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해병 黃일병이 토하기 시작했다. 해안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해병 16명을 태운 상륙장갑차는 거친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앞뒤 좌우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장면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나선 美 해병대원의 구토로 시작하는 이유를 알았다.
요동 치는 장갑차, 디젤 엔진이 내뿜는 매캐한 매연…. 해병대의 상륙 장갑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스필버그 감독이 괜히 천재 소리 듣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으세요?』
마주 앉은 2소대장 申賢浩(신현호·학군52기) 소위가 黃일병을 뒤따라 토하기 시작한 기자에게 물었다. 지금 그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누구를 챙겨 주고 할 상황이 아니다. 해안 곳곳의 진지에 敵(적)들이 기관단총을 걸고 우리의 상륙을 기다리고 있다.
3시간 같은 30분이 그렇게 흘렀다. 상륙장갑차가 『덜컹』 하고 해변에 올라섰다. 장갑차 문이 활짝 열렸다. 申소위가 외쳤다.
『소대 전원 돌격!』
2007년 11월14일 오후 2시 정각, 경북 포항시 독석리 앞바다. 상륙에 성공한 KAAV(한국형 상륙장갑차) 28대가 굉음을 내며 돌격한다. 2소대를 비롯한 해병대 선두 소대들이 적진으로 사격을 퍼부었다. 우리 軍(군)은 敵의 해안포를 순식간에 점령했고, 하늘에선 F-16 전투기가 지원 사격을 계속했다. CN235 수송기에선 공수부대원들이 낙하를 시작했다.
오후 2시14분, 독석리 해안은 완전 점령됐다. 韓美연합군의 육·해·공 합동작전이 성공리에 1차 완료되는 순간이다. 함께 지켜보던 해군본부의 崔太福(최태복·해사43기) 소령이 말했다.
『한국군이 최초로 지휘한 韓美연합상륙훈련입니다. 모두 독도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독도함(함장: 鄭安鎬 대령),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상륙수송함이다. 1만4000t 규모의 독도함은 이날 1000여 명의 병력을 태우고 이번 작전을 주도했다. 기자는 독도함에 탑승, 2박3일 동안 작전현장을 취재했다.
2007년 11월12일 오후, 독도함에 올랐다. 축구장 두 배 넓이의 갑판이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 7층 높이의 함정 지휘소(일명 「아일랜드」)가 우뚝 솟아 있었다. 船上(선상)인지 陸上(육상)인지 헷갈린다.
상륙장갑차 안에서 대기 중인 해병대원들. |
아시아 最大 수송함의 「평당 가격」
해안에 상륙한 해병대원들이 육지로 돌격하고 있다. |
『평당 얼마쯤 됩니까?』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독도함 정훈장교 金榮旻(김영민·해사56기) 대위가 곧 대답했다.
『총 면적이 대략 2만3500m2이고, 가격이 4600억원쯤 되니, 평당 6500만원쯤이네요. 질문이 참 재미있습니다』
함선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화장실이 주거공간의 수준을 말해 준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먼저 비데가 눈에 띄었다. 바로 옆에 드럼세탁기가 놓여 있었고, 샤워실에선 온수가 콸콸 나왔다. 아래층으로 이동할 땐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호화 유람선을 탄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2~3일 푹 쉬다 오라』는 선배기자의 말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환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좌현 변침 시작!』
變針(변침), 배가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거대한 선체가 출렁거린다. 영원히 육지일 줄 알았던 「운동장」이 상륙함 갑판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속이 울렁거렸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멀미엔 정말 약했다. 아시아 最大 수송함이라 믿고 왔는데, 제대로 취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 「처절한 상황」을 金대위에게 넌지시 흘려 봤다.
―배가 워낙 커서 절대 멀미가 안 날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배가 크더라도, 대자연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파고가 좀 높아요. 며칠 참으면 좋아질 겁니다. 걱정하지는 마세요. 독도함은 파고 9m에서 목적항해가 가능하고, 14m의 큰 파도 속에서 살아남도록 설계됐습니다』
취재기간이 겨우 2박3일인데, 언제 멀미를 극복하고 언제 취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마침 뒤따르던 수병 두세 명이 서로 속삭인다.
『오늘 피자 몇 판 쏟아지겠네」
피자 같은 토사물을 치울 걱정이 앞선 듯, 토하는 시늉까지 하며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金대위가 한번 더 충고했다.
『주량은 타고난다고 하잖아요. 태생적으로 멀미가 심한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처음에 고생을 많이 합니다. 시간이 약이죠』
블랙호크(UH-60) 헬기가 독도함 갑판에 착륙 중이다. |
茫茫大海에서 듣는 프로펠러 소리
특수구명조끼(MK-1)를 설명 중인 權泰東 항공장비장. |
―이병들이 꽤 고생하겠습니다.
『독도함에서 멀미하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입니다. 이병 승조원과 일부 해병대원, 그리고 기자들이죠』
「멀미 귀신」을 못 잡은 몇몇 해병들과 이병 승조원들이 줄이어 의무실을 찾았다. 기자단은 숙소를 아예 의무실로 잡았다.
『일부러 기자실 숙소를 의무실로 잡았습니다. 배가 큰데 멀리까지 굳이 오고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金대위가 익살스럽게 말했다. 그 순간 비상벨 소리와 방송이 들려왔다.
『헬기 착함 15분 전, 전원 함내 대기!』
15분 뒤인 오후 4시30분, 블랙호크(UH-60) 헬기 2대가 석양을 가르며 다가왔다. 바다 위에서 듣는 프로펠러 소리가 새롭다. 너울에 흔들거리는 독도함 갑판 위를 잠시 머뭇거리더니, 뒤이어 온 UH-1H 헬기 2대와 함께 착륙한다.
4대 모두 착륙을 마치자 조타수의 수신호가 바뀐다. 대기하던 수중폭파대(UDT) 대원들이 블랙호크 2대에 나눠 탑승했다. 완전무장으로 헬기에 오른 그들은 미리 적진에 파견돼 표적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수중폭파대원을 태운 헬기 2대가 떠난 후, 계류요원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남은 UH-1H 헬기에 결박체인을 걸어 결박홈에 끼운다. 함상에서 헬기가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함·착함 완료!』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모든 상황이 완료됐다. 헬기에서 내려 지휘소로 향하던 조종사 朴소령에게 「함상에 정확히 착륙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렵긴요. 이 정도면 운동장입니다. 이미 수많은 배에 착륙해 봤지만 이렇게 넓은 갑판은 처음이에요. 저희야 고마울 따름입니다』
상황이 종료된 후, 함내로 들어서는데 승무원들의 구명조끼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權泰東(권태동·상사) 항공장비장의 설명이다.
『신기해 보이죠? 흔히 쓰는 구명조끼가 아니라 MK-1이라 불리는 특수구명조끼입니다. 물에 들어가는 즉시 펼쳐지죠』
―어떤 원리인가요.
『화학약품과 압력을 이용해 공기가 자동으로 주입됩니다. 1초도 걸리지 않아요. 갑판에 설치된 구명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5인승 구명정이 자동 수압장치를 통해 작동돼요』
조타사의 신호를 받으며 독도함에 착륙 중인 블랙호크(UH-60) 헬기. |
『치과에서 스케일링도 가능』
독도함은 인원이송용 승강기를 보유한 유일한 함정이다. |
다음 취재 장소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밥을 먹을 때 식당이 조금씩 흔들렸다. 154석의 넓은 승조원 식당이 인상적이었다. 800여 명이 90분 안에 교대로 식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식당 양 옆으론 대형 TV가 설치돼 있었다. 디지털 강국답게 홈시어터 기능까지 갖췄다.
『배를 타면 보통 하루에 네 끼를 먹습니다. 식단에 야식까지 포함돼 있죠』
조리장 李廷溢(이정일) 상사는 최대 1000명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독도함의 「주방장」이다.
―장병들이 하루에 밥을 어느 정도 먹습니까.
『엄청나게 먹습니다. 하루에 쌀 450kg 정도가 소비돼요. 250인용 대형밥솥 9개로 밥을 짓습니다』
―「짬밥」이 어련하겠느냐는 생각으로 먹었는데 꽤 맛이 좋습니다. 어떤 반찬이 제일 자신 있습니까.
『얼마 전 李明博(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방문했는데, 그날 식단이 비빔밥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李후보가 그러더군요. 「이거 전주 비빔밥이냐」고요. 비빔밥이 제일 자신 있는 메뉴입니다』
李상사가 웃으며 답했다. 함께 있던 조리병 白輝良(백휘양) 병장에게 「다른 배들과 비교해 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충무공이순신함 등 여러 종류의 전함에서 일했던 그는 『일단 넓어서 좋다』고 했다.
『이렇게 넓은 승조원 식당은 처음입니다. 음식 만들기가 훨씬 수월하고… 조리시설이 최신식입니다』
넓긴 넓었다. 식당뿐 아니라 함내 모든 시설이 널찍하게 구성돼 있었다. 27m2(8평) 크기의 PX, 각종 완력기와 러닝머신을 갖춘 체력단련실, 이발소와 PC방에 이르기까지, 함선이라기보다는 기숙사에 가까웠다.
함께 취재하던 한 기자가 『해군함을 타고 이렇게 샤워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24시간 온수가 콸콸 나오니 그럴 만 했다. 진료실은 물론 수술실, 임상병리실, 약국, 방사선실 등 의료시설이 함내에 있었다.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습니다』
金赫文(김혁문·대위) 군의관이 말했다. 독도함의 수준은 기자의 상식을 훨씬 앞서가고 있었다.
『격납고에 매트리스를 설치하면 최대 1100명까지 환자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각종 구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金대위와 이야기를 나눌 때 미군들이 의무실 앞을 지나갔다. 바로 위에 위치한 여군숙소를 그들이 임시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한 미군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의 이름은 「존 서번스」, 계급은 상사, 美 강습 상륙함인 「에섹스」함의 레이더 요원이다.
美軍들의 「극찬」
독도함 승조원 식당 주방. |
―미군들이 꽤 보이는데, 어떤 목적으로 승선했습니까.
『저희는 이번 연합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독도함에 탔습니다. 에섹스함과 서로 작전상황을 교신하고, 독도함의 장비 운용을 지원하죠』
―독도함을 직접 타보니 어떻습니까.
『첫 느낌은 「깨끗하다」였습니다. 제가 타본 배 중 가장 깨끗한 배예요. 두 번째는 한국의 해군력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훌륭해요』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숙소로 올라가서 동료들을 만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함께 2층에 올라갔다. 휴게실마다 미군들이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방에 들어서니, 미군들이 드라마 「CSI: 라스베이거스」를 시청 중이었다. 독도함에 타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좋습니다. 이렇게 TV도 잘 나오고』
「진」 소령이 웃으며 답했다.
―TV 보러 온 것은 아닐 텐데요. 작전을 함께 수행해 보니 어떤가요.
『그것도 물론 좋아요. 한국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 훈련에서 지휘체계와 통신체계가 독도함으로 이전됐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꽤 만족스러워요』
그들은 인터뷰 내내 「원더풀」을 연발하며 독도함을 극찬했다. 「원래 칭찬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연륜이 좀 있는 미군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딱 세 가지로 말씀드릴게요. 첫째는 장비가 우수하고, 둘째는 사람들이 친절하며, 셋째는 배가 무척 깨끗합니다』
한술 더 뜨는 답변이었다.
대답의 주인공은 「마크 부삼」 제3해병기동군 주임원사다.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특별한 인연
함내 체력단련실에서 장병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할 것 같은데요.
『한국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요』
풋고추 하나를 집어 들며 그가 대답했다. 그는 독도함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고 했다. 바로 옆에서 식사하던 趙容載(조용재·47) 주임원사다.
『미스터 조는 독도함 주임원사입니다. 저는 제3해병기동군 주임원사고요. 일단 주임원사라는 계급과 직책이 모두 같습니다』
부삼 원사는 불고기 한 점을 들고 쌈을 싼 후 말을 이었다.
『나이가 같아요. 만 47세입니다. 같은 5월에 태어났고요. 둘 다 軍생활을 29년 했습니다. 딸이 두 명 있는 것도 같고요. 정말 신기하죠?』
기가 막힌 인연이다. 망망대해에서 만난 3만 리 너머의 인연, 두 원사는 서로 의형제를 맺었다고 한다.
『독도함이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참 많은 인연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30년 동안 못 만났던 옛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아, 이번에 한 기자는 고교 동창을 만났다고 하더군요』
趙원사의 말에 「그 기자가 바로 접니다」 했다. 기자는 8년 전 유학을 떠났던 동창을 독도함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갔다.
『어이쿠, 그랬습니까? 여기서 이야기가 하나 또 추가되네요. 허허, 독도함,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주임원사 직책을 맡고 있어 이야기가 꽤 많을 것 같았다.
―말씀 나온 김에 재미있는 이야기 좀 더해 주시죠.
『독도함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 아닙니까. 그것도 1000명 넘는 사람이.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참 많은 일이 일어나죠』
―주로 어떤 「가지」가 「바람」을 일으키나요.
『모든 부대가 그렇듯이 이병들이 제일 걱정돼요. 배 성격상 많은 수병이 타고 있지는 않은데, 그래도 신경을 제일 많이 쓰죠』
하루 연료비 2600만원
마크 부삼 美 해병 주임원사와 趙容載 주임원사. 나이와 軍경력, 가족사항이 같은 이 둘은 의형제를 맺었다. |
―혹시 배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병사는 없던가요.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갑갑하다」, 「잠이 안 온다」 하는 수병들이 꽤 있어요. 적응하기 쉬운 곳이 아닐뿐더러 처음엔 멀미까지 괴롭히니까요』
趙원사는 「모두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이들을 상담·관리한다고 했다.
『「자부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 줍니다. 독도함이 「해군의 꿈」이고, 너희들은 그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실제로 독도함 공개 행사에서 수만 명의 국민들이 이 배를 직접 타봤죠. 「세금이 아깝지 않다」, 「세금 더 내야겠다」고 합니다. 기왕 하는 軍생활, 독도함에서 하는 건 축복이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군의 꿈」이란 말은 결코 과장이라 할 수 없다. 2000cc 소나타 320대의 힘이 엔진에서 나오고, 2500세대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이 발전기로 공급된다. 순항속력으로 40일을 항해하며, 20만 ℓ의 海水(해수)를 淸水(청수)로 바꿀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우리 기술로 이뤘습니다. 독도함 장비의 83%가 국산이에요』
독도함 기관장 金昌圭(김창규·해사 40기) 중령이 기관실을 직접 보여 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항공모함 한 대 움직이면 1초에 1000원짜리 한 장씩을 떨어뜨리며 간다고 했잖아요. 어떤 사람은 은행 돈 세는 기계 속도로 날아간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었죠』
독도함 기관실. |
―1초에 1000원꼴로 해도 하루 8640만원인데, 독도함은 얼마나 듭니까.
『하루 연료비가 2600만원 정도 됩니다. 독도함이 수송함인 이유도 있지만, 동일한 출력에서 연료 소모량이 많이 줄었어요. 쉬운 말로, 연비가 꽤 좋아진 셈이죠』
흥미가 생겨 바로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초당 1000원에서 300원으로 줄었다. 물론 적은 돈이 아니지만, 결코 아깝지 않은 돈이다. 마침 기관실 벽에 쓰인문구가 눈에 띄었다.
「여기는 독도함 심장부. 독도함 기관부에 불가능은 없다」
金중령은 『작전부가 눈과 귀라면, 기관부는 심장부』라며 『전기와 동력을 책임지는 이상 절대 방심할 수 없다』고 했다.
기관부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金榮旻 대위가 『강철만큼 강한 홋줄(배와 부두를 연결하는 줄)을 봤냐』고 묻는다. 「홋줄이 뭐냐」고 하자 기자를 이끌고 곧장 함수로 향한다.
『밸브 열어!』
盧璘浩(노인호) 상사가 외치자 승조원이 모두 복명복창한다. 安胄星(안주성) 상병이 묵직한 해머를 내려치자 거대한 사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함수부분의 계류공간에서 투묘·양묘 훈련(정박훈련)이 한창이었다.
운전병을 보유한 해군함정
바닥을 보니 큰 구렁이 같은 줄이 깔려 있었다.
―이 줄이 「강철 같은 홋줄」인가요.
『아닙니다. 이건 기존에 쓰던 9인치 홋줄이고요, 저희가 자랑하는 5인치 홋줄은 저쪽에 걸려 있습니다』
옆에 걸린 홋줄을 보니 「너무 가늘어 과연 사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UHMW라 불리는 특수재질로 구성됐습니다. 볼라드(부두에 설치된 구조물)가 뽑힐지언정 홋줄이 끊어지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독도함이 유일하게 쓰고 있죠. 그래도 믿지 못하는 분이 많아 저 9인치 홋줄을 일부러 갖다 놨습니다. 말 그대로 전시용이죠』
함수 쪽 취재를 마치고 격납고로 돌아오니, 지게차 한 대가 앞을 지나갔다. 유심히 살펴보던 기자에게 金榮旻 대위가 말했다.
『신기하죠? 다른 배에선 절대 못 보는 장면입니다. 독도함은 유일하게 운전병을 보유한 함정이죠』
독도함에서는 기존의 갑판·조타·전탐 등 함정근무 직군뿐 아니라, 항공·정훈·경리 등 다채로운 직책을 가진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운전병이다. 부사관 4명, 운전병 3명으로 구성돼 상륙장비와 탄약을 신속하게 이동한다.
『저희 나름대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독도함에 탈 수 있었어요』
鄭淳福(정순복) 하사가 차에 오르며 말했다. 鄭하사가 탄 지게차는 옆에 있던 重화물을 가뿐하게 들어 올리더니 창고로 이동했다.
『조금 전에 봤던 기관부가 심장이라면, 이 특수 직별은 혈관과 같습니다. 배의 곳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죠』
배 아래쪽이라 그런지 다시 멀미가 나기 시작한다. 崔泰福 소령이 눈치를 챈 듯 말했다.
『독도함의 심장과 혈관을 봤으니, 이제 독도함의 눈과 귀를 볼까요? 작전부로 가시죠』
독도함 웰덱(수몰갑판)에 탑재된 상륙장갑차(KAAV). |
웰덱에 정렬된 상륙장갑차 28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냐」고 물으니, 『이번엔 색다른 엘리베이터를 타보시죠』 한다.
「웰덱」이라 불리는 수몰갑판으로 향했다. 독도함의 핵심 부분으로, 헬기·장갑차 등 여러 장비를 탑재하는 곳이다. 거대한 창고같이 보이는 곳에 해병대 상륙장갑차 28대가 정렬돼 있었다.
내일이면 모두 출격해 해안으로 돌진하게 되는 이 장갑차들은 각각 완전 군장한 병력 21명을 태우고 해상에서 시속 13.2km, 육상에서 시속 72km로 달린다.
해병대원들이 상륙작전에 필요한 장비를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연료와 오일을 체크하고 시동을 걸어 장갑차량 상태를 점검했다. 장갑차에서 나오는 디젤 매연이 격납고와 갑판을 가득 메운다.
상륙대대장 李康準(이강준·해사42기) 중령이 인사를 건넨다.
『내일 저희 해병대와 함께 저걸 타고 상륙할 예정입니다. 정말 재미있을 겁니다』
그때까진 모두가 흔히 아는 그 「재미」인 줄 알았다. 24시간 후, 기자는 두 가지를 새롭게 깨달았다. 그 재미는 「해병대의 재미」라는 사실, 그리고 상륙작전은 철저하게 훈련받은 해병대원들에게도 어려운 작전이라는 사실을.
『자, 어서 타세요』
崔소령이 손짓하는 곳으로 갔다. 대잠헬기(Lynx) 한 대가 탑재된 꽤 넓은 공간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천장이 뚫려 하늘이 보였다.
『이제 올라갑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한 번 「덜컹」거리더니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갑판 바닥이 아니라 항공기용 승강기였다.
대잠헬기(Lynx)가 항공기용 승강기에 실려 갑판으로 올려지고 있다. |
超水平線 상륙작전, 韓國海軍이 직접 주도
상륙기동부대장 金東植 준장. |
―색다른 엘리베이터가 바로 이거였군요.
『독도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19t의 적재량을 자랑하고 있죠』
현재 독도함은 항공기용 2대, 인원 이송용 5대로 총 7대의 승강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군함정 중 가장 많은 수다. 인원 이송용 승강기를 보유한 함정은 독도함이 유일하다.
『한국군이 주도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상륙작전을 총괄하는 상륙기동부대장 金東植(김동식·준장·해사34기) 사령관의 말이다.
『지금까지 연합상륙작전은 미군 주도로 이뤄졌었습니다. 한국 단독으로 할 땐 대부분 소규모 기습작전이었죠』
金사령관은 독도함이 「超水平線(초수평선) 상륙작전」을 가능케 했다고 강조했다. 초수평선, 즉 해안의 敵에게 탐지되지 않는 수평선 너머에서 신속한 작전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육·해·공군의 입체적 작전을 통해 전력이 안전성과 속도에서 크게 향상됐습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式 작전에서 최첨단 현대식 작전으로 작전 개념 자체가 바뀌었어요. 배의 능력에 따라 작전 방식이 변화·발전합니다』
―지휘하는 입장에서 어떤 점이 가장 큰 변화입니까.
『작전에 참가하는 모든 항공기의 고도를 직접 분리하고 통로를 설정합니다. 예전엔 미군에 모두 의지했었죠』
―역사적인 작전을 지휘하게 됐는데, 개인적 감회가 어떤가요.
『1980년 소위 때였어요. 유도탄 함정인 「백구」라는 배에 탔었는데 나름대로 자랑스럽다고 군악대까지 와서 팡파르를 울린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이런 배를 지휘한다는 것은 꿈이었습니다. 오랜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죠』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獨島」라는 이름이 굉장히 좋은데 조금 외로워 보입니다. 실제 독도는 섬 두 개가 함께 있잖아요. 독도함도 비슷한 규모로 두세 척 더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상 악화로 작전 연기
216호 장갑차를 지휘한 2소대장 申賢浩 소위. |
11월13일 오후 5시, 함내 부대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상륙이 하루를 채 남지 않은 상황, 독도함은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美 에섹스함의 대공레이더에 일시적인 장애가 발생했다. 독도함의 3차원 레이더 「스마트-L」과 대공레이더 「MW-08」이 실전에 투입되는 순간이다. 스마트-L레이더는 반경 400km 내에 있는 표적 1000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한 해군 관계자는 『예측된 상황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독도함의 임무수행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오후 7시30분, 하루 전 출동했던 수중폭파대원(UDT)들이 敵 지역에 가서 수집한 정보를 받았다. 날씨에 큰 어려움이 없는 이상, 정상적인 작전이 가능하다는 첩보다.
11월14일 오전 7시, 훈련준비에 한창이던 장병들에게 작전이 연기됐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유는 기상악화, 밤새 너울이 꽤 세다 싶더니 결국 작전이 연기되었다.
『우리 해병대는 문만 열어 주면 되는데…』
해병대 사령부의 周鍾華(주종화·해사42기) 중령은 끝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기상 사정이 계속 안 좋을 경우 훈련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기상이 약간 애매한 경우입니다. 훈련을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렇고… 미군 측에서 연기 통보가 왔어요. 잠정적인 해안상륙시간(H-아워)는 오후 2시입니다』
「전원 전투배치, 상륙軍 탑승」
오전 11시30분, 독도함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첫날 인터뷰했던 존 서번스 상사를 우연히 만났다. 「훈련이 연기됐다」고 말하니, 자신도 들었다고 하며 『일단 든든히 먹어 두라』고 한다.
―멀미 때문에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요.
『그건 오해예요. 차라리 든든하게 먹어 두는 것이 멀미에 좋습니다』
낮 12시30분이 되자 「H-아워 1시간30분 전, 전원전투 배치, 상륙군 KAAV 탑승」 등 함내 방송이 귀청을 때린다. 상륙군과 승조원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상륙장갑차 28대가 시동을 켜고, 웰덱 안은 매연과 굉음으로 가득 찼다.
12시50분, 216호 장갑차에 몸을 실었다. 9중대 2소대원들이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완전 군장에 위장한 얼굴이었지만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소대장 申賢浩(신현호) 소위에게 기분을 물었다. 『담담하다』고 한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소음과 매연 속에서 담담함을 말하는 게 낯설었다.
『워낙 훈련을 많이 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저 맡겨진 임무만 정확하게 수행하면 됩니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그리 흥미로운 답변이 아니다. 장갑차에 탄 대원 16명 중 가장 막내를 찾았다. 해병1040기 黃寅國(황인국) 일병이라고 한다.
―2소대의 임무가 뭔지 알고 있습니까.
『1파 1제대로서 가장 먼저 해상돌격을 실시한 후, 사격으로 후속 제대의 상륙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장갑차가 출렁거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정각. 독도함을 떠나 바다 위에 몸을 실은 것이다.
이것저것 질문을 시도했다. 하지만 원활한 취재를 막는 두 가지 敵의 방해로 이내 포기했다. 첫 번째 敵은 장갑차의 소음, 두 번째 敵은 기자의 멀미였다.
오후 2시 정각, 2소대원과 기자를 태운 216호 장갑차가 덜컹거리며 접안에 성공한다. 장갑차 문이 열리고, 함포와 해안포 총격 소리가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한번쯤 망설여지는 순간이다.
『전원 돌격!』
申소대장의 명령에 대원 전원이 장갑차에서 뛰어내린다. 총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敵의 해안포 공격이 만만치 않다.
뒤이어 70여 대의 상륙장갑차들이 물을 내뿜으며 해안으로 솟아오른다. 도깨비 문양으로 도색된 장갑차 머리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최초 접안 후 14분, 대부분의 해안포가 점령되고, 8000여 韓美연합군이 상륙에 성공한다.
4시간 후, 연합군은 해안 접경 대부분을 장악한다. 전차와 포병 등 후속부대가 상륙할 수 있는 海頭堡(해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훈련을 마친 후, 金東植 사령관에게 소감을 물었다.
『상륙작전은 가장 어려운 작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독도함이 작전을 쉽게 해줬어요. 그만큼 한국해군이 자랑스럽습니다. 상륙작전으로 구한 나라가 이제 상륙작전을 지휘하게 됐어요』●
[인터뷰] 독도함 함장 鄭安鎬 대령
『독도함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입니다』
독도함 함장 鄭安鎬 대령. |
독도함 보유의 의미에 대해 묻자, 독도함 함장 鄭安鎬(정안호·해사38기) 대령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어떤 분이 독도함을 「Pride of ROKN」, 즉 「해군의 자부심」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Pride of ROK」라고 말했습니다』
―부담이 꽤 컸을 텐데요.
『배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선배들이 10년간 정말 고생했구나」라고요. 정말 많은 인원이 참여했기에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독도함에 참여했나요.
『우스갯소리입니다만, 해군 관련 인사 중에 「나 아니면 독도함 못 만들었어」라고 말 안 하는 사람 없습니다. 10년간 거의 모든 해군 인력이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鄭함장은 처음 배를 인수하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었다.
『2006년 4월에 처음 봤을 땐 거의 쇳덩어리였습니다. 인수요원들이 쇳가루와 먼지를 각자 한 자루씩은 먹었을 겁니다.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1년 동안 시운전하고서야 전투체계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눈물까지 보이는 걸 보니 정말 힘드셨나 봅니다.
『그보다 예전 생각이 나서 그래요. 1990년 환태평양연합훈련(RIMPAC)으로 하와이에 갔었습니다. 참 볼품없어 보였던 배였는데, 우리 함장 계급이 소장, 즉 투스타였어요. 다른 배는 대부분 중령·대령급이었죠. 그런 데를 가면 동맹국끼리 「대함 경례」라는 걸 합니다. 배는 제일 초라했는데 경례는 다 받았습니다. 정말 민망했죠』
鄭함장은 당시 서러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저희 배의 배치가 미군함 앞뒤였어요. 고목나무의 매미꼴이죠. 그건 잠수함에서 어뢰 쏘면 흔히 하는 말로 「몸빵」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독도함에 대한 감회가 더욱 새롭겠습니다.
『속된 말로 「쪽팔림」을 겪어본 사람이라야 이 감격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미국 배를 꽤 많이 타봤습니다. 독도함이 더 나았으면 나았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의 뛰어난 IT 기술이 많이 적용됐습니다. 미군들이 입을 쩍쩍 벌려요』
―예의상 그렇게 표현한 것 아닐까요.
『2007년 7월20일에 버웰 벨 韓美연합사령관이 배를 보러 왔어요. 처음엔 그냥 보러 왔다가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감사장을 즉석에서 만들 정도였습니다』
鄭함장은 독도함이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자신도 이로 인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 큰 배가 요즘 타면 탈수록 작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욕심이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래도 바람직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은 크게 가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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