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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연평해전은)김대중 반역집단이 옷로비 등 위기탈피 위해 무장도발을 조작한 것” - 단독입수 ‘북한 보도지침’ 2만8500쪽 全文 분석

정치·북한

by 김정우 기자 2011. 11. 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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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북한 보도지침’ 2만8500쪽 全文 분석
“(제1연평해전은)김대중 반역집단이 옷로비 등 위기탈피 위해 무장도발을 조작한 것”

⊙ 북한 《기자활동상식》 총 100권, 북한發 괴담의 종합선물세트
⊙ 金日成·金正日 우상화… 韓·美 역대 대통령에겐 원색적 비난
⊙ ‘한국군 勝’ 제1연평해전을 “남조선 괴뢰의 계획적 도발에 10여척 격파 수백명 살상” 날조
⊙ “CIA는 예산 55% 군사정변 선동작전에 탕진… FBI는 자국민의 사고방식·식생활까지 감시”
⊙ “신앙 자유 보장한다”며 “종교는 모두 허황한 것, 선교는 美帝의 침략수단”
⊙ “적대국 사람 만나면 장군님의 위대성과 우리式 사회주의의 우월성 선전하라”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hgu@chosun.com)

기자활동상식

북한 《기자활동상식》.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선전매체 기자 교육을 위한 자료집이 최근 무더기로 유출됐다. 《기자활동상식》이란 제목의 이 문건은 주제별 50~600쪽으로 구성된 책을 10권씩 10묶음으로 모은 것으로, 총 2만8583쪽(100권) 분량이다.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이 최근 북한 내부 정보원으로부터 PDF 파일 형태로 입수한 것을 본지에 제공했다. 지난해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3권에 대한 일부 내용이 짧게 언급된 적은 있으나, 100권 전체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월간조선》이 전문(全文)을 분석한 결과, <수령> <역사> <국제관계> <군사> <남조선관계> <문학예술> <체육> <철학종교> <과학> <건강> 등 주제에 따라 분류된 책들은 북한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5공화국 시절 폭로돼 많은 논란을 낳았던 ‘보도지침’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인 ‘북한 보도지침’, 정확히 말해 북한의 매체 통제지침인 셈이다.
 
 
 
기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을 보도한 《조선일보》. 한국군이 승리한 교전에 대해 북한 《기자활동상식》 자료는 “남조선 괴뢰의 계획적 도발에 10여 척 격파 수백 명 살상”이라며 결과를 반대로 조작했다.

  일반 상식을 제외하면 김일성(金日成)과 김정일(金正日)을 향한 노골적 찬양과 미국에 대한 비난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김정일을 “행성의 최고·최강의 령도자(영도자)”라 칭하고,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인권 불모지”로 정의하는 식이다. “김영삼은 집권욕에 물젖은 놈”, “클린턴은 호색한 카사노바도 무색케 할 인물”이라 부르는 등 한미(韓美) 양국 주요인사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 인민군 대위 출신인 김성민(金聖珉)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에서 ‘남조선관계’나 ‘국제관계’ 등은 일반 주민이 잘 모르는 분야”라며 “북한에서 비밀 문건을 꽤 봤다는 탈북자들도 모두 몰랐던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의 문답이다.
 
  ―특정 선전매체 내부 교육용 자료인가, 전 매체가 참고해야 하는 보도지침인가.
 
  “북한에서 기자는 중앙당 간부가 비준하는 정치일꾼으로 보통 주민과 다르다. 회사에 관련 없이 전(全) 기자를 교육하는 자료다. 한국으로 치면 보도지침과 비슷하지만 내용은 황당하다. 매체 기관과 조선콤퓨터쎈터(KCC)가 함께 제작한 자료라고 들었다. 우리는 북한 내(內) 한 기자로부터 입수했다.”
 
  ―기관의 가이드라인을 선전매체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나.
 
  “자료에 포함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모를뿐더러 알 방법도 없다. 기자들에게 그만큼 정보의 범위를 넓혀 주고 확실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식이다. 기존 보도된 기사를 그대로 전재한 부분도 있지만, 어떤 기사를 쓰든 해당 자료 내용을 벗어나지 말라는 뜻이다. 무조건 지켜야 한다.”
 
  ―작성한 시기는 언제인가.
 
  “이번에 입수한 10묶음은 1999~2004년 사이 작성됐다. 매년 한두 차례 새로운 내용을 10권씩 만들어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후 4~5권 정도 더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직 입수는 못했다.”
 
  ―최근 평양 시민 210만명 신상자료가 《주간조선》을 통해 보도되는 등 북한 내 비밀문서 관리에 큰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무슨 의미인가.
 
  “현재 《자유북한방송》에만 PDF 파일로 저장된 체제 선전용 서적 1500권, 전자대백과사전 30권, 비공개 강연자료 및 지도 100여 건 등 방대한 자료를 6년여간 입수해 보관하고 있다. 정보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은 체제에 큰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김정일 정권의 내부 통제력이 그만큼 많이 약해졌다.”
 
 
  “원폭 아닌 金日成 투쟁으로 日帝 패망”
 
  언론의 자유라는 개념조차 없는 북한에서 보도지침은 곧 정권의 공식 대외입장이다. 일반상식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한 편인 반면, 정치·역사·외교 분야는 상당 정보가 사실 관계에 기초하기보단 음모론과 괴담을 모은 것에 불과해 자료의 신뢰성 수준이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자료에 필수로 포함되는 내용은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에 대한 찬양이다. 첫 번째 묶음의 제1편(1-1편)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인류의 마음속에 영원불멸할 것이다>란 자료에 따르면 김일성의 연설, 결론, 담화, 논문, 강의록 등이 1860건에 달하고, “인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헌신으로” 1945년 10월부터 휴일도 없이 2530여 일을 주요시설 시찰에 사용했으며, 세계 70여 개 나라 및 국제기구에서 180여 개의 최고훈장과 메달을 수여받고, 30여 개 도시가 명예시민 칭호를 준 “수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위대한 수령”이다. 첫 단계부터 정상적 ‘매체’와는 거리가 멀다.
 
  1-8편 <토막상식>엔 “사람의 필적과 성격”이란 대목이 있는데, 김정일의 필적에 대해 “경애하는 장군님의 필적은 절세 위인의 필적으로서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가장 완성되고 세련된 서예의 극치”라며 “속도감과 운동감이 집중적으로 표현, 침체와 주저를 모르는 완강한 투지와 무한대의 힘과 용기, 천재적 예지와 무비(無比)의 담력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일제패망에 대해선 “미국이 침략적 야망을 이룩하기 위해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했지만, 전쟁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현명한 령도(영도) 아래 전개된 항일 무장투쟁 때문에 일제는 급속히 패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음은 김 부자에 대한 칭송 중 일부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시대와 혁명, 인류 앞에 쌓아 올리신 불멸의 업적으로 하여 세계혁명적 인민들과 진보적 인사들, 정치가들로부터 ‘수령 중의 수령, 위인 중의 위인’, ‘세계가 선망하는 21세기 지도자, 특유의 공산주의 정치수령’, ‘주체의 대성인’, ‘행성 최고최강의 령도자’로 다함 없는 존경과 흠모, 격찬을 받고 계신다.” (2-1편 <21세기의 태양 김정일동지>)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독자 대열이 급속히 확대되는 속에 해마다 많은 해외동포와 외국의 벗들이 우리나라 외교대표부와 해당 기관 앞으로 자기들에게 회고록을 더 많이 보내 줄 것을 절절히 당부하는 편지들을 끊임없이 보내 오고 있다. 그들은 편지에서 끝없는 흥분과 깊은 감동 속에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회고록을 읽은 소감에 대해 격정에 넘쳐 토로하고 있다.” (3-1편 <백두산3대장군의 위인상>)
 
 
  “美 컴퓨터도 인정한 金正日의 지략”
 
기자활동상식

북한 《기자활동상식》 자료에 기록된 “력대 괴뢰 대통령”들. 이승만~김대중 역대 대통령 모두 원색적 비난의 대상이다

  “수령복(福)이란 말은 일찍이 없었다. 그것은 그 어느 시대, 그 어느 나라의 인민도 그러한 복을 느끼지도 누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영광스러운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와서야 우리 민족, 우리 인민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받아 안고 누리는 수령복으로 하여 수령복이라는 말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4-1편 <수령과 혁명>)
 
  “어떤 장군이 명장인가. 어버이 수령님이시야말로 이 세상 모든 장군을 다 합친 장군보다 훨씬 더 위대한 장군, 명장 중의 위대한 명장이시다. 오늘 우리는 어버이 수령님과 똑같으신 또 한 분의 위대한 장군을 모시는 크나큰 행운을 받아 안았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나는 우리나라에 또 한 사람의 장군, 김정일 장군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또 한 분의 위대한 장군, 위대한 명장이 계신다. 동서고금의 이름난 명장들을 다 합친 명장보다 더 위대하신 두 분의 명장, 백두산장군이 이 땅에 계신다.” (9-1편 <군사>)
 
  “미제는 최근 수천 대의 컴퓨터를 가동해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장군님의 군사적 지략과 령도의 특징을 도출하였는데 그 답은 첫째, 판단이 정확하다, 둘째, 결심이 단호하다, 셋째, 타격이 무자비하다는 것이 나왔다고 한다.” (2-6편 <군사>)
 
  ‘수령’에 대한 칭송만큼 ‘미제(美帝)’에 대한 비난도 자주 등장한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게 미국은 초기부터 학살, 침략, 약탈로 시작돼 악행을 지속하는 나라로 풀이된다.
 
  “…콜럼버스가 1492년 10월 12일 3척의 선박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서방 식민주의자들은 이리떼처럼 몰려들었다. 영국 식민주의자들은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 인디언들을 닥치는 대로 무참히 학살하면서 대서양 쪽 13개 주를 장악하고 1776년 7월 4일 영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을 선포했다. 이때로부터 미제의 저주로운 침략과 약탈의 역사가 시작됐다.” (1-4편 <국제관계>)
 
  자료는 ‘미 중앙정보국’(CIA)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에 지부를 두고 정탐, 파괴, 암해 활동을 벌인다”며 “국회 심의 없이 돈을 마음대로 쓰고 연간 180억 달러 예산 중 100억 달러 이상이 외국 정복을 위한 군사정변이나 기타 비밀작전 … (계속)

기사 全文 보기 - 월간조선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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