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윤 위원
"예산서에 코로나 치료제·백신 구매비가 계상이 안 돼 있던데 그것 계상 안 해도 괜찮나요? 어떤 대안이 있나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코로나하고 관련된 백신 예산은 올해 추경과 전용으로 3500억원 정도가 확보가 돼서 '코박스'라고 하는 데에 선입금은 먼저 납부가 됐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구매 예산은 내년으로 아마 이월이 돼서, 백신이 허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이월 집행할 예정이고요. 그 돈만 가지고서는 60%를 확보할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내년도 예산에서 예비비나 추경으로 확보를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어떤 백신을 구매할지에 대한 것들에 대한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예산에 대한 추계나 이런 부분들은 좀 더 진행하면서 기재부하고 협의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기윤 위원
"아니, 예산이라는 것이 예측하고… 국민들 상대로 60%를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는 걸 계획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게 예비비로 한다, 추경에서 반영하겠다, 이것은 너무 수동적이잖아요. 왜냐하면 그것 불 보듯 뻔하게 계획되어 있고 한데 그것 본예산에 편성하는 게 맞는 것 아니에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예, 불확실성이 좀 커서 지금은 이렇게 협의…."
○강기윤 위원
"그 불확실이 뭐예요? 어떤 게 불확실하다는 거예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어떤 백신을 선정할 건지에 대한 부분하고 가격에 대한 부분 두 가지…."
○강기윤 위원
"그것은 나중에 어떤 회사 것을 할 것인지, 또 와서 우리 국내에서 생산할 것인지 이런 부분은 전략적인 부분이 있다는 말씀은 복지부장관이 이야기하셨어요. 어떻든 예산은 거기에 대한 편성이 되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이 말이에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제가 참고로 말씀을 좀 드리면 제품에 따라서, 현재 가격이 딱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각 회사가 제시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큽니다. 예를 들어서 특정 회사는 한 번 접종에 한 20달러 정도인데…."
○강기윤 위원
"알겠습니다, 충분히 들었고요. 그러나 이 예산도 마찬가지 예산이잖아요. 예측한 어떤 산술된 계산 아닙니까? 거기에 대한 에버리지를 한다든지 해서 어떻든 3000만명에 대한, 국민을 위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을 추경에 하겠다 이건 너무 소극적인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것은 충분히 계상되는 거지요. 예산이라는 게 예측해서 하는 것 아니에요, 예산이? 예측이 돼 있는 것을 계상을 안 한 것은 잘못된 거지요.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우리 소위 열리기 전에 자료가 있으면 저희한테 주시면 고맙겠고요."
지난달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의 질의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답변 내용이다.
"예비비와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백신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설명에 야당 의원이 "너무 소극적"이라며 다그치는 대목이 눈에 띈다.
물론 예산을 미리 편성한다고 백신을 빨리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예산에 백신 항목이 없다고 해서 추후 구매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정은경 청장 설명대로 예비비나 추경 예산으로 처리한다 해도 '예산을 돌려막기했다'고 비난할 이는 없을테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한 1000만명 분량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문제는 백신 확보에 대한 정부의 '의지'다. 정부 조직과 관료의 의지는 '레토릭'이 아닌 '예산'과 '정책'이란 숫자와 언어로 표현된다. 설사 방역당국 내부적으론 '백신 확보'에 대한 의지가 충만했다 하더라도, '예산'이란 부분에선 그리 적극적으로 읽히진 않았다.
최근 청와대가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면서 '조목조목' 설명한 대통령의 그간 메시지를 보면, 당시 정부의 태도가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11월 30일 참모회의에서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마라'고 지시하면서 '적극행정' 차원에서라도 백신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런 지시는 11월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이 요약 정리한 '대통령의 백신 행보·메시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 9일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방문을 시작으로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의 통화, 국무회의, 수석보좌관회의, 내부 참모회의,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 바이오산업 행사, 홍남기 경제부총리 보고 등에서 8개월 동안 최소 13차례 이상 줄기차게 '백신'을 강조했다고 한다.
서면 브리핑엔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 2186억원의 예산(3차 추경 1936억원 포함)을 지원해왔고, 4400만명분의 해외백신을 확보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통령이 최소 13차례(11월 이전엔 9차례)에 걸쳐 백신에 대해 강조했지만, 정작 일선 당국자들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관련 예산조차 자신있게 내놓지 못한 셈이다. 초거대 여당이 '개혁'이란 명분을 내걸고 무소불위의 입법 독주를 이어가는 와중에 '한 줌도 안 되는' 야당으로부터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는 건 그리 익숙하지 않는 장면이다.
'소극적 예산'으로 정부가 야당에게 지적을 받은 전체회의 다음날, 보건복지위 예산소위가 열렸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이틀째 "백신 구매비가 편성 안 돼있다"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 생명의 위협을 받는 부분엔 선제적 지출이 필요하다" "정부 재정이란 건 그런 데 쓰는 게 맞다" "너무 소극적이다" "방향성이 너무 모자라다" 등 주장을 이어가며 9650억원의 백신 예산을 관철시켰다.
정부 측(질병관리청)은 "본예산으로 들어가면 더 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회의록만 보면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예산을 야당의 과감한 드라이브로 만들어낸 모양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코로나 시대, 백신은 어느새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됐다. 미국에선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팔을 걷고 '백신쇼'를 벌이며 청와대가 반대하는 '백신 정치'를 대놓고 한다. 하지만 '백신'을 지난 4월부터 수차례 강조했다는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해외 백신 도입'보다는 '백신 자체 개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해외 백신 확보 예산은 '추경'이나 '예비비'로 갈음했던 정부가 역대 최대규모라는 내년도 R&D 예산 27조4000억원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에 투입될 것이라고 강조한 걸 보면, 지금도 'K-방역'에 이은 'K-백신'과 'K-치료제' 성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에선 10년 전 신종플루 유행이 지나간 뒤 백신 과다 공급으로 질타를 받은 관료들의 기억이 이번 '백신 대란'을 불러왔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신현영 의원)에서 이미 공무원이 문책을 우려해 백신 확보에 나서지 못하는 일을 막는 취지의 '백신 선구매법' 발의를 추진 중이다.
백신 도입 시기를 두고 '정책 실패'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우리나라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할 이유가 없고, 백신 안전성은 국민을 위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어떻게 팬데믹을 종식시킬지를 두고 진단과 해법은 여전히 다양하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제각각이다. 'K-방역'이 다시 효과를 보든, 'K-백신'이 기적처럼 성공을 하든, 'K-치료제'가 또 하나의 게임체인저가 되든, 아니면 해외 백신 접종 효과로 운좋게 '집단면역'이 되든, 부디 내년 날 풀릴 즈음엔 아이들이 마스크 벗고 노는 모습을 보길 바라는 심정은 국민 모두가 같을 것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48&aid=000031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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