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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외교안보 자문'은 김성한 前외교차관…"尹 최대 관심사는 반도체 전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외교안보 분야 현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수차례 토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그동안 노동·복지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나거나 오랜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청년실업 문제나 복지에 대한 대화를 한 사실이 공개됐지만, 외교안보 현안을 전직 차관인 학자와 집중토론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사회·경제·복지 등 분야는 '야인'으로 돌아온 평범한 법조인도 연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지만, 그야말로 '통치'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외교안보' 분야를 깊이 연구한다는 자체가 그의 대권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총장과 김성한 교수는 초등학교 ..
2021.04.27 10:15 -
백신이 외교다
런던 펍(pub)이 석 달만에 문을 열고 예루살렘에선 마스크를 내던진 시민들이 자유를 만끽한다. 6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는 미국은 이른바 '3차 부스터 샷'까지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름도 생소한 변방국들이 남아도는 백신을 '자국 관광용'으로 홍보한다는 기사도 보인다. '게임체인저'(game changer)의 힘은 막강하다. 누적 확진 3000만명에 사망자 50만명을 넘기며 '최대 피해자'로 불리던 미국은 '백신의 게임'(game of vaccines)에서 일찌감치 선두를 확보한 뒤 '백신 패권'까지 재정립할 기세다. 미국과 함께 '방역에 실패한 선진국' 1·2위를 다투던 영국도 '세계 최초 접종' 이후 대담한 도박(bold gamble)에 성공해 '제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3T'(Test..
2021.04.25 13:30 -
'탈북 외교관' 류현우가 확인한 北과 이집트·시리아의 무기 거래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참사관급)로 근무하다 2019년 9월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류현우(한국명)씨가 TV조선과 국내 최초로 육성 인터뷰를 했다. 류씨는 지난 3일 서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북한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을 최대 무기판매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중동 지역에 많은 무기를 팔아 거액을 챙긴 게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특히 한국의 미수교국으로 남아있는 시리아의 경우 북한이 혈맹이라 부르며 방사포(다연장 로켓포)와 반항공(대공) 체계 등 군수 분야 기술자들 수십명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시리아에 근무했던 그는 "북한이 시리아에 방사포를 대규모로 판매했다"며 "반항공 체계와 관련한 북한의 군수공업 부분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와서 현재까지 운영체계를 관리해주는 ..
2021.02.05 11:30 -
문재인-김정은, '언택트' 남북화상정상회담 가능할까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군이 비무장 공무원을 상대로 사격을 가하거나 시신을 훼손했다는 정보와 함께 '실종자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이례적 사과'가 담긴 통지문을 청와대에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화답했다. 그러면서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로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북한 전문가나 남북관계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기자들은 도발이나 충돌이 어느 정도 수위를 넘을 경우 '다음 수순'을 미리 대비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 도발이 급진적 대화로 급변하는 패턴을 많이 봐왔기..
2021.01.13 18:15 -
한달전 확보한 '유조선 나포' 첩보…'통상적 조치' 해왔다는 외교부
지난 4일 밤,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 유조선이 이란에 나포됐다는 속보가 AP통신을 통해 전해졌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흔히 '해상 피랍'이라 하면 해적을 떠올리기 쉬운데, 주체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로 파악된데다 '나포'란 표현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IRGC는 1979년 이란혁명 후 기존 정규군과 별도로 창설된 정예부대로 준(準) 정부 수준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조직입니다. 2019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정부 군대론 처음으로 IRGC를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해적이나 반군이 아닌, 사실상 정부 기관이나 다름없는 군대가 유조선을 나포했다는 의미는 단순 인질극이 아닌 '국가 대 국가' 차원의 외교 문제로 충분히 비화할 수 있었습니다..
2021.01.08 16:02 -
대통령이 최소 13차례 강조했다는 백신 확보…정작 예산은 야당이 확보?
○강기윤 위원 "예산서에 코로나 치료제·백신 구매비가 계상이 안 돼 있던데 그것 계상 안 해도 괜찮나요? 어떤 대안이 있나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코로나하고 관련된 백신 예산은 올해 추경과 전용으로 3500억원 정도가 확보가 돼서 '코박스'라고 하는 데에 선입금은 먼저 납부가 됐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구매 예산은 내년으로 아마 이월이 돼서, 백신이 허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이월 집행할 예정이고요. 그 돈만 가지고서는 60%를 확보할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내년도 예산에서 예비비나 추경으로 확보를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어떤 백신을 구매할지에 대한 것들에 대한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예산에 대한 추계나 이런 부분들은 좀 더 진행하면서 기재부하고 협의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기윤 위원 ..
2020.12.24 15:23 -
'김여정 하명 논란' 이후 180도 뒤바뀐 통일부의 대북전단 법적 논리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의 규율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 중 일부다. "대북전단이나 물품 살포를 사전에 등록 또는 승인하게 하고 내용이나 물품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는데 검토를 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의 입법 취지와 법체계에 비춰 △남북교류협력으로 보기 어렵고 △수령인이 불특정하며 △남북한 간 이동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또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관련 법률(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및 판례(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관련 법률로써 제지 가능)를 근거로 제한이 가능하다"며 "민간단체들과..
2020.12.21 12:08 -
영혼 없는 공무원과 '신내림 서기관'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가 국정홍보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말 밀어붙인 '취재선진화'란 이름의 '기자실 폐쇄' 등 방안이 쟁점이었다. 대선 압승으로 기세가 등등한 MB 인수위는 '기자실 대못질'을 진두지휘한 홍보처를 폐지하고 각 부처 기자실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었고, 홍보처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국정홍보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부처의 기능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버텼다고 한다. 한쪽이 '점령군 행세'를 했는지, 아니면 다른 한쪽이 '철밥통 방어'를 했는지는 12년이 훌쩍 넘은 세월에 모두 잊힌 잡사가 됐지만, 그날 한 공무원이 남긴 어록 한 마디는 역사로 기록됐다.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다." 무명의 관료가 막스 베버(Weber)를 인용했다는 이 경..
2020.12.21 10:52 -
상어 나라, 물고기 나라
'상어가족'이란 노래가 있다. 유튜브 조회수 5억회를 기록해 '국민동요'로 꼽힌다. 국악과 일렉트로닉(EDM) 버전까지 나왔고, 윤종신과 에디킴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했다. 가사는 간단하다. 귀여운 아기상어를 시작으로 어여쁜 엄마, 힘이 센 아빠, 자상한 할머니, 멋있는 할아버지 상어가 반복 후렴구와 함께 순서대로 등장한다. 문제는 2절이다. 시점이 피식자(被食者)인 물고기로 바뀌는데, 이들은 포식자(捕食者) 상어가족에 놀라 도망치기 바쁘다. 산호초로 추정되는 구조물에 숨고 나서야 '휴' 한숨을 내쉬며 "오늘도 살았다"며 "신난다"고 춤을 추라 한다. 불쌍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태지만, 자연의 섭리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묘사한 새드엔딩으로 읽힌다. 최근 많은 이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2017.08.22 15:58 -
난마돌
유적을 찾아가는 길은 복잡했다. 단출한 표지판을 보고 들어선 비포장도로엔 더 이상 안내표지가 없었다. 갈림길에서 엉뚱한 길로 들어선 덕에 30여 분을 헤맸다. 오두막집처럼 생긴 민가 앞에 선 여성에게 길을 물었다. 그녀는 자신을 추장의 딸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집 바로 뒤에 유적이 있다고 했다. 1인당 4달러의 통행료도 요구했다. 유적 출입구에 있는 추장 부인에겐 추가로 3달러씩 더 내야 한단다. 작은 집 몇 채와 나무를 하는 주민을 보며 길목에 들어서니 그녀 말대로 입구에 한 노파가 앉아 있었다. 3명 입장료로 10달러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자, 노파는 악수까지 하며 연신 '생큐'를 반복했다. 이 섬나라는 유적 인근 부족에 돈을 지불하는 관행이 있단다. 안내책이나 입장권이 따로 없는 곳이라 실제 ..
2017.07.03 11:33 -
꿈의 실종
광화문으로 모여든 학생들이 "닮고 싶은 어른이 없다"고 했단다. 시대적 비극이다. 자칭 '어른들'은 연신 미안하다고 했단다. 롤모델(role model)의 설정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적어도 십대라면 수십명은 있어야 한다. 물론 머리가 점점 커가는 과정에서 하나둘 삭제된다. 닮고 싶은 어른이 사라지는 만큼, 자신도 어느새 어른이 된 걸 느낄 수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꿈조숙증'을 전파한다. 모두 '미래'를 외치지만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저 가슴만 더 비어갈 뿐이다.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만난 스승은 제자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대신 "What is your vision?"이라고 했다. 이름 대신 꿈으로 타자(他者)를 정의하는 모습에, 많은 학생이 그를 롤모델로 삼았다. 약관(弱冠)의 청년들이 ..
2016.11.26 14:53 -
逆鱗
역린(逆鱗). 龍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고 한다. 건드리면 죽는단다. 40년 전 진작 뽑혔어야 할 역린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다. 자손들은 번창했다. 似而非는 분열(division)하고 증식(multiplication)했다. 피보다 진한 물을 먹었다. 생존한 역린은 용까지 집어삼켰다. '미르'란 괴물도 만들었다. '미르'의 역린이 건들리자 나라가 흔들렸다. 용에 올라탄 자들은 권모술수(權謀術數)를 주술(呪術)처럼 부렸다. 입 가진 사람들은 모두 소리친다. 알면서도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자들이다. 판이 들어서니 말로 굿을 벌인다. 비겁한 뒷북이 더 시끄럽다. 막후(幕後)에서 관찰한 위정자들은 예상보다 더욱 비열했다. 無知했던 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失笑마저 안 나온단다. 배신은 견디기 어렵다. 밤..
2016.11.05 11:56 -
지나간 것은 의미가 있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DJ는 별로였다. 분위기 탄답시고 전주(前奏)까지 침범하며 느끼한 멘트를 날려버리면 망칠 수밖에 없었다. 광고 때문에 음악이 중간에 잘리는 건 더 별로였다. 사연과 선곡이 중요한 만큼 '완전한 한 곡'이 절실하던 시절, 전곡을 깔끔하게 틀어주는 DJ가 귀했다. 종일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곡을 기다렸다. DJ가 곡명을 말하는 순간, 녹음 버튼에 손을 얹고, 정확한 시점에 맞춰 녹음을 시작한다. 녹음용 공테이프가 다 떨어졌을 땐 남아돌던 일반 테이프 모서리 구멍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개조했다. 소위 '길보드차트'보다 위대한 나만의 앨범이다. 공정(工程)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돈은 별로 안 들었지만, 긴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원초적 사용자 제작 컨텐츠(UCC)가 완성되는 순간의..
2016.07.06 10:48 -
[태평양 도서국 14개국 르포] ② 팔라우, 급성장하는 태평양의 新부국
"팔라우 국기는 왜 원이 왼쪽으로 치우쳤을까?" 에메랄드빛 바다와 행복지수의 낙원을 체감하기도 전에 엉뚱한 물음이 떠올랐다. 팔라우 코로르(Koror) 공항에서 긴 여정을 막 시작할 때였다. 눈앞에 보이는 바다색 바탕의 노란색 원은 일장기를 닮은 듯 보였다. 1980년에 소개된 국기를 두고 한 연구자는 "일본 일장기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중심에서 어긋나게 했다는 설이 있다"고 했다. 믿기 어려운 설이라 3일간의 팔라우 일정 중 섬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한쪽으로 치우친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대통령 인터뷰 때 직접 물어봐야 하나' 생각할 때쯤, 뜻밖의 장소에서 답이 나왔다. 벨라우(Belau) 국립 박물관 한편에 국기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2016.04.30 13:50 -
선거의 풍경
주요 일간지들은 대부분 '오보 아닌 오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제1당이 뒤바뀐 '역사적 사건'을 선거 바로 다음날 1면 톱 제목은커녕 기사 본문에서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판갈이' 시점을 최대한 늦춰도 새벽 5시까지 최소 26표차 승부를 벌이는 개표전쟁을 담아내기엔 무리다. TV나 인터넷으로 실시간 개표 상황을 볼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쏟아지는 난잡한 속보 대신 정제된 '정보'를 원하는 이들 상당수는 지금도 아침에 '지면'부터 찾는다. 아침에 신문 탁 펼쳐들고 '종합' 선거결과와 분석을 한눈에 보고 싶다는 거다. 성향이 서로 다른 신문들이 어떤 제목으로 선거를 '결론'짓는지도 볼거리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 시스템으론 완전한 개표 결과와 종합·비교·분석·정리는 선거 이틀 후 조간에서 볼 수 있다..
2016.04.21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