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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원전쟁, 그 최일선의 戰士들

김정우 기자 2010.05.26 15:52
“국가存亡, 자원 확보에 달려”

⊙ 69개국서 418개 자원개발사업 진행 중… 유전 173곳, 광물 245곳
⊙ 72억 달러 아닥스社 M&A 막판 실패한 석유公, 40억 달러 하비스트社 인수해 再起
⊙ 최종계약서 서명하러 토론토까지 갔다가 인수 무산돼 바로 귀국
⊙ 무장강도에 당하고, 말벌에 쏘여 혼절하고, 예방접종 부작용에 곤욕 치른 광물公 사람들
⊙ 2조 달러 자금력과 외교력 앞세운 중국, 본격 자원사냥 나서
⊙ 석유수입 5위, 소비 7위 한국의 석유 중동 의존은 말 안돼
⊙ “석유는 强小國 진입의 중요한 전략요소”(姜泳元 석유公 사장)
⊙ “국내자원 없는 한국에 ‘자주개발’은 숙명”(金信鐘 광물公 사장)

국내 최초의 반잠수식 시추선 ‘두성호’. 알래스카·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시추에 성공했다.


2009년 6월 22일 늦은 밤 캐나다 토론토의 한 호텔 회의실,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의 강영원(姜泳元)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및 자문사 직원 14명이 모였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신규사업처 M&A팀의 A 팀장은 시계만 바라봤고, 옆에 앉은 B 과장은 발만 동동 굴렀다. 초조하게 회의실을 지키던 이들에게 비보(悲報)가 전해진 건 다음날 새벽 6시가 넘어서였다. 자문을 맡은 외국계 투자은행의 C 본부장이 자신의 블랙베리(스마트폰의 일종)에 온 메시지를 본 후 말했다.
 
 “중국에 넘어갔습니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루 생산량 13만7000배럴, 기업가치 80억 달러의 스위스 석유회사 아닥스 페트롤리엄은 결국 중국의 국유 석유기업 ‘석유화공유한공사(시노펙)’에 인수됐다. 인수가격은 72억4000만 달러. 석유공사는 회사채까지 발행하며 69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전방위 공략을 펼친 중국에 역부족이었다.
 
 2009년 9월 9일 오후 인천행(行) 비행기에 홀로 몸을 실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김신종(金信鐘) 사장은 허탈한 마음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캐나다 광산업체 인멧사(社)의 지분인수(13%·3억6000만 달러) 계약을 위해 토론토에 간 지 하루 만이었다.
 
 하지만 아침 8시로 예정된 계약 장소에 인멧 측 인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광산이 위치한 파나마 정부의 반대로 인수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나마 현지의 광산 이름을 따 만든 ‘뻬따끼야법(法)’에 따라 외국 정부기관은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김 사장 홀로 귀국길에 올랐고 동행했던 직원 4명은 토론토 현지에 남아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97% 수입에 의존하는 10大 에너지 소비국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 플랜트 건설 현장. 올해부터 연간 6만t 규모의 니켈이 생산될 예정이다.

 ‘자원전쟁’의 시대다. 세계 각국은 점차 고갈돼 가는 자원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 지 오래다.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면 그 가장 큰 원인은 자원이 될 것”이란 예측은 날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원전쟁, 중국에 4전 4패.” 2009년 8월 10일 <조선일보> 에 게재된 기사의 제목이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광구와 유망자원기업 인수전에서 ‘자원 포식자(捕食者)’로 불리는 중국에 연전연패(連戰連敗)한 사례를 정리한 기사다.
 
 광물공사는 호주 로즈베리 복합 광산과 팬오스트사, 캐나다 블룸레이크 광산 지분 인수 경쟁에서 전방위 로비를 펼친 중국에 밀려 고배(苦杯)를 마셨다. 석유공사는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등에 광산을 보유한 스위스 아닥스사 인수전에서 중국 시노펙과 맞붙어서 졌다. 세계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자원개발에 주춤한 사이, 2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은 남미, 호주,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원유와 광물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이 해외자원개발 대열에 뛰어든 것은 1977년 파라과이의 산안토니오 우라늄광 개발부터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연평균 8억 달러에 달하던 투자액이 5억 달러로 주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자원개발 사업규모의 대형화 ▲진출지역의 다각화 ▲주도적 참여비중 확대 등 전략을 추진해 현재 진출 건수와 투자액 모두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해외자원개발이 국가적 어젠다가 됐고 해외자원개발 역량 결집을 위한 범(汎)정부적 체계가 구축됐다. 과거 소형광구 중심의 개발에서 서(西)캄차카(추정매장량 37억 배럴), 암바토비(니켈 매장량 1억2500만t) 등 대형개발로 계획을 수정했다. 탐사 사업당 비용도 평균 9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MB 자원외교’란 깃발 아래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등 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을 중점 진출 대상으로 정해 정상급 자원외교를 추진했고,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총리실장 주재) 등을 만들어 정부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한국은 하루 220만 배럴, 연간 8억 배럴의 원유를 수입한다.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며,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석유수입의 경우 의존도가 100%로 일본(98%), 독일(97%), 프랑스(99%) 등과 함께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안보와 산업적 기반에 직결되는 문제다.
 

 
 69개국서 418개 海外 자원개발사업 진행 중
 
페루 페트로테크 광구 모습. 하루 생산량 1만 배럴에 이르는 광구로, 2009년 1월 한국석유공사가 지분의 절반과 경영권을 인수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규모는 연간 908억 달러(2007년), 국가 전체 수입의 25.5% 규모다. 같은 해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액을 합친 763억 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석유 수입은 747억 달러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의 82.3%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 고유가, 원자재난(亂) 등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시장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과 같은 자원수입국들은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자원 부국(富國)들의 자원민족주의와 중동지역 정정불안으로 인해 해외자원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경쟁국들에 비해 짧은 해외자원개발 역사를 가진 한국은 외교력과 투자재원 부족 등으로 자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자원개발 동반진출 전략’이다. 자원보유국이 필요한 에너지 인프라와 SOC 건설 사업을 지원하는 대신 자원개발권을 얻는 연계성 자원개발 모델로, 현 정부가 ‘패키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69개국에서 418개의 자원개발사업이 진행 중(2009년 말 기준)이다. 2007년 당시 53개국 286개 사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액은 262억 달러 규모로, 2007년 말(114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2008년 3월 17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북 구미 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문제가 시급하다”며 “자원확보를 위해 석유공사를 대형화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2.4%밖에 되지 않는 나라”라며 “정부가 2012년까지 자급률을 18%로 높이자고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전...

계속...

월간조선 2010년 2월호 (기사 全文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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