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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특별지시로 납북자들 평원으로 비밀이송… 다구치는 위독”

정치·북한

by 김정우 기자 2011. 7. 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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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北, 韓·日 납치자들 집단이주시켜
“김정은 특별지시로 납북자들 평원으로 비밀이송… 다구치는 위독”

⊙ “평양 각지에 흩어져 있던 韓·日 납북자 및 가족 대부분 평남 평원의 특별구역으로 집결”
⊙ “김정은 산하 외국인특별관리조가 주도… 현재 완전통제”
⊙ “다구치 야에코는 중앙당간부병원에 입원치료… 현재 위독”
⊙ “北, 對南·對日 협상에 이용하기 위해 北送 재일교포·납북자·국군포로 대상 특별강습 中”
⊙ “1969년 KAL기 납치자 등은 간첩 이남화 교육 교관으로 활동”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

평양 만경대구역과 용성구역 등에 살던 한국과 일본의 납북자 중 대다수가 평양 순안구역 인근 특수 지역으로 강제 이송돼 김정은의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성용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최성용(崔成龍)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 1979년 노르웨이에서 끌려간 전 수도여고 교사 고상문, 고교생 납북자 김영남(1978년 납북), 이민교(1977년 납북), 홍건표(1978년 납북) 등과 그 가족이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순안공항 인근)로 옮겨져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에 따르면, 다구치와 고상문 가족은 평양 만경대구역 축전동 아파트 등에, 김영남 등 고교생 납북자들은 평양 용성구역 동북리 인근에 최근까지 살다가 지난 5월 중순 대다수 거처를 옮겼다. 현재 평원 원화리 거주지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특별구역이다. 그는 “다구치가 현재 병으로 ‘중앙당간부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의 증언 내용이다.
 
  ―다구치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
 
  “입원을 했는데, 위독하다고 들었다.”
 
  ―병명은 무엇인가.
 
  “모른다. 병명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나, 심각한 상태임은 확실하다.”
 
  ―언제 입원했나.
 
  “날짜는 모르지만 최근이다. 원래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번에 입원했다.”
 
  ―어느 루트로 나온 정보인가.
 
  “지난 6월 말 북한 내 정보원으로부터 받았다. 평양에서 외교 관련 임무를 맡은 자로, 해외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준(準)고위급 인사다. 보안상 추가 신원은 밝힐 수 없다.”
 
  ―믿을 만한 정보원인가.
 
  “그는 5년 전 요코다 메구미(1977년 납북)의 남편이 김영남이란 사실을 전해 온 주인공이다. 당시 《월간조선》이 이를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월간조선》은 2006년 2월호에서 “납북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 김철준은 1978년 납북된 고등학생 홍건표·김영남 중 한 명”이라고 단독 보도했고, 최성용 대표는 고교생 납북자 가족들의 혈액과 모발을 채취해 한·일 양국 정부에 “일본 정부가 확보한 김혜경(김은경·메구미의 딸)의 DNA와 비교해 달라”는 공식문서를 보냈다.

 

납북자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특별구역으로 추정되는 곳의 위성사진. 최성용 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김정은의 지시로 만경대구역과 용성구역에 있던 한·일 납북자 대다수를 원화리 특별구역으로 이송했다.


  “승인자만 출입 가능한 특별통제구역”
 
  당시 한국 정부와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기사 보도 직후 일본 정부는 최 대표에게 납북자 가족들의 신원과 주소를 알려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2월 방한(訪韓)한 관계자들은 김영남의 어머니 최계월씨 등 가족들의 혈액과 모발을 채취, 냉동 박스에 담아 일본으로 가져갔다.
 
  당시 최 대표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과 혈액·모발 채취작업을 하던 중 “메구미의 남편인 김철준은 김영남이 확실하다”란 이야기를 들어 《월간조선》에 알려줬다. 《월간조선》은 2006년 3월호를 통해 이를 확정 보도했다.
 
  4월 1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관방장관은 “메구미 씨의 딸 김혜경 양과 김영남씨 가족의 DNA를 감정한 결과 두 사람이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국내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4년간 남·북을 오가며 DNA를 추적했다”고 뒤늦게 보도했지만, 사실상 오보(誤報)였다.
 
  ―메구미 쪽 소식을 들은 것도 있나.
 
  “현재 김영남-메구미의 딸 김은경은 대학 졸업 후 김정은 사단에 들어갔다.”
 
  ―김정은 사단이라면 군대를 말하나.
 
  “그렇게만 들었다. 군대인지 기관인지, 무슨 조직인지는 알 수 없다.”
 
  ―집결지 원화리는 어떤 곳인가.
 
  “정확한 주소는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다. 평양과의 경계지역으로 순안비행장이 있는 순안구역과 가깝다고 들었다. 인근 농장은 1952년 김일성이 모를 심은 곳으로, 매년 북한의 첫 모내기가 이뤄지는 곳이다. 현재 원화리 특별통제구역엔 일반인은 드나들 수 없고, 승인된 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타 지역보다 보안수준이 훨씬 까다롭다. 정보원은 북한의 해상침투 훈련이 이곳에서 이뤄졌으며, 천안함 폭침(爆沈)과도 연관이 깊은 곳이라고 확신했다.”
 
 
  “KAL기 납치자도 함께 있다”
 
  최 대표는 “1990년대 초에 납치된 한국인 2명(회사원으로 추정), 1969년 KAL기 납치 사건 미귀환자 일부도 간첩 이남화(以南化) 교육의 교관으로 원화리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KAL기 납치사건은 1969년 12월 11일 강릉발(發) 서울행(行) 대한항공 쌍발여객기를 북한 고정간첩 조창희가 대관령 상공에서 납치해 함경남도 원산 인근 선덕비행장에 강제 착륙시킨 사건이다. 사건 발생 66일 후 납치된 51명 중 승객 39명은 귀환했지만, 승무원 5명과 승객 7명 등 12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정보원은 어떻게 그곳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나.
 
  “직접 다녀온 것으로 안다.”
 
  ―이번 이송은 누구의 지시인가.
 
  “김정은의 지시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정보원에 따르면, 이번 일은 김정은 산하 외국인특별관리조를 만들었다. 북송(北送) 재일교포, 납북자, 국군포로 등을 관리하는 곳으로 인민보안성(경찰청) 외사과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납북자를 이송시킨 이유가 뭔가.
 
  “첫 번째는 대남(對南) 및 대일(對日) 협상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최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가 외국인 납치자 거주지를 찍은 인공위성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납북자 거주 정보가 샅샅이 공개된 것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다.”
 
 
  “日 기관의 정보 非공개 요청”
 
  지난 5월 12일,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북한인권위원회는 한·일 납북자와 일본 항공기 요도호(淀號)를 납치한 적군파(赤軍派) 요원 등이 거주하는 곳이라며 평양 용성구역 동북리 초대소 일대와 대동강변 ‘일본혁명마을’ 등의 모습을 담은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공개한 평양 만경대구역 납북자 거주 위치를 비롯해 최근 세계 각국에서 납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제기되는 것에 대해 북한 정권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판단했다.
 
  최 대표는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와 고상문 등은 최근까지 만경대구역의 같은 아파트에 산 것으로 확인됐으며, 평양 대성백화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건강이 좋지 않을 땐 주로 인근의 조선적십자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원화리에 있는 중앙당간부병원도 함께 이용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2010년 말 한·일 정보당국 관계자 10여 명을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나 양국 납북자의 근황에 대해 약 4시간 동안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고 했다. 당시 “다구치 씨는 최근까지 생존해 있으며, 평양 만경대구역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등의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고, 가급적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1~2달 후 관련 내용이 일본 《교도통신》에 의해 보도됐다. 최 대표의 말이다.
 
  “당시만 해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했는데, 일본 측에서 정보가 샌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교도통신》을 통해 기사화가 됐는데, 대부분 내가 이미 한 얘기들이었다.”
 
  ―다른 쪽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전혀. 일본 측에서 나온 정보가 맞다.”
 
  ―이번에 입수한 납북자 이송 정보도 양국에 알렸나.
 
  “6월 말에 입수해 곧바로 양국 관련기관에 보냈다. 자체 조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기관에선 일언반구 얘기가 없다. 일본 측에선 이 일을 가급적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 아마 일본 민주당이 민감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들은 다음 선거 때까진 시끄러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 때문에 울화통 터진다”
 
  ―그럼에도 이 사안을 《월간조선》에 공개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 정치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가장 큰 문제다. 얼마 전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6·15 공동선언에 대해 지지하는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고 들었다.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북송한, ‘적화통일’ 선언을 한나라당 의원이 지지하는 게 말이 되나.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생사 확인도 못했다. 한나라당 의원 개개인의 이러한 행태는 다음 총선·대선 때까지 두고두고 기억해 두겠다.”
 
  최근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홍순경)가 실시한 ‘6·15공동선언에 대한 국회의원 의견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의원 170명 중 심재철·정몽준 의원 2명만 반대 의사를 밝혔다. 친박(親朴)계 홍사덕 의원은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위원회는 지난 5~6월 전화, 팩스 등을 이용해 최대 4차례 조사를 진행했으나, 대부분 ‘현재 검토 중’ ‘무응답 처리’ ‘설문응답 안 함’ ‘답변 없음’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 조사가 한나라당의 입장을 100%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겠죠. 하지만 여당 의원 대부분이 6·15선언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책임하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DJ를 계승한 민주당이 선언을 지지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아닙니다. 비전향장기수를 북송한 지 어느새 11년째입니다. 현(現) 정부와 여당은 지금까지 뭘 했나요. 한나라당 때문에 울화통이 터집니다.”
 
  《월간조선》은 최 대표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원화리 지역을 찾아봤다. ‘구글어스’를 통해 검색한 결과 평양 순안비행장 옆 작은 구역이 나왔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가지런히 지어진 건물, 대형 시설물, 기념비 등으로 볼 때 원화리 특별구역으로 추정된다. 최 대표는 위성사진에 대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북한 내부 정보원의 설명과 상당히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확실한 위치와 정보에 대한 조사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 全文 보기 : 월간조선 2011년 8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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