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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네르바 박대성, “나라 무너지면 제2의 안중근이 나와도 일으킬 수 없다”

김정우 기자 2011.01.24 16:04
[이슈] ‘미네르바 처벌’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논란
미네르바 박대성, “나라 무너지면 제2의 안중근이 나와도 일으킬 수 없다”

⊙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헌’ 결정… 인터넷 유언비어 유포 처벌 조항 사라져
⊙ “헌재소장의 리더십 不在 아쉬워… 헌법불합치로 결정해 입법부에 기회를 줬어야” (崔大權 한동대 석좌교수)
⊙ “근거 없는 음모론 분열조장은 정신 나간 짓… 유언비어 유포의 최대 수혜자는 포털” (미네르바 朴大成)


글 : 金正友 月刊朝鮮 기자 / 朴熙錫 月刊朝鮮 기자 


2010년 12월 28일 헌법재판소는 공익(公益)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처벌해 온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공익’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2009년 1월 ‘미네르바’ 박대성(朴大成·32)씨의 신청으로 시작된 이번 헌법소원의 결정으로 ‘표현의 자유’의 한계와 유언비어 확산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박씨는 2008년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280여 편의 경제 관련 글을 올려 이슈가 된 인물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결정 다음날 검찰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적용돼 1심 재판을 받는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 및 천안함 폭침 건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자 41명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헌재 “‘공익’의 개념 불명확”
 
  헌재는 “‘공익’이란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각 사람의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해당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제37조 제2항), 언론·출판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제21조 제4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법률조항에서의 ‘공익’은 헌법조항에서의 ‘안전보장·질서 유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 등과 비교할 때 ‘동어반복’이라 할 정도로 구체화돼 있지 않다”면서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 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고 밝혔다.
 
  조대현(曺大鉉), 김희옥(金熙玉), 김종대(金鍾大), 송두환(宋斗煥) 재판관은 “1961년 제정된 법률조항의 원래 입법취지는 ‘허위의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려는 데 있었다”며 “‘통신설비를 이용한 허위사실의 유포’를 처벌하고자 하는 등 통신의 실체적 ‘내용’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 보는 것은 법의 기본적인 목적이나 체계적 해석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보충의견을 내놓았다.
 
  이강국(李康國), 이공현(李恭炫), 조대현, 김종대, 송두환 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보충의견을 통해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봐도 허위사실의 유포를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며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표현이 억제된다면, 표현의 자유의 기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동흡(李東洽)·목영준(睦榮埈) 재판관은 “법률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란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두 재판관은 “‘공익’ 개념이 지닌 약간의 추상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작용에 의해 보완될 수 있고, ‘공익’ 개념이 현재 우리 입법에서 수없이 많이 발견된다”면서 “전기통신설비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는 강한 파급력을 가졌고, 장시간의 논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뒤늦게나마 이 같은 법률이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귀결된 것은 매우 다행”이라면서 “민주국가의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음을 이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며 환영했다.
 
  한나라당은 “헌재의 판결은 존중하나, 이번 결정으로 광우병 괴담, 북한 연평도 포격 당시 예비군 동원령, 북의 전쟁 선포설 등 사회를 혼란케 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일련의 악의적인 유언비어 유포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상황에 이른 점은 유감”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똑똑한 사람을 판사로 세운 이유
 
헌법학자 최대권 한동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최대권(崔大權) 한동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가 국민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명확성(clarity)의 중요성은 크지만, 이번 사건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입법부가 논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혼자 방 안에 앉아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과, 관객으로 가득한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최근 천안함·연평도 도발 등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가 난무한 상황에서 단번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헌재가 2009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오히려 위헌 또는 합헌으로 해야 했었고, 이번 사건은 헌법불합치로 결정했어야 하는데, 반대가 됐죠.”
 
  최 교수는 “미네르바 케이스도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만큼, 순수한 거짓말과 악의적인 허위는 재판을 통해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며 “그래서 똑똑한 사람을 판사로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기관인 동시에 대민(對民)기관인 헌재가 국민에게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 못 한 것도 큰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표면적으론 7(위헌) 대 2(합헌)로 결정됐지만, 결정문을 꼼꼼히 살펴보면 재판관들의 의견이 모두 다릅니다. 중구난방이에요. 학술대회에서 논문 발표를 하는 거라면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게 큰 문제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는 다르죠. 헌재소장의 리더십도 아쉽습니다. 1954년 미국의 공립학교 흑백인 분리사건(일명 브라운 사건) 당시 ‘분리하나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 원칙을 위헌으로 선언한 미 연방대법원의 전원일치 판결의 심의과정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형식적 평등 아래 흑인에 대한 광범위한 차별이 자행되던 시절, 전임자가 미뤄 온 브라운 사건을 맡은 신임 대법원장 얼 워런(Warren)은 자신을 제외한 동료대법관 8명의 의견이 4 대 4로 팽팽하게 맞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보론자인 자신이 위헌 의견을 내면 5 대 4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지만, 그는 판결이 반으로 갈려 혼란이 가중되는 것보다 국민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전원일치 판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법원장은 합헌 의견을 낸 대법관들을 하나하나 설득하기 시작했다. 법의 도덕적·실질적인 의미와 여러 함의를 두고 함께 토론했다. 도덕적 확신과 설득의 힘을 통해 그는 결국 전원일치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최 교수의 설명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분명 존중돼야 하기 때문에, 헌재소장이 재판관들에게 명령할 권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헌재가 이룩한 법리적·도덕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발전케 하려면 헌재소장의 지도력이 요구됩니다.”
 
 
  미네르바 “포털이 문제”
 
‘미네르바’ 박대성씨(오른쪽)가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헌재의 위헌결정을 받은 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검찰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미네르바’ 박대성(朴大成)씨에 대한 항소취하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무죄가 확정된 박씨는 “큰 기대 없이 신청한 사건인데 이겼다”며 “이 결정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도발 및 천안함 폭침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박씨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국가이고, 휴전상태”라면서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 당시 유언비어를 퍼뜨린 행동을 가리켜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정부를 비판하는 건 자유입니다. 하지만 국가에 해가 되는 행동은 안 되겠죠. 나라가 무너지면 제2의 안중근이 나와도 일으킬 수 없습니다.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국가안보나 특정 사실에 대해 거짓을 퍼뜨리지 않았고, 공익을 해할 의도도 전혀 없었습니다. 글을 이용해 돈을 번 적도, 정치활동을 한 적도 없습니다.”
 
  박씨는 법의 강제성보다는 유언비어의 가장 큰 통로인 포털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털이 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골몰한다”며 “인터넷 유언비어의 최대 수혜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포털이 페이지뷰를 늘려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유언비어를 방치한다는 것이다. 박씨의 설명이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포털은 ‘삭제’만 누르면 그만입니다. 이익을 챙기고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하는 ‘먹튀’영업을 하고 있어요. 시민사회와 네티즌이 포털에 자구책(自救策)을 만들도록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이 실패했을 때 정부가 조처하는 것이 적절하겠죠.”
 
  박씨는 “이번 사례가 우리 인터넷 문화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상징성을 살려 인터넷 문화를 정화하는 데 돕고 싶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2011년 2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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