음엔 좀 서먹서먹했는데, 저희가 먼저 가서 말도 걸고 그랬어요』
 
  ―말이 통했습니까.
 
  『손짓 발짓 다 했죠. 그런데 마침 그쪽에 모로즈미라는 한국어 통역관이 있었어요. 덕분에 말이 통하게 되고, 나중에 서로 만찬에 초대했습니다. 운동경기도 했고요』
 
  ―어떤 경기를 했나요.
 
  『우린 축구를 하자고 그랬는데 그 친구들은 소프트볼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소프트볼 한번 하고, 축구 한번 했지요. 모로즈미는 지금도 연락을 합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 왔고요』
 
  ―외교활동을 제대로 하셨습니다.
 
  『맞아, 맞아. 기자 양반이 제대로 아시는구먼. 해외파병군을 괜히 문화 외교사절단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원사 두 명이 뭉치니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10km 해변 구보
 
해가 지면 넓은 갯벌이 축구장으로 바뀐다.

  7월31일 오전 8시, 아침식사를 마친 全대원들이 해변으로 속속 모인다. 아침 체력단련을 위해서다. 李대대장부터 168期 막내 李다운(20) 하사까지, 全대원이 10km 해변 구보를 시작했다.
 
  ―대대장님하고 원사님들 괜히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金亨冀(김형기·30·대위) 지원장교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대대장님은 마라톤 완주까지 한 분이세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완주한 대원들이 꽤 있나 보죠.
 
  『꽤 정도가 아니라 반 이상이 작년에 완주했습니다. 올해도 그 정도 할 것 같고요』
 
  ―그래도 원사님들은 좀 걱정돼 보이는데….
 
  金대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朴주임원사님도 걱정 마세요. 그 힘들다는 UDT까지 한 분입니다』
 
  몇몇 「열외」 대원들이 보였다. 혹시 큰 부상을 당했나 싶어 내려가 봤다. 낯익은 9중대원 몇 명이 보였다.
 
  한상만 하사가 허벅지에 파스를 붙인 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다리에 부상이 있어 아침 구보에서 빠졌다고 한다. 「부상이면 그냥 쉬지 왜 팔굽혀펴기를 하냐」고 물어보니, 『팔 다치면 다리 운동은 할 수 있고, 다리 다치면 팔 운동은 할 수 있잖아요. 그게 특전사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어느새 구보를 마친 대원들이 도착했다.
 
  『金기자, 같이 뛰어야죠』
 
  黃大植 지역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오늘 뛰다 다치면 취재는 누가 하겠어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
 
 
  야간 해상침투훈련
 
특전사 대원의 발은 성할 날이 없다.

  오후 2시, 9중대원 전원이 완전무장한 채 집합했다. 李대대장이 들어오자, 李昌建 대위가 작전브리핑을 시작한다. 밤에 실시될 야간 침투훈련에 관한 보고다.
 
  『… 독산으로 침투 불가시 예비 침투지인 대천으로 침투를 시도합니다. 이와 관련된 사항은 …』
 
  모래 위에 그려진 작전 지점을 가리키며 보고를 마쳤다. 대대장의 질문과 李대위의 답변이 이어진다.
 
  『침투훈련 경험자는 중대內 총 몇 명인가』
 
  『중대장 외 5명입니다』
 
  『일몰시간은 몇 시인가』
 
  『19시41분입니다』
 
  『波高(파고)는』
 
  『0.5~1.0m로 예측됩니다』
 
  주로 안전사항에 관한 질문들이다. 브리핑을 마치자 곧바로 출정신고를 한다. 대대장은 사열대에서 내려와 대원 한명 한명과 악수하며 격려했다.
 
  오후 7시10분, 9중대원을 태운 「석환號」가 무창포항을 떠났다. 20여 분이 지나 용도와 황죽도 사이의 1차 목적지에 도달했다. 대원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배 위에 있던 고무보트 2대를 바다 위로 내리고 군장과 필요장비들을 신속하게 싣는다.
 
9중대장 이창건 대위가 이재인 대대장에게 훈련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7시38분, 한상만 하사가 모터의 시동을 켠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총 7대의 고무보트가 전속력으로 전진한다. 목적지는 독산리 부근 해변이다.
 
  같은 시각, 독산해수욕장 부근 △△초소의 눈길이 바빠진다. TOD(열영상감시 장비)를 이용해 고속 침투하는 고무보트를 잡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쌍방훈련이라 한다.
 
  2지역대의 고무보트들이 계속 대형을 변화시킨다. 어떻게든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8시3분, 계획했던 2차 지점에 도달했다. 아웃모터를 끄고 패들링(노젓기)에 들어간다. 은밀침투가 시작된 것이다. 잠시 후 敵 동향을 살피기 위해 척후조가 투입된다.
 
  같은 시각 △△초소, 황죽도와 직언도 사이 해안에서 정체불명의 배 다섯 정이 발견됐다. 곧바로 해안포 사격명령이 떨어졌다.
 
  오후 8시12분, 척후조가 불빛 신호를 보내고 고무보트는 해안으로 전진, 접안에 성공한다. 대원들이 신속하게 보트를 은닉하고 해안 장애물 통과를 시작한다.
 
  상황 종료. 9중대는 해상침투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오늘 훈련은 성공적입니다. 대형을 성공적으로 유지했고, 척후조 운영이 정확했어요. 쌍방훈련을 한 육군 백룡부대 △△초소도 저희를 비교적 빨리 찾아냈습니다』
 
  훈련을 지휘한 黃大植 지역대장의 말이다.
 
  야간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9중대를 기다리는 건 컵라면. 훈련 뒤에 먹는 컵라면 맛은 꿀보다 달콤하다.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곳
 
야간 해상침투를 위해 위장을 마친 모습.

  8월1일 오전, 인명구조훈련과 척후조훈련이 동시에 진행됐다.
 
  『인명구조훈련은 보통 3~4시간 동안 물속에서 실시됩니다. 물 밖으로 나오거나 보트를 잡지 못합니다』
 
  鄭石煥(정석환·26·중위) 교육장교의 설명이다. 「훈련 도중에 쥐가 나면 어떡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시범을 보여 준다.
 
  『쥐가 나더라도 스스로 극복해야 합니다. 이런 동작을 취하죠』
 
  잠시 후 기자가 탄 통제보트는 척후조훈련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橫泳(횡영)이라는 특이한 영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수면 위로 물살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모로 누워 수영한다.
 
  수중유영훈련이 동시에 진행됐다. 수중유영은 잠수 장비를 이용한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교관이 잠수 확인을 위해 바닥의 모래를 한 줌 쥐어 오라고 했다. 대원들은 모래뿐 아니라 포탄 잔해를 쥐어 온다. 소라까지 캐온 대원도 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어딜 가도 환영 받겠습니다. 사람들이 좀 알아줍니까.
 
  (鄭중위에게 물어보았다)
 
  『환영보단 특전사를 정확하게 알아 주셨음 하는 바람이 있죠』
 
  ―무슨 말인가요.
 
  『작년 해상침투훈련 때였어요. 저희 대원들이 300m 넘는 상공에서 멋지게 낙하했습니다. 바로 옆 독산해수욕장 피서객들이 모두 구경했죠. 대원들도 더 신이 나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고무보트로 이동하는데 이런 환호성이 들렸어요. 「와, 멋지다! 해병대!」』
 
  ―김샜겠습니다.
 
  『네, 사람들이 해병대만 알고 특전사는 잘 모르더라고요』
 
  기자도 훈련장에 오기 전까지 「특전사」, 「공수부대」, 「특공대」, 「특전대」를 구분 못 했다. 공수부대는 특전사와 의미가 같다. 특공대는 서로 다른 부대다. 특전대라는 조직은 대한민국 軍에 없다고 한다.
 
  특전사는 평범한 사람이 와서 특별하게 되는 곳이라고 한다. 훈련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같이 무조건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와 절차를 중요시한다.
 
  『제가 입대할 때보다 대원들의 수준이 높습니다. 대부분 대학을 나왔어요. 그만큼 이해가 빠르고 그래서 교육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죠』
 
  林采和(임채화·32·중사) 선임담당관의 말이다.
 
  ―퇴근 후 하는 일들이 많이 다양해졌겠습니다.
 
  『예전엔 「술만 퍼먹는다」고 그랬는데, 요즘은 자기개발에 관심을 많이 가집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일단 레포츠 쪽을 많이 하죠. 마라톤·사이클·수영·축구 등 다양합니다. 공부하는 대원들이 많아요. 최근 부천大와 위탁교육 자매결연을 맺었죠』
 
  수준이 높아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특전사를 지원한다. 형제가 함께 복무하는 경우가 있고, 아버지 뒤를 이어 특전사에 온 경우가 있다.
 
  崔弼盛(최필성·20) 이병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자원입대했다.
 
  『어릴 때부터 타국 생활을 해서인지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특전사가 그중에 하나예요. 실패 없는 도전은 불가능합니다』
 
인명구조훈련 중인 대원들이 물속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강한 육군의 대표 특전사
 
  2박3일이었지만 그들과 꽤 同化(동화)됐다. 얼굴은 새까맣게 탔고, 몸이 좋아진 듯하다.
 
  「특전사에 없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겁」이다. 하늘과 바다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두려움을 그들은 이미 극복했다.
 
  육군은 2006년 「강한 친구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했다. 「강한」은 첨단·전문·정예를 뜻하고, 「친구」는 투명·공정·합리성을 뜻한다. 「강함」을 대표하는 곳이 바로 이 「겁 없는」 특전사다.
 
  그들의 「겁 없음」은 파병에 대한 의지로 이어진다. 훈련기간 중 인터뷰한 모든 대원들이 파병에 강한 의지를 보여 줬다.
 
  대대장 李중령의 말이다.
 
  『특전사가 가지 못한다면 그곳은 이 세상이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이든 이라크든 저를 비롯한 모든 대원은 국가가 부여한 임무는 최선을 다해 수행할 각오가 돼있습니다. 군인은 군복을 입고 죽는 것이 가장 큰 영광입니다』●


월간조선 2007년 9월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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