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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관사 동승취재 - 1초의 방심도 허락지 않는 지하세계의「戰爭」

사회

by 김정우 기자 2008. 11. 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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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金모씨, 운전실 출입문 난간 잡은 채 차 밖으로 용변보다 추락, 뒤에서 달려오던 전동차에 깔려 숨져

『죽어도 못 참으면, 터널 중간에 차를 세운 채 해결하거나, 운전을 하면서 문을 열고 해결하거나, 신문지를 이용합니다. 다 승객과 내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월간조선 2008년 2월호
金正友
 月刊朝鮮 기자 (hgu@chosun.com

바람 잘 날 없는 세계 最大 교통수단
 2008년 1월7일 새벽 5시8분 서울 창동 차량기지, 경적을 울리며 첫차가 출발했다. 지하철 4호선 4906호 전동차다.
 
  『401 편성 열차 출발』
 
  趙晟容(조성용·41) 기관사가 관제실과 무전을 주고받는다. 전조등이 켜지고 10량의 전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의식 중에 타고 내리던 컨테이너 박스가 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롤러코스터로 바뀐 기분이었다.
 
  『16년째 하고 있지만 항상 긴장돼요』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趙기관사가 먼저 말을 건넸다.
 
  ―16년을 운전하셨으니 긴장할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은데요.
 
  『40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운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냥 하는 소리겠어요. 1초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하철 승무원의 세계입니다』
 
  KTX의 정원이 935명이다. 세계 最大 유람선 「프리덤 오브 더 시즈」는 4370명, 最大 항공기 A380은 고작 525명을 태운다. 지하철은 정해진 정원이 따로 없다. 우리는 매일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송수단을 별 생각 없이 타고 있다.
 
  『요즘 같이 사고가 연일 터지면 더욱 신경이 쓰여요』
 
 
  수도권서 하루 650만 명 이용
 
서울메트로가 전동차 운전실에 설치하기로 한 간이변기.

  수도권에서만 하루 65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지난 1월10일 오후, 인천지하철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가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날 낮 12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20代 여성을 반대편에서 오던 전동차 기관사 안현철(42)씨가 구했다.
 
  지난 1월5일 한 시각장애인이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지만 너무 멀리 뛴 덕에 목숨을 건졌다. 지난해 12월31일에는 내방역에서 한 40代 남자가 투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에는 부산 지하철 중앙동역에서 부산 모 구청 6급 공무원 崔모(48)씨가 선로로 떨어져 승강장에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多事多難(다사다난)」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사건과 사고가 매일 끊이지 않는다.
 
  특히 2007년 12월9일 한 승무원이 전동차 운행 중 용변을 보려다 선로에 떨어져 숨졌다. 지하철 승무원의 인권과 근무환경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 사고였다.
 
  吳世勳(오세훈) 서울시장은 『기관사들의 장시간, 장거리 운행에 따른 근무환경 개선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1월10일 『특수 간이변기를 제작, 전동차 앞뒤 운전실 398개소에 1월 중 모두 비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 모두가 매일 접하면서도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지하철 승무원, 그들의 실제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월4일과 7일, 지하철 운전실에 직접 탑승해 동행취재했다.
 
 
  기상시간 새벽 4시15분
 
창동 차량기지 승무원 숙소 내부.

  『창동기지입니다. 일어날 시간입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1월7일 새벽 4시30분, 서울지하철 4호선 창동 차량기지의 서현태 차장이 수화기를 들고 「모닝콜」을 하기 시작했다. 일명 「주박지」라는 곳으로 전화를 걸어 승무원을 깨운다. 주박지는 서울역·남태령역 등 첫차 운행 시간을 맞추기 위해 승무원들이 숙박하는 장소다.
 
  『주박지에는 전화를 걸지만, 차량기지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은 직접 깨웁니다. 첫차 운행할 분들은 이미 다 기상했어요』
 
  ―보통 운행 몇 분 전에 일어납니까.
 
  『1시간 5분 전에 일어나야 합니다. 개인적인 용무를 본 후, 곧바로 차량점검을 하죠』
 
  1월6일 밤 창동기지에서 숙박한 승무원은 총 60명, 모두 새벽 열차를 탈 사람들이다. 4인1실인 숙소의 구조는 간단했다. 철제 침대 4개가 놓여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승무원들의 개인물품이었다. TV나 다른 기기는 없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곳」입니다. 승무원에게 있어 운전 전 충분한 휴식은 필수거든요』
 
  동행한 尹泳錄(윤영록)씨가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지하철공사노조 승무지부 사무국장이다.
 
차량기지에서 새벽 운행을 위해 대기 중인 전동차들.

  숙소 밖으로 나와 철로로 향했다. 마침 지하철 한 대가 출발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기지 내 차량번호 4906호 사당行 열차로 기관사 趙晟容씨가 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옆에 누가 타면 지겹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분명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요』
 
  「운전에 지장이 없도록 조심하겠다」고 몇 차례 확인한 후, 尹씨와 함께 운전실에 몸을 실었다.
 
  ―오늘 몇 시에 일어났나요.
 
  『오전 5시20분 창동기지 출발 차량이에요. 4시15분에 일어났죠』
 
  ―늦게 일어나거나 지각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지하철은 초 단위로 움직입니다. 시간이 생명이죠.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趙기관사는 「초」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사뭇 진지함마저 느껴졌다. 그들은 1초에 죽고 1초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개인적인 질문을 해봤다.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아내와 다섯 살 난 딸이 있습니다. 하루 못 봤는데 무척 보고 싶네요』
 
 
  2분30초 간격으로 100개 역 정차
 
정차 위치 안내 전광판. 40cm 이상 빗나가면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는다.

  그는 곧바로 휴대전화 속 딸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힘들 때마다 딸의 사진을 보면서 기도한단다.
 
  오전 5시8분이 되자 몇 차례 경적을 울리고 열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2008년 1월7일 4호선 첫 운행이 시작된 것이다. 앞쪽 운전실에는 趙晟容 기관사와 尹泳錄 사무국장, 그리고 기자가 탔고, 뒤쪽 운전실에는 柳泰仁(유태인·26) 차장이 타고 있었다.
 
  국내 모든 지하철은 기관사 한 명이 운전한다. 서울메트로에서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은 뒤쪽에 차장이 탄다. 자동운전방식(ATO)인 5~8호선은 차장 없이 기관사 단독승무를 시행하고 있다.
 
  철도의 경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부기관사가 동승하지만, 신형 전기기관차인 KTX와 무궁화호 일부는 기관사 한 명이 운전한다.
 
  철도공사와 노조는 1인 승무제와 관련해 선진국 방식 도입, 승무원 근로환경, 승객안전 문제 등을 놓고 현재 대립 중이다.
 
  지하철의 운전방식은 예상보다 단순했다. 왼쪽에 있는 버튼과 레버를 조종해 앞으로 움직이고, 오른쪽 브레이크로 열차를 세운다. 발 아래쪽엔 페달이 2개 있었는데, 왼쪽은 경적, 오른쪽은 전조등 조절장치다.
 
  『단순해 보이죠? 이거 생각보다 무지 어렵습니다』
 
  趙기관사는 지하철 운전방식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정차구간과 그 빈도다.
 
  『평균 2분30초마다 세웠다, 갔다를 반복해 보세요.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4호선의 경우 당고개~오이도 구간을 왕복으로 돌면 거의 100개 역을 정차해야 합니다』
 
 
  정확성 요구
 
한국 최초 여성 지하철 기관사 安成淑씨.

  문제는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의 특성상 정확하게 세우지 않으면 승객이 탑승을 못 한다. 특히 최근 驛舍(역사)에 안전을 위한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정확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전후로 40cm 이상 빗나가면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종 열차가 후진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아직 정착 단계라서 그렇습니다. 승무원들이 숙련되면 점차 나아지리라 봅니다』
 
  ―감으로 세우지는 않을 텐데 기관사가 따로 볼 수 있는 신호가 있습니까.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곳은 앞에 전광판이 있습니다. 「미달」·「양호」·「초과」로 표시되죠.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은 승강장 벽에 「10」이란 표시가 있어요. 10번 열차라는 뜻인데 그 표지판과 운전실 창문 위치를 맞추면 정확합니다. 대부분 그렇게 해요』
 
  오전 5시25분, 노원역에 도착했다. 열차가 역에 들어서는 순간 몇 m 간격으로 비상벨이 울렸다.
 
  ―처음 듣는 소리인데, 뭔가 잘못됐나요.
 
  『사당行 열차인데 노원역에서 출발하려고 지금 올라왔잖아요. 저희 지금 역주행하는 겁니다』
 
  지하철이 역주행할 경우 자동안전장치에 의해 비상벨이 울리고 열차가 멈춘다.
 
  열차가 완전히 정차하자 趙기관사가 서둘러 내린다. 차장과 위치를 바꾸기 위해서다. 자동차와 같이 U턴 기능이 없는 지하철은 기관사와 차장이 서로 위치를 바꿔 운행한다.
 
  반대편 운전실에 탑승한 후 趙기관사가 말했다.
 
  『이렇게 하면 다시 정주행이죠』
 
  오전 5시30분 문이 닫히고 출발했다. 운행계획표를 보니 4호선 전 驛舍에 도착하는 시간이 표기돼 있었다. 대부분 초 단위로 나온다.
 
  『지하철의 특성상 한 대가 늦으면 뒤에 따라오는 모든 열차가 밀립니다. 그래서 시간을 지키려고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죠』
 
  정확히 2분30초 뒤인 오전 5시32분30초, 열차는 창동역에 들어섰다. 3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 탑니다.
 
  『그렇죠? 이 역뿐만 아니라 계속 이 정도 사람들이 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부지런한 것 같아요』
 
  쌍문·수유·미아… 각각의 역에서 300~400명의 승객을 태웠다. 정거장 4개를 지났는데 승객수는 1000명을 훌쩍 넘겼다.
 
  대화 내용은 자연스럽게 얼마 전 순직한 승무원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참 안타깝죠. 저희 승무원들은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거든요. 항상 엄청난 긴장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어 속이 많이 안 좋아요』
 
  당시 설사로 고생하던 승무원 金씨는 운전실 출입문 난간을 잡은 채 달리는 차 밖으로 용변을 시도했다. 결국 균형을 못 잡고 추락해 뒤따라온 열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지하철 승무원은 하루 최대 4시간30분 동안 열차를 운행해야 한다. 장시간 무리한 운행이 결국 사고를 부른 것이다. 아무리 식사와 물을 조절해도 급한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용변을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
 
지하철 기관사 趙晟容씨가 운행 전 딸의 사진을 보며 기도하고 있다.

  ―급한 생리현상은 어떻게 해결합니까.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참는 것」입니다. 무조건 참아요. 하지만 「죽어도 못 참는」 경우가 있겠죠. 그러면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터널 중간에 열차를 세운 채 내리거나, 둘째 운전을 하면서 문을 열고 해결, 셋째 물병·신문지·휴지 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위험하군요.
 
  『목숨 걸고 하는 거죠. 문제는 그 목숨이 저희 승무원뿐 아니라 승객까지 걸려있다는 거예요.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아무튼 저희는 차 타기 전에 무조건 화장실에 다녀옵니다. 몸에 밴 습관이에요』
 
  남자는 그렇다 쳐도 여성 승무원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 궁금증은 3일 후인 1월10일, 한국 최초 여성 지하철 기관사인 安成淑(안성숙·32)씨를 만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安씨는 1993년에 승무원으로 입사, 1년 반 후인 1995년 기관사가 됐다. 현재 서울메트로社에는 총 8명의 여성 승무원이 근무 중이다.
 
  ―「최초」라는 말이 멋있게 보이지만, 사실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 입사했을 때 스무 살에 불과했어요. 무언가를 따지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일단 적응하기 바빴죠』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남자와 똑같습니다. 졸음과 화장실 문제죠. 특히 졸음 때문에 제 가방엔 항상 껌과 사탕이 가득합니다』
 
  ―생리현상 같은 문제는 더 곤란할 텐데 급할 땐 어떻게 해결하나요.
 
  『아무래도 여성이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지하철史에서 「최초」라는 말을 휩쓸었던 그녀는 결국 기관사와 결혼했다. 「최초 승무원 커플」란 타이틀까지 더한 것이다.
 
  『같은 승무사무소에 근무했던 사람이에요. 혼자 여자이고 어려서 많이 힘들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죠』
 
  鄭然洙(정연수·52) 서울지하철공사노조위원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승강장 쪽으로 7~8개 역마다 간이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며 『서울도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을 위해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鄭위원장은 특히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승무대기조를 운영 중인데, 회사는 이마저 축소하려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메트로는 이와 관련해 오는 2월까지 3개 驛舍 회차지점에 승무원용 화장실을 추가 설치, 기존의 3곳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승무본부 金長雲(김장운) 운전팀장은 『지하승강장에 승무원 화장실을 설치한 사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혀 없다』며 『지하구조물의 특성 때문에 승강장 화장실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승무대기조 문제에 대해선 『현재 하루 승무 인원 952명 중 146명을 대기조로 운용 중이며 대기조 운용방식 변경에 대한 사항은 노사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터널 속에 가득한 먼지
 
4호선 열차 운전시각표. 정차 시간이 초단위로 계획돼 있다.

  열차는 어느새 동작철교에 올랐다. 趙晟容 기관사가 창문을 열었다.
 
  『지하 공기가 워낙 좋지 않으니, 이렇게 육상에 올라오면 무조건 창문부터 엽니다』
 
  ―운전실에는 환기나 밀폐시설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지하 공기가 그대로 다 들어옵니다. 그래서 운전실 내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았죠』
 
  발판이 위치한 곳을 보니 그 틈을 신문지로 끼워 놨다. 창문에 있는 작은 구멍도 다 막은 상태다. 원래 외부와의 기압차를 감안해 뚫어 놓은 구멍이지만, 터널에 가득한 먼지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지하에 있지만 황사가 오면 금방 압니다. 온 터널이 뿌옇게 변해요』
 
  ―환기를 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습니까.
 
  『예전엔 새벽에 나오면 항상 레일이 젖어 있었어요. 분진을 청소하기 위해 하루 한 번 살수차가 물을 뿌렸죠. 요즘은 이상하게 잘 안 보이네요』
 
  ―승무원들은 기관지가 많이 안 좋겠네요.
 
  『그렇죠. 저는 겨울 내내 감기를 달고 삽니다. 봄이 될 때까지 절대 낫지 않아요. 공기가 안 좋고, 생체리듬이 많이 깨져서 면역력이 약해진 것 같아요. 오죽했으면 집에서 「남자가 왜 이렇게 부실하냐」고 합니다』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하철이 터널을 통과할 때 공기를 밀어내면서 가기 때문에, 터널의 공기는 자연스럽게 驛舍로 들어온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터널 속 먼지가 빠져나갈 곳이 없기 때문에, 터널內의 공기는 더욱 악화된다.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한편, 「인공지능형 공기질 제어시스템」 등 환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자갈 선로를 콘크리트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지하철 1~4호선의 선로만 자갈 위로 운행하고 있다. 콘크리트는 자갈보다 분진방지·비용절감·자재수명의 측면에서 뛰어나다. 하지만 자갈에 비해 소음이 크고 승차감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사당역에 거의 다다른 순간 흰 물체 하나가 50여m 앞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언뜻 봐선 사람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었다.
 
  『신문지예요. 선로에 버린 신문지가 터널로 날려오는 경우죠. 가까이 오기 전까진 뭔지 알 수 없어요. 잘못하면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하철 자살사고의 목격자이자 피해자
 
  ―혹시 사람을 치거나 자살을 목격한 적 있습니까.
 
  『5년 전이었어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첫차를 타고 사당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마침 오늘하고 상황이 똑같네요. 수유역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오전 7시15분, 시간도 기억나요. 누군가 술을 마시고 레일에 누워 있는 겁니다. 보는 순간 바로 비상제동장치(EBS)를 때렸죠』
 
  ―순간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일단 욕부터 나오더라고요. 제동거리가 있어 이미 열차 3량 정도가 지나간 상태였죠. 「최소한 사망」이라고 생각하고 달려 내려갔죠. 열차 밑을 본 순간 섬뜩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그 사람하고 눈이 마주쳤어요. 선로 정중앙에 누운 덕에 살았던 거죠. 그 사람과 나, 둘 다 너무 놀라서 처음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겁니다. 정말 맥이 한꺼번에 풀렸어요』
 
  기관사는 지하철 자살사고의 또 다른 피해자다. 직업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과 무관한 사람의 사망 과정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119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응급조치와 사고처리는 기관사와 차장의 몫이다.
 
  현재 노조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金勇局(김용국·50)씨는 기관사로 근무할 당시 겪은 자살사고를 이렇게 회상했다.
 
  『사당역이었어요. 역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이 확 뛰어드는 겁니다. 비상스위치를 눌렀지만 승강장 앞부분이라 속도가 꽤 빨랐어요. 그냥 부딪혔어요. 세게 부딪힐 경우 사람이 유리를 뚫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관사까지 위험하죠』
 
  ―실제로 뚫고 들어왔나요.
 
  『열차마다 앞에 번호판이 있잖아요. 그게 막아 줬어요. 튕겨나가서 깔려 버렸죠. 내려서 보니 정말 처참했습니다』
 
  ―시신 수습은 어떻게 했습니까.
 
  『사당역의 경우 119가 바로 출동합니다. 제가 따로 손댈 필요는 없었어요. 하지만 완전한 시신 처리를 위해 상당시간 운행이 지체됩니다. 그때도 사람 몸이 말려서 다 뭉개졌어요』
 
  ―많이 혼란스러웠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던데.
 
  『사람에 따라 다르죠. 그 충격으로 轉職(전직)하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그냥 근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고 나면 일단 기관사는 5일 쉬어요. 죽은 사람도 참 안됐지만 기관사가 무슨 잘못입니까. 저희는 생업인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시 金씨가 운전하던 열차에 뛰어든 사람은 30代 초반의 남자로, 某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결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세상에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장례식에 다녀온 형사에게 전해 들었는데, 가족들이 난리가 났답니다. 죽을 이유가 없다는 거죠. 제가 봐도 그래요. 얼마나 귀한 아들입니까. CCTV를 보니 이 사람이 승강장을 몇 번 왔다갔다하다 확 돌아서 뛰어들더라고요』
 
  서울메트로 승무본부의 金長雲 운전팀장은 『지하철은 특수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앞 유리가 깨져 몸이 운전실로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며 『사람과 부딪혀 다치기보다는 깨진 유리 때문에 다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 공황장애로 판정받은 승무원은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趙晟容 기관사, 柳泰仁 차장, 鄭然洙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 金勇局 노조부위원장(왼쪽부터).

 
  승무원의 자살
 
  수천 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업이라 부담감이 크다. 한 승무원은 그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고 한다.
 
  2007년 12월31일 내방역에서 한 40代 남성이 투신했다. 그의 직업은 승무원이었다. 당시 47세였던 金모씨는 1984년에 입사해 20년 이상을 차장으로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기관사 전환 훈련을 받던 승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모든 승무원은 일단 차장으로 입사한다. 출입문 안전관리를 주로 맡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교육을 받고 기관사가 된다. 중간에 3000km 정도 수습기간을 거치는데, 金씨는 바로 그 단계에 있었다.
 
  정확한 자살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관사란 직업의 심적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동료 승무원들의 말에 따르면 金씨는 차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수습기간을 연장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적성검사를 반복하고, 꾸준한 면담을 하는 등 그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金씨는 2007년 마지막 날, 종무식을 마치고 귀가한 후 집 근처 역에서 자살했다. 지하철에서 승무원이 자살한 경우는 한국 지하철史에 처음 있는 일이다. 동료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교대시간은 단 7분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모습. 2012년까지 全 역사에 설치완료될 예정이다.

  오전 6시17분, 열차가 종점인 사당역을 지나 터널 내 回車(회차) 장소에 섰다. 선로가 Y자로 돼 있어 「Y선」, 또는 「인상선」이라 한다. 趙晟容 기관사와 尹泳錄 사무국장이 함께 말했다.
 
  『오늘은 깨끗하네요. 청소했나 봅니다. 예전엔 정말 지저분했어요. 악취도 심하고. 승무원들이 여기서 신문지 깔고 볼일을 봅니다』
 
  ―回車하는 장소면 종점이나 마찬가지인데, 화장실 다녀올 여유가 있지 않습니까.
 
  『7분밖에 시간이 안 돼요. 차장과 교대하기도 바쁜 시간이죠. 자, 서두르세요. 빨리 교대해야 합니다』
 
  그를 따라 열차 안을 통과해 뒤쪽 운전실로 갔다. 사당역에서 미처 못 내린 20代 승객 2명이 어리둥절해하며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방송을 못 들은 모양이다.
 
  『사당역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가서 다음 차 타면 됩니다. 이 차는 노원역으로 갑니다』
 
  趙기관사는 자주 있는 일인 듯 짧게 말하고 그들을 지나쳐 갔다. 이것저것 안내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뒤편에 있던 차장과 운전실 교대를 한 후, 그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다시 말을 시작했다.
 
  『오늘같이 새벽에는 주로 정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걸어서 교대할 수 있지만, 열차가 밀리기 시작하면 뛰어야 해요. 출근시간대엔 무조건 달립니다. 빨리 교대 안 하면 「운전실 빨리 바꿔 주세요」라고 계속 무전이 와요』
 
 
  왕복운행의 끝
 
  오전 6시24분, 열차는 다시 사당역을 출발했다.
 
  『사당 찍고 오는 건 아주 여유롭고 편한 코스예요. 4호선의 끝과 끝인 당고개에서 오이도까지 왕복하면 총 4시간30분 걸립니다. 종점에선 똑같이 딱 7분 있다가 바로 출발해야 합니다』
 
  ―정거장이 총 몇 개나 되나요.
 
  『사당行은 25개, 오이도行은 49개입니다. 왕복하면 98개죠. 하도 많아서 10여 년 전 한 기관사가 깜박 졸아 정거장을 그냥 통과했습니다. 바로 징계받고 휴직됐어요. 아마 작년에 복직한 것으로 압니다. 당시 언론에서 「정신나간 지하철」이라며 말이 많았죠』
 
  ―그런 경우가 자주 있나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 해요. 「DSD」가 설치돼 버튼에서 5초 이상 손을 떼면 순간 지하철은 자동으로 멈춥니다』
 
  DSD, 즉 「운전자안전장치」라는 뜻이다. 왼쪽 레버에 설치돼 이 버튼을 눌러야만 지하철이 움직일 수 있다. 기관사가 정신을 잃거나 사고를 당해도, 지하철 자체는 일단 안전하게 정지된다.
 
  『운전하는 입장에선 불편한 감이 있죠.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봅니다. 다만, 하루 종일 누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왼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기관사들이 많습니다』
 
  열차가 서울역 부근을 통과했다. 넓은 터널이 있었고, 한쪽에 지하철 한 대가 정차해 있었다.
 
  ―저 열차는 사고나 고장이 생겼나 봅니다.
 
  『아뇨, 비상대기 차량입니다. 여기가 서울역 인상선, 즉 「Y선」이에요. 혹시 다른 열차가 고장이나 사고가 생기면, 4호선 전체가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저렇게 대기합니다. 출퇴근시간이 지나 오전 10시쯤 되면 기지로 복귀해요』
 
  ―차량과 승무원은 전날 미리 서울역에 와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창동기지에서 자고 새벽에 출발해서 옵니다. 이 차가 첫차인데 저희보다 먼저 출발했어요. 저기에 탄 승무원들은 지금쯤 많이 피곤할 겁니다』
 
  열차는 동대문역을 지나 혜화역에 이르렀다.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왕복운행의 끝이 보였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때는 분위기가 어땠나요.
 
  『참담한 심정이었죠. 같이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시 기관사도 억울한 점이 많았어요. 지하철은 설계 자체가 문이 닫히게 돼 있어요. 물론 잘못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령부의 지시대로 했던 것으로 압니다. 기관사라고 무조건 순직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람보」가 돼야 하는 기관사
 
  지하철에서 화재나 테러가 발생할 때 기관사는 우선 승객을 대피시키고, 방독면을 착용한 후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사령실과 역무실에 보고하고 통신을 유지해야 한다.
 
  『기관사 혼자 「람보」가 되라는 겁니다. 좀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봐요』
 
  오전 7시21분, 열차가 종점인 노원역에 도착했다. 약 2시간에 걸친 운행이 끝난 것이다. 뒤편에 탔던 柳泰仁 차장이 내려 반갑게 인사한다. 그는 지난해 가을에 입사한 「신참 중의 신참」이다.
 
  ―이제 3개월 반 정도 됐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밖에서 보는 것과 정말 다른 직업이 승무원인 것 같습니다. 지하철 승무원을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때는 이 정도의 긴장감과 책임감이 필요할 줄은 몰랐죠』
 
  ―열차를 타는 승객들에게 바라는 점은 없나요.
 
  『할 말은 많은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승객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요구할 수 없잖아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고요』
 
  함께 있던 趙기관사가 거들었다. 그는 출입문이 닫힐 때 억지로 승차하는 승객들을 제일 걱정했다. 열차 정시 운행을 방해하는 요인이며, 본인에게 매우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길어야 5분인데, 그 5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건 어리석은 행위죠. 열차가 올 때는 최대한 바깥쪽에서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안전선 넘어 머리를 내밀기도 하는데 아주 위험한 행동이에요』
 
  그는 열차가 들어오는데 몸을 내미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 철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취객들이에요. 비상인터폰 생기고 나서부터 더 합니다. 열차가 잠시 서면 인터폰을 걸어 「왜 안 가냐」고 욕부터 합니다. 너무 춥다, 또는 덥다며 고함 지르는 분들이 많고요. 심한 분들은 운전실 문을 두드리거나 커피 같은 음료수를 끼얹기도 합니다』
 
  승무원은 대부분 이를 참거나 무시하고 넘어간다고 한다. 자신의 기분보다는 일단 승객의 안전이 걸렸기 때문이다.
 
  운행을 마친 승무원은 간단한 정리와 보고를 하고 나서 휴식을 취한다. 담배라도 한 대 피울 법한데 전혀 가까이 하지 않는다.
 
 
  대부분 담배 끊어
 
  ―담배는 안 피웁니까.
 
  『5년 전에 끊었습니다. 터널 공기가 안 좋고, 운행 중엔 피울 수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끊게 돼요. 제가 아는 기관사와 차장들은 70% 이상 끊었어요』
 
  ―술은 어느 정도 합니까.
 
  『거의 못 합니다. 충분한 휴식을 전제로 하는 직업이고,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술을 많이 못 마셔요』
 
  인터뷰를 마치기 전, 柳泰仁 차장에게 다시 물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지금까지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였습니까.
 
  『얼마 전 승강장에 있던 한 어린이가 저를 보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우리 승무원은 매일 수천 명의 승객들을 태우지만, 서로 철저하게 남남이었거든요. 손을 흔드는 게 큰 일은 아니지만 뭔가 작은 공감대가 형성된 기분이었습니다. 저도 손을 흔들어 줬죠』
 
  취재를 마치고 다시 지하철에 올랐다. 객실이었다. 바쁜 출근 시간, 지하철의 일상은 여전했다. 출구에 가방을 던지는 사람, 발부터 들이미는 사람, 승강장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조는 사람…. 시민들은 정말 5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었다.●



월간조선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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