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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동행취재 / 육군 이기자부대 혹한기 훈련

정치·북한

by 김정우 기자 2010. 5. 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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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영하 30℃… 實戰같이 뜨겁게 전투수행능력 점검

『훈련이란 단어는 사치, 주어진 모든 임무가 곧 실전』(李東熙 연대장)


영하 15℃에서 맛본「더위」
『탕! 탕!』
 
 지난 1월14일 오후 8시35분, 위병소 부근에서 2발의 총성이 울렸다.
 
 『특작부대 출현! 수색 1조는 좌측 능선, 3조는 우측 능선으로 침투! 2조는 정면으로 공격한다!』
 
 소대장 金賢宇(김현우·25) 소위의 명령이 떨어졌다. 대기하던 21명의 기동타격대원들이 칠흑같이 어두운 언덕 위로 달려간다. 모두 일곱 겹을 껴입어서일까, 동작이 왠지 부자연스럽다.
 
 『엎드려!』
 
 부소대장 朴泰豪(박태호·26) 하사가 수색 1조 대원들에게 속삭인다. 대원들 모두 동시에 몸을 낮췄다. 눈밭에 엎드린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옷을 껴입은 채 달려서인지 몸에선 땀이 난다. 눈 위를 타고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콧물이 얼기 시작한다. 몸은 하나인데 온도 반응은 제각각이다.
 
 출동 직전 봤던 온도계가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영하 15℃, 경남 마산이 고향인 高秉鉉(고병현·21) 이병에겐 이 모든 것이 새롭다.
 
 고개를 살짝 들어 봤다. 보름을 1주일 앞뒀지만 명월리 하늘에 뜬 달이 꽤 밝았다. 능선 너머 동편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유독 3개의 별이 눈에 들어온다. 「오리온자리」다.
 
 『병현아, 왜 사람들이 오리온자리를 좋아하는지 아니? 그건 가장 찾기 쉽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항상 찾기 쉽고, 가기 쉬운 길만 가려고 하지』
 
 전날 밤 함께 경계작전에 투입된 趙一煥(조일환·22) 상병이 들려 준 이야기다. 軍에 들어와 별자리를 제대로 알게 됐다는 그는 지금 高이병 옆에 엎드려 저 멀리 소나무 숲을 조준하고 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땀이 식었는지 슬슬 한기가 느껴질 무렵, 20여m 전방의 숲 속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사격!』
 
 金소위의 명령에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부소대장과 1조 대원들이 먼저 뛰어나갔고, 나머지 조가 추격에 나섰다. 결국 3개 수색조에 둘러싸인 敵(적)은 모두 「사살」됐다. 습득물은 소총 3정과 군장 2기.
 
 꽤 많은 부대를 취재했지만, 가장 「실전」 같은 훈련이었다. 탄만 공포탄이었을 뿐 현장은 戰場(전장) 그 자체였다. 예전 취재는 주로 대열 뒤편에 서서 관찰하고 기록했는데, 이번엔 캄캄한 산 위를 향해 함께 포복하고 함께 뛰었다. 「영하 15℃의 더위」가 그대로 전해졌다.
 
기동타격대 임무를 수행한 3소대 장병들.

 
 「敵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우 투 파이트(how to fight)」, 즉 敵과 어떻게 싸울 것인지가 훈련의 가장 큰 핵심이에요. 이기자부대에서는 「훈련」이란 단어는 사치입니다. 모든 임무가 곧 실전입니다. 전시편제 장비 그대로 다 왔어요』
 
 훈련을 지휘한 연대장 李東熙(이동희·학군23기) 대령의 말이다. 말투에서 느껴지는 그 의미심장함이 남달랐다.
 
 그래도 조금은 꾸며진 설정이 아닐까 싶어 취재기간 많은 병사들과 직접 얘기를 나눠 봤다. 병사 중에 가장 꾸밈없고 솔직한 답변을 해주는 「新兵(신병)」과 「말년병장」들이다.
 
 그들에게 『훈련강도가 예사롭지 않은데, 사전에 따로 지시는 없었는지』 물었더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이기자부대가 훈련을 「빡세게」 하는 건 대한민국 육군 출신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육군 출신의 기자였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한기 훈련 취재 일정이 잡히자 걱정부터 앞섰던 게 사실이다. 모든 예비역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훈련이지만 혹한에서의 숙영과 행군을 빼면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몇몇 선배기자들도 『거기 눈 빼면 취재할 게 있겠어?』라며 농담 半 진담 半 했다.
 
 이틀 후 廣德峴(광덕치·광덕고개) 위로 굽이진 75번 국도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서야 그 모든 걱정이 섣부른 생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서쪽 하늘의 붉은 노을처럼 젊은 장병들의 피는 뜨거웠고, 「이기자」의 기세는 「强軍(강군)」의 위용 그 자체였다.
 
 기자는 육군 이기자부대의 혹한기 훈련을 2박3일간 동행하며 취재했다.
 
 
 눈밭에 멈춰 버린 지프
 
金賢宇 소위.

 지난 1월14일 오후 1시, 강원도 화천군 명월리의 눈 덮인 雪山(설산) 위엔 白色(백색) 위장을 한 장병들이 부산한 모습으로 오가고 있었다. 모두 집결지 편성을 위한 병력과 장비를 점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용호연대 1대대는 오전 9시30분 주둔지에서 출발, 이미 15km 행군을 마친 상태였다.
 
 눈이 꽤 많이 왔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눈은 녹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를 태우고 가던 지프차는 눈밭에 멈춰 버렸다. 눈 속에서 핸들을 무리하게 꺾다 보니 타이어 바퀴와 휠을 연결하는 부속이 부러져 버렸다. 강원도 중부전선의 관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2시42분 부로 총 85명 집결지 도착 완료했으며, 현재 주변 지형 이상 없다는 보고입니다. 집결지 편성 최종 완료 시각은 17시 정각입니다』
 
 중대장 金學榮(김학영·3사36기) 대위가 군기 가득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경계초소 너머 1소대 2분대원들이 야전삽으로 땅을 고르고 있었다. 꽁꽁 언 땅을 파헤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수는 왼쪽 땅을 좀더 고르고, 진석이는 나뭇가지로 쓸어내. 현수는 솔잎을 뿌려. 아, 저기 야전깔개하고 판초우의 가져와』
 
 분대장 宋琓土宣(송완선·22) 병장의 목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여러 훈련을 겪을 만큼 겪은 선임병의 눈에는 아직 후임들의 움직임이 어설프다.
 
 훈련의 전체 설정은 2개 부대가 서로 전투를 치르는 방식이다. 용호연대와 14개 지원배속부대가 합쳐져 수천여 병력으로 구성된 전투단은 사단 수색대대로 구성된 대항군과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다. 대항군 역시 연대급 규모로 가정한다.
 
 무조건 혹한만 극복하는 과거 훈련과는 달리, 전술적 중요성이 커졌다. 훈련의 가장 큰 목적은 쌍방자유기동 방식을 통해 동계작전수행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워게임 모델과 지휘통제체계 시스템을 이용, 입체적인 전투수행 환경이 접목됐다.
 
 용호연대 측이 북쪽 명월리를 중심으로 집결지를 편성할 무렵, 대항군인 수색대대는 남쪽 華岳山(화악산)과 道馬峙(도마치) 고개 일대를 점령 중이었다. 1월14일 오후 3시, 득봉 유격장에 도착하니, 수색 2중대는 집결지 편성을 마친 후 주변 지형을 정찰 중이었다.
 
 산세가 꽤 험준했다. 「道馬峙」란 고개 이름은 弓裔(궁예)가 王建(왕건)을 피해 도망가다 길이 험해 말에서 내려 걸었다고 해서 유래됐다. 이름에 선입견을 가져서인지 대낮인 데도 해가 진 듯 어둑어둑하다. 계곡 사이로 수색대원들의 텐트가 드문드문 보였다.
 
 
 「최고 수색병」이 된 가수 金泰佑
 
金泰佑 일병과 수색대원들이 지형정찰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꽤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이름은 金泰佑(김태우), 나이는 27세, 소속은 수색 2중대 1소대, 계급은 일병이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입대 전 직업이 「가수」라는 점.
 
 「어머님께」, 「거짓말」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지난 10년간 각종 가수상...


월간조선 2008년 4월호 (기사 全文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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