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인공기 꽂겠다”던 北 정치장교가 對北선교사 된 사연
어깨에 중좌(중령) 계급장을 단 북한군 정치장교가 압록강을 넘어 탈북해 남한에서 목사가 되기까지 과정을 그린 책이다.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저자는 6·25 때 남한 치안대에 처형당한 아버지와 전사한 형 덕분에 다양한 출신성분 혜택을 누렸다.
김일성정치대학 중등반(북한군 정치사관학교 197부대)과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해 정치장교가 된 그는 “한라산에 인공기를 꽂을 때까지 결코 손에서 총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맹세한 주체사상의 신봉자였다.
하지만 1994년 김일성(金日成)이 죽고 1997년 황장엽(黃長燁) 노동당 비서의 망명 소식을 접한 후 김정일(金正日) 체제에 대해 심각하게 갈등하던 시절, 친구로부터 비밀리에 성경을 선물받는다.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성경은 그의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꿨다. 주체사상의 기원이 성경에 있음을 알게 된 그는 1년 동안 매일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이불 속에 숨어 <제주극동방송>에서 나오는 한국 목사들의 설교를 들었다. 결국 그는 인공기를 한라산에 꽂는 대신 북한 동포들에게 기독교 복음을 전하겠다 결심했다.
1998년 3월 17일, 평양방어부대 소속이었던 그는 평양을 떠났다. ‘신(神)이 함께하신다’는 확신 아래 압록강을 도하(渡河)했고, 중국에서 1년간 숨어 지내다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서울로 오게 된다. 당시 국정원 직원까지 동원해 탈북자를 한국으로 들어오게 한 것은 저자가 첫 사례였다. 그의 나이 47세, 이미 성경을 14번 통독한 후였다.
남한에서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된 저자는 현재 각종 탈북자단체에서 활동하며 대북(對北)방송 설교와 성경 번역(북한어)을 하고 있다.
유석렬(柳錫烈) 전(前)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과 북한선교에 관심 있는 모든 이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평했고, 이철신(李哲信) 영락교회 담임목사는 “한 체제에서 다른 체제로 옮겨가는 길고 험난한 과정을 ‘소명’ 하나 붙들고 견뎠기에 그의 삶이 더욱 값지다”고 했다.⊙
(심주일 著 | 토기장이 刊)
월간조선 2010년 2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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